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곡달산 / 유현숙 > 추천시

본문 바로가기
사이트 내 전체검색
시마을 Youtube Channel

추천시

  • HOME
  • 문학가 산책
  • 추천시

(관리자 전용)

 ☞ 舊. 추천시

 

■ 엄선된 시를 중견작가의 시평 등과 함께 감상하는 공간입니다

가을, 곡달산 / 유현숙

페이지 정보

작성자 profile_image 서정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7,713회 작성일 15-10-20 11:21

본문

가을, 곡달산 / 유현숙

 

퍼붓던 비 그쳤다

산등성이로부터 쏴아 바람 밀려온다

내 목이 꺾인다

간밤 내내 비에 젖으며 묵언 정진하던 잣나무들, 말할 거야 말해버릴 거야

다투어 소릴 지른다

 

황토등성이에 불 질러 갈아엎은 퍼런 젊음이

그 혈거시대를 살았던 정염이

곽란을 일으키며 수만 색깔 단풍을 게운다

 

함석지붕 위에서는 바람이 쿵쾅거리다 굴러 떨어지고

낡은 대소쿠리 하나 걸린 흙 벽담, 그 소리에 놀라 자빠진다

밤새워 제 속을 비워내고도 아직 가슴살이 붉은

저 땡초

 

문지르는 손바닥에 벌겋게 단풍 물 묻어난다

 

-유현숙 시집 서해와 동침하다

 

 

 어느덧 가을이다. 온몸을 휘감아오는 바람은 서늘하고 그동안 가꾼 수확의 기쁨을 맛보며 활동하기 좋은 계절이다. 하지만 가을이 어떤 이에게는 허무와 쓸쓸함으로 다가와 잠 못 이루기도 한다. 나뭇잎이 물들고 떨어지고, 나무가 빈 몸이 되어가는 일, 그것은 단지 우리 눈에 한 폭 풍경으로 비치는 것이나, 그 속에서는 분명 온통 푸르렀던 날들을 비워내는 고통이 수반되었을 것이다. 하물며 사람이 새로운 계절로 들어설 수밖에 없는 상황이란 얼마나 처절한 것인가, 너와 나 사이 발생한 갈등이 쉽사리 해결되지 않는, 그리하여 나를 비우고 너를 비우고 곽란을 일으키며 수만 색깔 단풍을 게워내도 아직 가슴살이 붉은 땡초로 남아있는, 결국 그 비애는 내가 목을 꺾어야 한다. 그래야 해결되는 것이다, 문지르는 손바닥에서조차 벌겋게 단풍 물이 묻어나야 내 속에서 온전히 맞이할 수 있는 계절, 성숙의 계절인 가을은 그래서 아름답다. /서정임 시인

 

추천1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Total 54건 1 페이지
추천시 목록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추천 날짜
54
징 / 박정원 댓글+ 1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193 3 12-21
53 양현근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626 2 12-17
52 양현근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820 1 12-17
51 양현근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606 3 12-17
50 양현근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587 1 12-30
49 양현근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180 1 12-30
48 양현근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439 1 12-30
47 양현근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413 1 12-30
46 양현근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537 2 12-30
45 허영숙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292 1 11-19
44 허영숙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193 0 10-30
43 허영숙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830 0 10-08
42 허영숙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535 1 09-19
41 허영숙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880 0 09-04
40 허영숙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371 1 08-28
39 양현근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684 2 08-13
38 양현근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536 1 08-13
37 양현근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499 1 08-13
36 양현근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209 3 05-24
35 양현근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218 1 05-24
34 양현근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250 2 02-26
33 양현근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375 2 02-26
32 양현근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905 2 01-22
31 양현근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679 2 12-26
30 양현근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017 2 11-30
29 양현근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205 1 10-29
28 양현근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874 2 09-22
27 양현근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792 1 08-20
26 양현근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069 1 07-20
25 양현근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714 1 06-20
24 양현근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403 1 05-31
23 양현근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708 1 05-23
22 양현근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967 1 05-23
21 양현근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408 1 01-06
20 양현근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922 2 01-05
19 양현근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168 1 01-05
18 양현근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974 1 01-04
17 양현근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260 1 01-04
16 양현근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670 1 01-04
15 양현근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670 1 12-27
14 양현근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036 1 12-02
13 양현근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659 1 11-26
12 양현근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941 1 11-26
11 서정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328 1 12-29
10 서정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669 1 12-22
9
등 / 박일만 댓글+ 3
서정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721 1 12-15
8 서정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003 1 12-08
7 서정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455 1 12-01
6 서정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696 1 11-24
5 서정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829 1 11-17
게시물 검색

 


  • 시와 그리움이 있는 마을
  • (07328) 서울시 영등포구 여의나루로 60 여의도우체국 사서함 645호
  • 관리자이메일 feelpoem@gmail.com
Copyright by FEELPOEM 2001.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