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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창작과 비평 신인상 당선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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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380회 작성일 18-10-18 1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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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창작과비평신인상 시 당선작

                                                                                             

 

조랑말 속달 우편 (4) / 곽문영

                                                                                                                                                                                                                                                                                    

                        매일 죽음도 불사하는 숙련된 기수여야 함

                                                                        고아 환영*

 


 

   달리던 기수의 뺨에 벌레가 앉았다 그것을 만지자 힘없이 부서졌다 바람에 죽기도 하는구나 야생 선인장이 많은 고장을 지나고 있었다 식물의 생사를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은 아직도 알지 못했다 매일 잠들기 전 기수는 그날 만난 바람을 필사했다 그것은 잘 썼다고도 못 썼다고도 말할 수 없는 일기였다 달리는 기수와 조랑말의 모양만큼 매일 바람은 일그러졌다 사무소를 출발한 기수는 열흘 이내에 동부의 모든 마을에 나타났다 기수는 작고 왜소해서 말에서 내리면 가장 먼 곳으로 심부름을 떠나온 아이 같았다 기수는 가끔 다른 지역의 기수에게 편지를 쓰기도 했다 다 쓴 편지를 자신의 가방에 넣고 스스로 배달하기도 했다 기수는 늘 휴대용 성경을 지니고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죽거나 다치는 이야기였다 한 사람이 태어난 이야기였다 기수는 매일 잠들기 전 누워 사무소에서 배운 대로 성호를 그었다 가슴 위로 그의 작은 손짓이 만든 바람이 잠깐 불다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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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랑말 속달 우편(1860~61) 기수 모집 공고

 

 

 

미래의 자리

 

 

 

    너는 매년 가족들과 몇 기의 무덤을 돌보러 그 산에 갔는데 너는 그것들이 누구의 무덤인지는 모르지만 그곳의 모든 비석에 너의 이름이 있어서 너의 무덤도 그곳에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너는 그곳에 가면 오래 풀을 뽑다 왔는데 잔디와 잡초가 어떻게 다른 것인지 몰라서 의심이 가는 풀을 매우 조심스럽게 다루느라 네가 만진 풀은 모두 중간에서 잘려 있었다 수풀 속에서 다양한 소리를 내는 벌레들이 그곳에 많았는데 한 번도 벌레를 본 적은 없어서 그것은 너의 가족들이 속으로 하는 말 같다고도 너는 말했다 우리는 함께 그 산에 올라 네가 누울 곳을 미리 바라보기도 하였다 한 명의 자리에 같이 누워보기도 하였다 그곳에서 숨소리도 메아리가 되었다

 



수경

 

 

 

    어제처럼만 하면 돼 분홍색 한복을 입은 수경이 말했다 너의 왼쪽과 오른쪽 얼굴을 반복해서 바라보며 하나의 얼굴을 완성하는 춤을 추었다 그래도 겁이 나면 한 명의 엄마를 같이 바라보자

 

    너의 어깨를 짚는 나의 자세를 너는 돌아보지도 않고 손질해준다 너의 몸이 커질수록 매일 조금씩 이동하는 너의 지점

 

    하나의 책상을 나눠 가지는 사람들이 커서 하나의 아이를 나눠 가지는 사이가 되는 것으로 알았고

 

    우리는 책상에서 매일 새로운 무늬를 발견했다 나뭇결은 나무가 한때 격렬하게 춤추었던 흔적 새로운 무늬를 발견하지 못한 날에는 무늬를 새겨주었다

 

    너는 모든 것을 리본으로 접을 줄 알았다 수명이 다한 것들만을 접었다 공중에서 잠자리의 날개가 떨어져나가는 것을 보았다

 

    잘린 날개가 잠자리보다 오래 날았다 너는 그것을 주워 접다가 더 잘게 찢어버렸다

 

    우리의 몸이 더 이상 자라지 않을 때 춤은 완성된다 우리의 몸이 다시 작아지기 시작할 때 우리는 새로운 춤을 출 수 있다

 

