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경인일보> 신춘문예 당선작 > 공모전 당선작

본문 바로가기
사이트 내 전체검색
시마을 Youtube Channel

공모전 당선작

  • HOME
  • 문학가 산책
  • 공모전 당선작

        (관리자 전용)

 ☞ 舊. 공모전 당선작

 

주요 언론이나 중견문예지의 문학공모전 수상작품을 소개하는 공간입니다


2016년 <경인일보> 신춘문예 당선작

페이지 정보

작성자 profile_image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3,497회 작성일 16-01-04 12:14

본문

대봉

 

김이솝

 

파르티잔들이
노모의 흐린 눈에 가을을 찔러 넣는다.
턱밑에 은빛 강물을 가두고 은어 떼를 몰고 간다.

 

쿵! 폭발하는 나무들.

 

온통 달거리 중인 대봉 밭에
감잎 진다.

 

며느리가 먹여주고 있는 대봉을
다 핥지 못하고
뚝뚝, 생혈(生血)을 떨구는 어머니.

 

남편과 아들이 묻힌 지리산 골짜기
유골을 찾을 때까진 살아 있어야 한다고
삽을 놓고 우는 섬진강변.

 

귀를 묻고 돌아오는 저녁.


 

 

심사평

역사의 질곡이 준 상처를 보듬기 위하여

 

  예상을 넘어서는 좋은 수준의 작품이, 그것도 예년보다 훨씬 많이 답지한 것은, 중앙과 지방의 간격이 그만큼 좁혀졌다는 뜻일 터이다. 수원과 인천은 물론 서울에서도 많은 예비시인들의 작품이 날아와 쌓였다.

 

  당선작은 신춘문예 역사상 유례가 없었을 거라 생각되는데, 지리산 일대에서 준동하다 죽어간 두 파르티잔(빨치산)과 죽음을 지켜본 어떤 여성의 생을 다룬 시다. 현대사와 가족사와 개인사가 중첩되어 있는데 시는 짧다. 한국전쟁 전에, 전쟁 과정에, 그리고 휴전 후에 몇 명이 지리산 일대에서 죽어갔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너무 많았기 때문이다. “남편과 아들이 묻힌 지리산 골짜기/ 유골을 찾을 때까진 살아 있어야 한다”고 삽을 놓고 울던, 고인의 어머니와 아내는 이제 연로해 몸도 마음도 성치 못하다. “며느리가 먹여주고 있는 대봉을/ 다 핥지 못하고/ 뚝뚝, 생혈(生血)을 떨구는 어머니”의 그 생혈은 눈물일까 홍시일까. 눈도 귀도 어두운 노파는 눈이 잘 안보이는 이유가, 귀가 잘 안 들리는 이유가 노환에만 있지 않다. 그 시절에 젊은 아낙은 보지 말아야 할 것을 보았고 듣지 말아야 할 것을 들었다. 노화로 인한 것이 아니라 60년 세월이 흘러도 아물지 않은 상처 때문임을 알고 있는 시인의 역사의식을 두 심사위원은 높이 사기로 했다. 생략과 비약이 좀 심한 것이 약점이지만 독특한 은유법과 의미심장한 상징화는 칭찬해줄 만한 장점이다.

 

  작품 자체의 완성도는 ‘소 발굽에서 꽃피고(박윤우)’가 단연 높았다. 문제는 이 작품을 받쳐주는 작품이 없다는 것이었다. 시 한 편만 놓고 본다면 신춘문예 당선작 중에서도 화제가 될 시인데 아쉽고 안타깝다.

 

  ‘도배사(홍정선)’의 튼튼한 주제의식, ‘늦은 마트(권수옥)’의 따뜻한 시선, ‘절름발이(이경동)’의 세심한 관찰력, ‘스타킹페티시(이인영)’의 신세대적 감각도 놓치기 아까웠지만 내년을 기약하며 더욱 열심히 습작하기 바란다. 한두 해 늦게 등단해서라도 오래오래 시를 쓰는 것이 중요한 일이므로. 당선자에게는 축하의 박수를 보내고, 낙선자들에게는 격려의 악수를 청한다.

 (이승하, 최동호)

추천0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Total 284건 1 페이지
공모전 당선작 목록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추천 날짜
284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850 0 07-06
283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420 0 10-18
282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135 0 01-04
281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506 1 09-16
280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485 0 07-06
279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480 0 01-04
278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913 0 09-07
277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701 0 10-01
276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676 0 11-19
275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523 0 06-02
274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437 0 01-03
273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424 0 07-13
272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419 0 07-13
271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380 0 07-06
270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318 1 07-06
269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280 0 09-08
268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124 0 01-04
267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089 0 07-06
266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055 0 07-06
265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027 0 07-06
264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993 0 07-08
263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982 1 07-06
262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954 0 05-18
261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938 0 11-19
260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889 0 01-04
259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887 0 08-25
258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862 0 07-06
257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849 0 06-23
256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831 0 07-06
255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801 0 09-08
254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801 0 01-04
253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790 0 11-19
252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761 0 01-04
251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749 0 07-06
250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681 0 05-18
249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680 0 11-19
248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679 0 07-06
247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653 0 07-06
246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638 0 07-06
245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624 0 10-19
244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606 0 06-11
243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557 1 07-13
242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543 0 04-05
241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521 0 07-06
240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512 0 10-18
239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511 0 07-06
열람중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498 0 01-04
237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492 0 01-04
236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479 0 01-04
235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472 0 09-07
게시물 검색

 


  • 시와 그리움이 있는 마을
  • (07328) 서울시 영등포구 여의나루로 60 여의도우체국 사서함 645호
  • 관리자이메일 feelpoem@gmail.com
Copyright by FEELPOEM 2001.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