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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하고 싶은 시에 간단한 감상평이나 느낌을 함께 올리는 코너입니다 (작품명/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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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편 이내 올려주시고, 특정인을 홍보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하는 것을 

월하정인 / 이은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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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무의(無疑)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1건 조회 3,902회 작성일 15-07-07 16:20

본문

월하정인

 

 

그때 하필, 달이 사라지고 있었지
사라지는 줄도 몰랐는데
달 따위는 보이지도 않을 만큼
환한 사람이로구나, 했는데

 

어둠이 무엇인지 일러주려는 듯
그가 눈을 감았어
그보다 더 어두울 수는 없었지
그렇게 긴 찰나는 처음이었지

 

어쩌면, 바람이 불었어
달이 눈을 떴지
그가 먼저 눈을 떴던가

 

달이라 말하니 달이겠지
달이구나 말하니 달빛 흐르겠지

 

달빛에 대한 의심은 불순해
희미해지는 뒤태를 의심하는 것만큼

 

사라지기 위해 존재하는 둥글고 환한 것
그날은 보름이었는데

 

내가 만진 것은 과연 누구였나
어디 한번 대답해 봐, 손가락들아

 

둥글어지기 위해 사라지던 차가운 달
명심해,
온전한 것들은 위험하기 짝이 없지

 

 


* 국보 135호 《혜원전신첩》에 실린 ‘월하정인’. 2011년, 한 천문학자가 ‘월하정인’의 달 모양, 위치를 근거로 ‘1793년 8월 21일’에 그렸을 거라 추정했다. 그날은 부분월식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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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의(無疑)님의 댓글

profile_image 무의(無疑)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문학에서도 하늘 아래 전적으로 새로운 것은 없을 것이다. 고대인에 대하여 뉴턴이 말했던 것처럼 우리는 확실히 거인의 어깨 위에 올라앉은 난쟁이들이어서, 그 위에 기왓장 하나를 얹어 놓고도 마냥 기뻐하는 습벽이 있는 것이다.

이은림이라는 시인, 이름이 낯설다. 그런데 잡지에 실린 두 편의 시가 다 아까우리만큼 좋다. 그중의 한 편이 〈월하정인〉이라고, 신윤복의 풍속화를 시로 오늘에 재탄생시킨 것이다.

그림을 시로 다시 옮기는 것은 상호텍스트적 맥락을 발생시키는 것이고 장르 간 비교문학적 접근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지만, ‘원본’에 대한 ‘사본’의 이미지를 넘어서기 어렵기 때문에 잘 쓰기도 대담하게 시도하기도 어려운 일이다.
그런데 이 시인은 소위 원본이 선사하는 은은한 정경을 일층 생생하게 언어로 재탄생시키는 능력을 보여주었다.

나는 이 시를 다 읽고, 그 아래 있는 주석을 보다 탄복을 금치 못했다. 신윤복의 그림에 나타난 두 남녀의 만남이 1793년 8월 21일 밤에 있었던 일이라는 것을, 어느 천문학자가 추정해냈다고 하지 않는가!

이러한 추정이 얼마나 정확한가는 알 수 없지만, 이것이 신윤복 풍속화의 실사적 측면을 흥미롭게 방증해 준다는 사실은 부정하기 어려울 듯하다.

이와 관련하여, 〈연합뉴스〉 신호경 기자의 2011년 7월 2일 자 기사를 여기에 옮겨본다. 글이 길더라도 재미있을 것이다.

2일 이태형 충남대 천문우주과학과 겸임교수에 따르면 ‘월하정인’ 속 ‘달’의 모양과 위치 등을 근거로 추정한 결과 이 그림은 1793년 8월 21일 밤 11시 50분께 그려진 것이다. 첫 번째 단서는 그림 속 달의 볼록한 면이 위를 향하고 있다는 점이다. 한 달 주기로 달이 차고 이지러지는 과정에서는 결코 볼 수 없는 현상이다.
달이 뜨는 밤에 태양이 지평선 밑에 있기 때문에, 태양으로부터 빛을 받아 반사하는 달의 볼록한 부분도 아래를 향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그림 속 달의 모양은 달이 지구의 그림자에 가려지는 월식이 있을 때만 가능하다.

