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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서울신문 신춘문예 당선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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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3,653회 작성일 15-07-06 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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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서울신문 신춘문예 시 당선작

​​​
키워드 / 최은묵


  죽은 우물을 건져냈다

  우물을 뒤집어 살을 바르는 동안 부식되지 않은 갈까마귀가 떼가 땅으로 내려왔다

  두레박으로 소문을 나눠마신 자들이 전염병에 걸린
  거목의 마을  

  레드우드 꼭대기로 안개가 핀다, 안개는 흰개미가 밤새 그린 지하의 지도

  아이를 안은 채 굳은 여자의 왼발이 길의 끝이었다
  끊긴 길마다 우물이 피어났다, 여자의 눈물을 성수라 믿는 사람들이 물통을 든 채 말라가고 있었다

  잎 떨어진 계절마다 배설을 끝낸 평면들이 지하를 걸어나갔다
  부풀지 못한 뼈들을 눕혀 물길을 만들면 사람들의 발목에도 실뿌리가 자랄까
  안개가 사라진다 흰개미가 우물 입구를 닫을 시간이다

  우물은 떠나지 못한 자의 피부다






심사평

- 죽음의 사건을 환기하며 시대의 음화 그려내 / 정호승, 나희덕



  사회 전체가 죽음의 사건들에 침잠된 탓인지 올해 투고작들은 전반적으로 어둡고 무거운 느낌이었다. 몽환적이고 묵시록적인 분위기가 감도는 작품들도 많았다

  이 죽음의 시대에 시는 현실적인 응전이나 전망을 보여주기보다는 그 내상(內傷)을 깊이 앓으며 치러내는 제의적 행위에 가까운 것일까. 그러나 이런 현상이 한편으로는 죽음 앞에서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무력감이나 패배의식의 반영으로 보이기도 한다.

  당선작인 최은묵의 ‘키워드’ 역시 ‘죽은 우물’을 중심으로 우리 시대의 음화(陰畵)를 그려내고 있다. 이미지가 지나치게 모호해서 소통이 쉽지 않다는 지적도 있었지만 고도의 암시성은 시에 있어서 결함보다는 장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시는 세월호를 비롯해 죽음의 사건들을 환기하면서 그것을 상징화된 제의로 감싸안는다. 나머지 시들에서도 어딘가 깨지고 부서지고 불구화되고 불모화된 존재들이 그려내는 고통과 폐허의 풍경은 하나의 세계를 이루었다고 할 만하다.

  당선작과 함께 마지막까지 고민했던 작품은 서진배의 ‘고립한다’였다. 이 시는 ‘고립’에 대한 사유를 ‘벽’이라는 소재를 중심으로 밀고나가 개성적인 존재론에 이르고 있는데, 특히 ‘고립되다’의 수동성을 ‘고립하다’의 능동성으로 전환해내는 인식의 힘이 좋았다. 하지만 산문적인 어투나 언어의 긴장을 잃어버린 대목들이 눈에 띄고 나머지 작품의 밀도가 뒷받침되지 못했다.

  이 밖에도 유니크한 발상과 탄력적인 리듬을 보여준 김창훈의 ‘스핑크스의 그림자’, 대상의 기미를 섬세하게 알아차리고 그것을 감각적으로 잘 풀어낸 이정오의 ‘멀다’ 등도 좋게 읽었다. 당선자에게는 진심 어린 축하를, 나머지 세 분에게는 격려와 기대의 마음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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