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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상반기 <시로여는세상> 신인상 당선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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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304회 작성일 18-04-23 11:29

본문

2018년 상반기 <시로여는세상> 신인상 당선작

 

그의 해 4

 

김태희

 

 

당신의 흙 위에서 이제 편지를 씁니다.

발바닥에 닿아 있는 부분이 누군가의 이름 같았고

그것은 입으로 부르는 소리처럼 울려

진동이 되어 발바닥을 간지럽힙니다.

 

한쪽 발을 딛고 오래 서 있어 보려 하지만

어느 순간 바람이 부는 날과 떠나던 당신의 날씨가

무거워져 다리를 접고 앉아 있습니다.

발바닥 밑으로 당신이 답장하라 했던 주소가 흘러갑니다.

간지러운 기억이 아쉽게 사라졌고

그해 여름에는 물속에 발을 발목까지밖에

담그지 못했습니다.

물 위로 떠내려가는 친구와 강아지가 자주

이불 위에 찾아 왔습니다.

어쩔 수 없다는 것과 용서를 배웠습니다.

 

당신에게 쓰는 편지의 글씨가 발자국을

닮아 있는 것을 알았지만

편지는 걷는 것처럼 쓰고 싶었습니다.

여름이 지나도 귀에는 매미 소리가 여전했고,

당신의 편지 위에 종종 오줌을 누었습니다.

그 위에 코스모스가 자라면 새 신발을 신은 발로

당신에게 편지를 쓰고 싶습니다.

 

아스팔트 위에 올라서서 흙이 묻은 발을

탁탁 털어버리면 당신에게 썼던 편지가

맛있는 옥수수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나의 주머니에는 당신의 욕심 같은 붉은 펜이

있었고, 당신이 편지를 믿는 동안

당신의 주소를 흙 위에 곱게 뿌립니다.

 

아이의 인형을 가져와 허수아비로 세워 놓고

가을에는 나무 그늘에 앉아

이른 기침을 하고 싶습니다.

우리의 발과 글씨체가 닮았다는 기억만

담벼락에 적어 놓겠습니다.

 

      

  

우리의 유리 



 

깨진 유리를 읽고 있는 널, 내가 주웠지.

방향은 누구의 탓도 아니었다.

깨진 것들이 쌓이면 아무 일도 없던

일기의 한 페이지를 깨끗이 찢어 덮었다.

그리고 내가 널 품에 안고

죄에 대하여 이야기 했다.

더러운 손이란 것은 없다.

평범한 날에는 모래 놀이를 하던

네 손을 털어 주었다.

그로부터 나는 자주 손을 베었다.

 

밖에는 넘어지거나 깨지는 것들이 많아졌다.

바람 소리조차 수다스러웠다.

네가 팔을 긁고 있으면, 나는 조금 잘 수 있었다.

이상하고 무서워서 네 손을 꼭 잡는다.

 

버리면 돌아오는 이야기를

너는 노래로 부른다.

깨어있는 귀에 속삭이듯,

속삭임을 알려주지 않았지만

귀는 깨진 것을 닮아 있었다.

 

너는 턱을 괴고 밖을 본다.

한숨 자고 난 후의 너는 자라있고

읽었던 것들을 잃는다.

더 이상 모래에 손을 대지 않게 되고

나는 해치워 버리고 싶은 책에

이제 간간이 손가락을 베었다.

 

후회는 네가 품에 오지 않아서 없었다.

 

 

        

대화체

       



얇은 말,

우리가 돌을 던져 죽인 이야기

벌써 살이 돋아난 상처를 처음 씻은

우물가에 모여 우리는 이미 죽은 이야기를 시작한다.

그러니까 얇은 말은 대화가 되어

이 우물에 가라앉았다.

우리는 이곳에 모이기 알맞은 독 같았다.

 

생채기를 수집하는 북서쪽의 파열음들

뿌리만 남은 나물을 캐내어 건조시킨 독은

손바닥에 써 놓은 주술로 살아났다.