또 그림 속 글을 읽어보면, 시간대가 ‘야삼경(夜三更)’으로 적혀 있다. 이것은 밤 12시 전후의 ‘자시(子時)’를 말한다. 월식이 일어나는 날은 보름달이 뜨는 날이며, 보름달은 자시 무렵에 가장 하늘 높이 떠오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림 속 달이 겨우 처마 근처에 걸려 있다는 것은, 달의 남중고도(南中高度)가 낮은 여름이라는 뜻이다.

월식에는 달이 지구 그림자에 완전히 가려지는 개기월식과 일부만 잠식되는 부분월식, 두 종류가 있다. 여름철 한밤중에 펼쳐지는 개기월식은 달의 왼쪽부터 가리기 시작해 오른쪽으로 진행하기 때문에 〈월하정인〉 속 달 모양은 불가능하다.

이 같은 추정을 바탕으로 이 교수는 신윤복이 활동한 것으로 추정되는 18세기 중반부터 19세기 중반까지 약 100년 사이에 있었던, 서울에서 관측 가능한 부분월식에 대한 기록을 조사했다. 그 결과 1784년 8월 30일(정조 9년, 신윤복 26세)과 1793년 8월 21일(정조 18년, 신윤복 35세) 두 차례의 부분월식이 확인됐다.

그러나 1784년의 경우 8월 29일부터 31일까지 서울 지역에 3일 내내 비가 내렸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월식이 나타났어도 관찰할 수 없었다는 얘기다. 반면 1793년 8월 21일(음력 7월15일)에는 오후에 비가 그쳐 월식 관측이 가능했다. 《승정원일기》에도 “7월 병오(丙午·15)일 밤 이경에서 사경까지 월식이 있었다”고 기록돼 있다.

이 교수는 “〈월야밀회(月夜密會)〉 〈정변야화(井邊夜話)〉 등 다른 그림의 달에서도 확인할 수 있듯이, 신윤복은 사실과 무관한 상상의 달을 그리지 않았다”며 “특히 〈월하정인〉의 위로 볼록한 달은 일상에서 거의 볼 수 없는 것인 만큼, 임의로 그런 달을 그렸다고 생각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로써 그 천문학자는 이태형이라는 분임을 알 수 있다. 신윤복이 이 그림을 그날 그렸는지, 그날 본 달을 다른 날에 그렸는지 모르지만, 아무려나, 우리가 2백몇십 년 전의 실제 달이며, 정인들을 바라보고 있다는 느낌은 근사하지 않은가? 그런데 이 그림을 시를 읽고 보면 일층 더 다정하게, 은근하게 다가오지 않는가?
그러나 나의 생각으로는 이 시의 아름다움 또는 완성도는 이 시가 신윤복의 풍속도가 없이도 스스로 견디는 데 부족함이 없는 것으로 입증될 수 있는 것이 아닐까 한다. 이 시인은 하나의 시가 어떤 분위기를 자아내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한지 아주 잘 아는 사람이다. 그는 무엇보다 용언의 어미들이 지니는 뉘앙스 차이에 섬세한 판별력을 가지고 있고, 시어들의 의미 같은 것도, 시행의 길이, 띄움 같은 것이 분위기에 미치는 영향도 아주 잘 알고 있다.

이런 모든 것이 조화롭게 발휘하여 한 편의 시가 이렇게까지 생기있게 다듬어질 수 있었던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시인은 옛 그림을 통하여 사랑, 또는 불온한 사랑을 남들과 ‘달리’ 옹호할 수 있는 시각마저 가지고 있다. 이 시의 마지막 두 연은 불현듯 그림을 보던 시선을 현재로 옮겨온다. 이 두 연은 의미를 해석하기가 아주 어렵다. 나는 이것까지 마저 답을 내보려 하다가 그만둔다. 잘못된 해석보다는 해석의 여백이 차라리 나은 까닭이다.

방민호 / 유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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