    잠자리를 묻고 내려가는 숲길이 어두웠다 우리는 오래 헤맸고 만약 더 어두웠다면 숲속에서 빛을 내는 것들을 쉽게 알아볼 수 있을 텐데

 

    그렇다면 눈을 감자 우리 모두 밤을 만들 줄 아니까

 

 

곽문영 / 1985년 충북 청주 출생. 숭실대 국어국문학과 졸업. 2018창작과비평신인상 시 당선.


| 심사평 |

 

 

    응모된 작품을 읽는 내내 어느 외딴 성당의 고해실에 들어와 있는 기분이었다. 얼굴은 보이지 않으나 저 가림막 뒤에, 분명한 목소리가 존재하고 있었다. 직접 마주하지 않아도 충분히 전해지는 마음들. 때론 유약해서 아름답고 때론 서늘해서 서글퍼지는 마음들. 그 마음의 색과 모양을 헤아리는 일은 아픈 이의 진맥을 짚는 것처럼 조심스럽고 정성을 요하는 일이었다. 이 말은 심사위원들의 눈길을 오랫동안 붙잡아두는 수작이 적지 않았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심사과정에서 그리 난항을 겪지는 않았는데, ‘생생한 육성만들어진 고백을 구별하는 일이 의외로 어렵지 않았기 때문이다. 거의 대부분의 시편들이 자신의 내면을 가감 없이 드러내는(혹은 토해내는) 방식을 취하고 있었기에 오히려 간결하고 담백한 언어를 만나기가 어려웠다고 할까. 물론 전자와 후자 중 어느 쪽이 나은지를 가릴 수는 없지만, 한쪽으로 너무 기우는 것은 우려할 만한 일이었다.

 

    최종심에서 논의된 5명의 시는 적어도 그런 우려로부터는 비교적 자유롭게, 자신만의 육성으로 발화할 줄 아는 작품들이었다. 먼저 곡예사의 일6편에서는 오랜 습작의 시간을 가늠케 하는 단단함이 엿보였다. “그네에 앉아/ 빛나는 것을 주워 담거나 청량하게 분열하는 중인 자신을 들여다볼 줄 아는 능력은 아무에게나 쉽게 주어지는 것이 아니다. 다만 시어를 선택하고 운용해나가는 과정이 얼마쯤 틀 안에서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 기성시인의 목소리를 떠올리게 한다는 점 등이 아쉬움으로 지적되었다. 단정함과 세련됨은 분명 미덕이지만 유려하게 다듬어진 불안은 매력이 없다. 좀 더 불완전하고 가파른 곳으로 자신의 시를 밀어붙이기를 응원한다.

 

   「공생8편도 미덕이 많은 시편들이었다. 시인이 자신의 내면으로 깊이 침잠해서 길어 올린, 육화된 언어라는 데에 이견이 없었다. 한동안 명맥이 끊긴 듯 보였던 기존의 시적 전통, ‘에코페미니즘*의 흐름을 받아 안으면서도 자연스럽고 활달한 상상력이 가미된 시편이었기에, 가로수처럼 정련된 시들 사이에서 눈에 띄었다. 다만 보내온 여러 편의 시들이 고르지 못했고, 이따금 생목으로 부르는 노래처럼 나이브한 육성이 그대로 노출될 때가 있어 선택을 주저하게 했다. 자신의 작품을 좀더 객관적으로 살피는 눈을 기른다면 머잖은 시일에 뵙게 될 것이 분명하다.

