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속 엘리스 / 김 루
페이지 정보
작성자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21회 작성일 22-08-01 05:54본문
물속 엘리스 / 김 루
태양이 지고
바다가 잠들면
우리는 양초로 밤을 밝힙니다
물의 정령을 위해
기도하는 아이를 위해
아래로 더 아래로
물길을 열면
순록은 어디로 헤엄쳐 갈까요
바람을 볼 수 없어
양초는 뜨거워져 가는데
기도할수록 맨발입니다
아이는 어느 초원클럽에서 풀을 뜯고 있을까요
그림자는 내 곁인데 아이는 보이지 않습니다
하루 한 달 십 년
툰드라에서 시베리아로
달빛을 건너간 순록의 밤은 치마였을까요
치마 입은 밤이 달빛을 건너갑니다
나뭇잎 한 장으로
그림자의 전생을 다 가릴 순 없지만
주름을 펼치는
물속 고요는 낮습니다
* 김천 출생, 2010년 <현대시학>으로 등단
#,
아래로 아래로 더 아래로 심상 끝 밑바닥까지 꿈 속을 헤쳐가 듯
물속의 신비로움을 신비의 메타포로 표현해 내고 있습니다
달빛, 치마, 나뭇잎, 그림자, 순록의 밤등 순수하고 낭만적 어휘들이
독자의 감성을 촉발시켜 별빛 같은 상상력을 불러 일으키고 있는데,
마치 영마차 타고 미끄러지 듯 넓은 초원을 달리는 기분이 들기도
하고 달 밝은 밤 달빛 속을 혼자서 거니는 기분이 들기도 하고
박목월 시인의 나그네가 생각나기도 합니다
5연에서는 톨스토이의 소설 부활에서 눈덮인 시베리아로 기차에
실려 유배되는 주인공 카츄사의 외로운 모습이 떠오르기도 합니다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