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엽 =여성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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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222회 작성일 23-05-01 20:55본문
태엽
=여성민
인간이 첫 잠에서 깨어난 이후 천사는 꿈의 태엽으로 잠을 감았습니다.
수만 번 꿈을 감았지.
이런 사람들은 쉽게 망가집니다.
우리가 잠에서 만난 낯선 사람들은 시계수리공입니다. 그 사실을 알고 난 후 나는 꿈속에서 자주 도망칩니다.
그들은 공구를 들고, 태엽을 고치고, 날개를 뜯어내고, 잠이라는 태엽 통을 달았습니다. 꿈은 잠을 되돌리고, 인간의 시간을 되돌리고, 인간은 계속 인간입니다.
어떤 잠도 몸에 넣지 말고, 꿈결 같다 하지 말고,
나는 마지막 꿈에 이렇게 적었습니다. 이걸로는 부족할까요. 내 잠을 방문한 사람들이 경고를 들을까요. 공구를 쥔 듯 주먹을 쥐고 태어나는 비밀, 야경 너무 예쁘다.
말하다 잠든 사람들.
다시 잠든 사람들의
증명사진처럼 밤이 옵니다. 무엇을 증명할까요. 두 손에 공구를 쥐고, 천사의 두 눈에 공구를 박고, 잠이 오는 방향으로 크게 감았습니다.
웹진 「시인광장」 2021년 3월호
鵲巢感想文
한때 대학 도서관에서 있었던 일이다. 잠이 부족한 때가 있었다. 팔베개하며 잠시 엎드려 잔 기억이 있다. 그리고는 뚱한 생각이 스치며, 메모장에 적었던 글이 생각난다. 잠과 꿈에 대해서 잠을 자면 꿈을 꿀 수 있는가? 잠 없이 꿀 수 있는 꿈은 없을까? 뭐 이런 생각들
시인은 잠과 꿈의 소재로 아주 멋진 시 한 편을 쓰신 것 같다. 잠은 언제나 죽음의 세계다. 잠에서 깨어난 존재는 인간이며 인간은 늘 꿈을 꾸며 삶을 영위한다. 이 삶이라는 것도 어쩌면 죽음의 세계에서 바라보고 있는 듯 그런 느낌을 받을 때가 종종 있다.
홀연히 나타났다가 홀연히 사라지는 그 무엇을 신출귀몰神出鬼沒이라 한다. 신과 귀에 공통으로 들어간 한자가 있다. 밭 전田이다. 밭은 삶의 터전이며 삶의 터전에 위로부터 아래에(丨) 이르기까지 영향을 미치는 존재 그것은 우리도 모르는(厶) 어떤 영역을 장악한다. 우리의 선조는 하루 앞을 모르므로 늘 제사장에 제물을 올려 제를 지냈다.
그러한 제祭처럼 태엽을 감는 시간, 저녁은 오고 신께 숙제를 제출하듯 시를 읽고 있는 이 마당, 공구를 들고 폭파한 파편 조각을 분석하며 끼워 맞춰본 세계 그것은 다 터진 폭탄과 같은 증명사진과 사진들 역시 밤은 어두컴컴하기만 하다. 공구는 하나의 구체다. 맑은 세계관을 그린다.
가만히 생각하면 이 시에서 시계수리공이라는 시어가 유독 눈에 띈다. 죽음을 앞당기고픈 인간의 마음은 무엇일까? 시간을 뜯어고칠 수 있는 영역은 오직 신만이 할 수 있다. 그런 신적 세계관을 넘나드는 인간의 발길은 현실적 세계관을 부정하고 부정한 본바탕에서 어떤 위안을 하였다면 잠시 제에 가까운 행사를 치른 것이 된다.
말하다 잠든 사람들,
다시 잠든 사람들의 꿈은 그 꿈이 무엇이 되었던 생각하지 않으면 존재할 수 없는 세계에 여전히 태엽만 감을 뿐 그것으로 신처럼 뚫을 수 있는 현실을 기대해 본다.
노마십가駑馬十駕라는 말이 있다. 「둔(鈍)한 말도 열흘 동안 수레를 끌 수 있다.」는 뜻으로, 재주 없는 사람도 노력(努力)하고 태만(怠慢)하지 않으면 재주 있는 사람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음을 비유(比喩ㆍ譬喩)한다.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는 말도 있다. 고대는 길을 닦는다는 것은 모두 전쟁을 잘 치르기 위함이었다. 이 시대는 삶이 곧 전쟁이다. 삶을 잘 영위하기 위한 길은 무엇일까? 디지털 시대에 걸맞은 그것은 로드(road)가 아닌 라인(line) 공구 통에 가득 담아야 할 총알들 세상을 직시할 수 있는 눈과 처세 한 가지 더 든다면 본때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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