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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한국일보> 신춘문예 당선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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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978회 작성일 18-01-11 1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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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한국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작 _ 제주에서 혼자 살고 술은 약해요 / 이원하

 

 

제주에서 혼자 살고 술은 약해요

 

이원하

 

 

유월의 제주

종다리에 핀 수국이 살이 찌면

그리고 밤이 오면 수국 한 알을 따서

착즙기에 넣고 즙을 짜서 마실 거예요

수국의 즙 같은 말투를 가지고 싶거든요

그러기 위해서 매일 수국을 감시합니다

저에게 바짝 다가오세요

혼자 살면서 저를 빼곡히 알게 되었어요

화가의 기질을 가지고 있더라고요

매일 큰 그림을 그리거든요

그래서 애인이 없나봐요

나의 정체는 끝이 없어요

제주에 온 많은 여행자들을 볼 때면

제 뒤에 놓인 물그릇이 자꾸 쏟아져요

이게 다 등껍질이 얇고 연약해서 그래요

그들이 상처받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앞으로 사랑 같은 거 하지 말라고

말해주고 싶어요

제주에 부는 바람 때문에 깃털이 다 뽑혔어요,

발전에 끝이 없죠

매일 김포로 도망가는 상상을 해요

김포를 훔치는 상상을 해요

그렇다고 도망가진 않을 거예요

그렇다고 훔치진 않을 거예요

저는 제주에 사는 웃기고 이상한 사람입니다

남을 웃기기도 하고 혼자서 웃기도 많이 웃죠

제주에는 웃을 일이 참 많아요

현상 수배범이라면 살기 힘든 곳이죠

웃음소리 때문에 바로 눈에 뜨일 테니깐요  

 

 

[당선소감] “네팔에서 소원이 이뤄졌네요”

                                                                                                                                                                          

    

[심사평] “만장일치 당선 확정, 독자가 읽게 만드는 시”                                     

                            

                                  

   응모작들 가운데 본심으로 올린 것은 총 다섯 사람의 원고였다. 심사를 맡은 세 사람은 일찌감치 그들 중에 둘의 손을 놓고, 남은 셋을 머리에 이고 진 채 논의를 이어나갔다. ‘유리창의 전개’외 4편을 응모한 조주안은 구사하는 문장에 있어 숙련된 대장장이 같았다. "나는 유리창에 보고 싶은 것을 그리면서/ 종교가 태어났다고 생각한다// 유리창을 종교로 품고 자라난 날들을 통해/ 작은 돌에도 믿음이 깨질 수 있다는 것을 안다"라고 시의 서두를 장식할 줄도 안다.


   다만 이런저런 사유들을 유기적으로 엮어낼 때의 뒷심이 아쉬웠다. 뚝뚝 끊겨 읽히는 피로. 어깨에 옴팍 준 힘부터 빼야 할 것이다. 양은경의 ‘지구만 한 노래, B면’ 외 4편은 구조적으로 아주 잘 짜인 시들의 묶음이었다. 뼈대는 단단했고, 그에 붙은 살은 너무 기름지지도 너무 담백하지도 아니하였다. 특히나 ‘모과의 내부’가 좋았다. 어디서도 들어보지 못한 개성 있는 목소리였다. 그러나 유일하게 이 시뿐이었다. 모창이 아닌, 영향의 영향에서 자유로워지려면 일단 자신감의 회복이 급급할 터였다.

   우리는 이원하의 ‘제주에서 혼자 살고 술은 약해요’외 4편을 만장일치로 꼽았다. ‘여전히 슬픈 날이야, 오죽하면 신발에 달팽이가 붙을까’란 시에서도 느낀 거지만, 거두절미하고 읽게 만드는 직진성의 시였다. 노래처럼 흐를 줄 아는 시였다. 특유의 리듬감으로 춤을 추게도 하는 시였다. 도통 눈치란 걸 볼 줄 모르는 천진 속의 시였다. 근육질의 단문으로, 할 말은 다 하고 보는 시였다. 무엇보다 '내'가 있는 시였다. 시라는 고정관념을 발로 차는 시였다. 시라는 그 어떤 강박 속에 도통 웅크려본 적이 없는 시였다. 어쨌거나 읽는 이들을 환히 웃게 하는 시였다. 웃는 우리로 하여금 저마다 예쁜 얼굴을 가져보게도 만드는 시였다. 그 어떤 이견 없이 심사위원 모두의 의견이 한데 모아진 데서 오는 즐거운 불안 말고는 아낄 박수와 격려가 없는 시였다. 앞으로 '제주에 사는 웃기고 이상한 사람'의 유쾌한 행보를 설렘으로 좇아볼 예정이다. 건필을 빈다. 

 

박상순・손택수・김민정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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