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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시산맥> 신인상 당선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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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3,436회 작성일 15-07-06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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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시산>신인상 당선작 

                                                   심사위원 : 김광기, 유정이, 전해수

 

 

 

목련의 오차 

   최연수

 

그해, 인구조사는

호흡 가파른 동네를 오르내렸다

 

목련나무 마디 굵은 손이 가리킨 골목

오래거나 갓 핀 송이를 통계 낸 필체가 흐릿한지

가지는 여러 번 센 숫자를 담에 눌러 적었다

 

눈먼 봉오리들이 발을 헛딛는 높은 지대

샛길은 몰래 짐 가방을 챙겨 내려가고

올라오지 않는 소식을 괄호로 남겨두듯

나무는 숨은 꽃을 암산으로 헤아렸다

 

무료함만 켜놓고 일 나간 집들

익숙한 이름을 들고 다시 골목 칸칸을 두드릴 때면

지붕을 밟고 다니는 기분이었다

 

산 번지 빈칸을 채운

고요 한 채와 찢어진 연과 붕붕거리는 꽃의 시종들

눈부신 외출을 마친

인기척 없는 신발을 센 나는 사월 옆에 숫자 2를 적었다

 

마른 젖을 물린 어미개와 마주친 순간 녹슨 고리처럼

표정이 얽혔다 풀어지고

서류철엔 몇 마리 울음이 추가되었다

 

계약직 같은 봄날, 낮과 밤이 다른 오차와 통계

수수료를 떼듯

하얀 방에 들어앉은 목련 촉이 팍, 끊어지고

학점과 맞바꾼 길에선 저걱 저걱 유리 밟는 소리가 났다

 

 

 

고양이캔디

 

 

 

하품을 뱉는 한낮에

누가 설탕을 뿌려놓았을까

 

누운 그림자를 따라 정오마저 가지런해지면

노란 포도알이 가물가물 닫힌다

수염에 찔린 비린 햇살이 나비모양으로 흩어진다

 

네 다리를 늘어뜨린 나른한 호흡을

쪽쪽 빨아먹는 바닥

볕은 셀로판지처럼 바스락거리고

지붕에서 옥상으로 건너뛰던 아슬한 착지와

골목을 뒤지던 배고픔이 따스한 손에 다 녹는다

 

오물오물

고양이를 아껴먹는 노파

고요한 하품이 주름진 입 속으로 뛰어든다

 

떠도는 울음을 불러 갈치 한 토막을 굽는 동안

발톱은 안으로 휘어졌다

매끄러운 소리를 무릎담요로 덮고 앉으면

말랑하고 끈적끈적해지는 기류

 

쓰다듬을수록 동그래지는 사탕

침침한 눈과 귀로 녹여먹는 뒷맛이 달다

 

 

 

드므*

 

 

 

주술이 통하는 곳이 얼굴이라면,

신은 가장 잘 속아 넘어가는 것들로 이목구비를 만들었다

 

어떤 사무친 마음 있는지

물거울 속 또렷한 얼굴이 중얼거리고

내 손가락에 놀란 수피水皮가 재빨리 지문을 찍었다

 

어느 궁에서 본 드므 속엔 밤마다 당황한 불이 있었다

슬며시 다가와 비추는 순간,

말끄러미 올려다봤다는 화마

떠다니는 달에 황급히 얼굴을 벗어 걸어도

푸시시 불은 꺼졌다고 했다

 

얼마나 부끄러웠으면 제 자신을 꺼버려야만 했을까

놀란 걸음이 서둘러 빠져나가고

잠시 고요한 파문이 남았을 것이다

 

불을 다스리는 건 냉수밖에 없지,

가슴을 끈 아버지에게선 여울목 물소리가 났다

그래도 남은 화기가 있는지

약수 한 통 받아들고 오솔길을 내려가셨다

 

그 밤, 냉장고를 열자

낯익은 손이 방금 다녀갔는지 흔들리다 잦아든 갈증

유리컵으로 옮긴

찰랑이는 거울 속엔 여전히 화끈거리는 내가 있었다

 

 

* 넓적하게 생긴 큰 독. 火魔가 물에 비친 자신의 얼굴을 보고 도망을 간다는 주술적 의미.

 

 

 

우산의 시간

 

 

 

엄마를 따라간 그날, 공장에는 두개의 문이 있었다

 

왼쪽을 열면 정오의 해가,

오른쪽을 열면 구름이 내걸리고

 

심장 쪽을 믿는 엄마가 우측 문을 열자

구름을 숨긴 포자들이 날아들었다

섶다리 밀려온 수상한 기미가 함께 떠다녔다​

 

검은 하늘은 자주 무너졌다

손잡이 망가진 우리 집, 아버지는 사진 속에서만 웃었다 ​

 

꽃무늬 양산을 내던지고 우산공장으로 출근한 엄마

챙 좁은 우산 같은 월급 속으로 뛰어든 우리는

젖은 서로의 어깨를 쓸어주었다

 

슬레이트지붕에 대못이 박히는 시간

살이 부러진 여름은 길에 나뒹굴고

구멍 난 하늘이 방 안 양동이 속으로 뛰어내렸다

구름사촌이었던 우리는 퐁, 퐁, 리듬에 맞춰 잠이 들었다

 

정오의 해를 찾아 나선 부도난 양산의 계절

먹구름 몰래 펼쳐든 우리들 웃음에서

녹슨 쇳소리가 났다

 

 

 

프릴의 계절

 

 

 

음료를 삼키는

건조한 그의 후두가 펌프질을 했다

 

빨대 꽂힌 주스 팩이 홀쭉해졌다

 

꽃들이 모두 뛰어내린 허전한 목

바람이 핥는 꽃대가 불안하다

마지막 꽃냄새를 들이켜는 바람의 양볼이 쏙 들어간다

 

프릴은 허전한 목들이 하루를 사는 방식

꽃잎 무성한 계절,

꽃나무들이 몇 겹 주름 속으로 속내를 감춘다

 

변종된 겹 백일홍이 숨긴 뒤편은 수상쩍고

목도리도마뱀의 프릴은 치명적인 무기다

 

지금은 시린 발을 감춘

늙은 연밥이 거꾸로 매달리는 계절

황혼은 거리의 불빛들을 숲으로 끌어오고

목이 허전한 나뭇가지들이 노을 목도리를 칭칭 감는다

 

움츠린 외투 안주머니에 그의 봄날이 있듯

노란 부리를 감싼

숲속 프릴 속에는 숨겨둔 온기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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