 

   「스탈린5편은 가독성이 좋았다. 최종심에서 논의된 작품 중 가장 패기 넘치는 작품이었고, 눈치 보지 않고 시를 밀고 나가는 힘이 느껴졌다. 현재를 살아가는 청년들의 모습을 적확하면서도 감상적이지 않게 그려내는 능력이 탁월했다. 그의 시의 정수라 할 수 있는 블랙유머는 분명 귀한 것이다. 다만 그 농담이 지나치게 단순한 수준에 그치거나 패턴화되어 있다는 느낌도 없지 않았다. 그러나 이 시인의 경우라면 이 정도 단점은 매력적인 장점에 충분히 묻히게 만들 수 있을 것 같다. 자신의 시적 개성을 더 밀고 나가기를, 더 비릿하고 서늘한 농담으로 깜짝 놀라게 해주기를 기대한다.

 

    심사자들의 손에 최종적으로 남은 작품은 그래도 네가 있다5편과 조랑말 속달 우편4편이었다. 두 사람은 전혀 다른 개성과 매력을 지니고 있어 결정을 더디게 했다. 그래도 네가 있다5편은 인위적이지 않은 호흡이 자연스럽게 만들어내는 리듬감이 장점으로 꼽혔다. 억지로 시를 만들려 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흘러나오는 이야기 속에 이미 시가 스며 있다는 것은, 그가 생래적인 시인임을 입증하는 대목이다. 응모한 작품들을 처음부터 끝까지 읽었을 때 마치 한 편의 장시를 읽은 듯한 느낌이 드는 것도 같은 이유일 것이다. 그러나 이따금 긴장이 풀어져 느슨해지는 부분이 없지 않고, 이런 호흡으로만 이루어진 시집을 통째로 읽으면 지루할 것 같다는 인상도 남았다. 매 시편의 완성도를 높이는 쪽으로, 장점인 리듬감은 유지하되 어떻게 시를 변주할 것인가를 고민하며 나아간다면 머잖아 좋은 시인으로 만나게 되리라 생각한다.

 

    이런저런 아쉬움으로 인해 하나둘 작품을 내려놓다 보니 조랑말 속달 우편4편이 남았다. 전체적으로 고른 수준을 유지하고 있어 심사위원들에게 믿음을 주었다. 무엇보다 이 시인의 시에는 과잉이나 엄살이 없다. 정념이 언어를 앞지르지도 않는다. 일관된 정서를 뒷받침하는 간결하고 담백한 문장, 오래 마음에 담고 궁글린 뒤에 최소한으로 내려놓는 언어가 있을 뿐이다. 그에게는 잔디와 잡초가 어떻게 다른 것인지 몰라서 의심이 가는 풀을 매우 조심스럽게 다루는 세심함이 있고 숨소리도 메아리가 되었”(미래의 자리)음을 발견하는 시선의 투명함이 있었다. 그의 시를 읽으며 좋은 문장은 수사가 화려한 문장이 아니라 정확한 문장임을 새삼 확인했다.

    이토록 극악한 세상에서 정신의 세심함과 투명함을 유지한다는 건, 결코 쉽지 않은 길일 것이다. 하지만 걱정은 되지 않는다. 그는 이미 매일 죽음도 불사하는 숙련된 기수”(조랑말 속달 우편)가 아닌가. 앞으로 그대의 편지가 더 먼 곳으로 더 많은 이들에게 배달될 수 있기를. 당선을 축하한다.

 

     

  심사위원 : 김현  손택수  안희연  유병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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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코페미니즘(Ecofeminism) : 생태주의 여성주의 합쳐진 사상이므로, 1970년대 프랑수아즈 도본느에 의해 처음 사용된 용어이다. 여성해방론생태학 그리고 자연해방론이 주류를 이은다. 생태여성주의에서는 양성차별과 생태파괴 현상은 서구에서 나타난 이원론적 관점에서 비롯된 사회모순이라고 지적한다. 프랑수아즈 도본느를 포함한 일부 여성운동가들은, 사회가 생태계를 무분별하게 착취하고 무시하듯이, 여성을 생태계의 위치에 비교하여 처음으로 주장했다. , 여성은 사회에서 남성들에 의해 무시되고, 억압되는 사회현상을 인간이 자연을 제대로 파악하지 않으려 하고 자연 파괴를 일삼는 사회현상과 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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