우물은 손으로 담아 마시기 아직 차가웠고

눈을 오래 감고 있을 때마다

지난밤 꿈이 뺨까지 닿았다.

 

계절은 항상 빠진 눈썹처럼

쉽게 날아가 버렸다.

손 위에 올려진 계절이 웅성거렸다.

우리는 모여 있었고

우물은 항상 먼저 녹아 있었다.

고개를 돌려도 들리는 우리의 대화가

새카맣게 타버린다.

밤인 줄 알았다.

너무 긴 대화가 부르는 이름처럼 가볍다.

 

곁눈질로 물 위를 걸어오는 일주일의

처음을 모른 척한다.

얇은 말은 무거운 문장이 되어

우물 바닥에 가라앉았다.

닻처럼 가라앉던 대화가 출렁거리면

낮에 다친 상처가 욱신거린다.

바람 안에는 독이 있었고,

우리는 서서히 죽을 수 있었다.

 

들여다보고 싶을 때면

아무도 없는 우물로 찾아와

인사를 한다.

모든 이야기가 등 뒤로 왔다 떠났다.


 

 

GO

          



추운 방에 누워 잠이 드는 너와

내리는 눈을 한참 동안 바라보던 나는

누가 더 멀리 떠날 수 있는 이방인일까 생각한다.

교환한 꿈의 무게가 너와 나의 티셔츠 밖으로

조금 빠져나와 있다.

우리는 그것이 이토록 가볍다며 웃었다.

서로를 바라보며 지중해와 태평양의 이름을 중얼거린다.

새로 산 볼펜의 색깔이 조금씩 진해졌다.

심해처럼,

 

일기를 쓰기 전 감기가 시작되었다.

일기는 충분히 이상해졌다.

갈 수 있는 곳에 가기 전 우리는,

그러니까 너와 나는 덜덜 떨며

얼어 있는 땅위에 이름을 묻었다.

추울수록 선명한 것이 별뿐인 것 같았다.

마지막까지 따뜻한 것이 먹고 싶었다.

 

      

      

요즘의 손

   

 

      

우리는 우리만의 손잡이를 가지고 태어났지만,

손바닥을 닮은 생활만이 바닥에 고스란히 찍혔다.

비가 내리면 몰래 혓바닥을 내밀며 맛을 본다.

세상은 조금씩 맛이 가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성장은 비정상이어서, 늙을수록 작아졌다.

한 번도 손가락 자국이 선명한

내 손잡이를 잡을 수 없었다.

 

골목에는 벗어놓은 바지와

미숫가루가 묻은 숟가락이 놓여 있었다.

나는 여러 번 새벽을 방임했다.

일주일은 꼬박 7일을 채우려

만들어진 것처럼 우리의 자국을 시침질했다.

결국 벽에 걸리긴 좋은 모양의 것이 된다.

 

낮에는 눈이 시렸다.

새것을 가지고 싶어서 담긴 물을 버리고

새 물을 받아 마신다.

닦아서 엎어 놓으면 우리는 다시

그것을 세워 놓았다.

오래 손에 쥐고 있어도

손가락 자국이 남는 것은 없었다.

잡고 싶은 것을 향해 달려들다

주저앉으면 젖은 바닥에

엉덩이는 금방 젖어버렸다.

 

허벅지에는 내일과 나의 이름이

바느질되어 있기도 했다.

가장 초라한 피가 밤새 흘러 앙상한

아침이 되면 급히 마신 미숫가루처럼

신물이 되어 넘어왔다.

문을 열고 나오면 양손이 필요한

일이 많았다.

 

잡을 수 없는 것을 손가락질하는

가벼운 것부터 시작했다.

엉덩방아 찧는 일과 물 마시는 일을 위해

문을 열고 나왔다.

양손은 아직 나에게 붙어 있고

바느질이 시작되었다.

손잡이보다 내 손이 더 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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