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현대문학>신인추천 당선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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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3,845회 작성일 16-06-23 10:53본문
2016년 <현대문학>신인추천 당선작
안식/ 정우신
죽은 자의 가슴 위에 석류를 올려놓았다
지상의 한 칸에서 식어가던 그림자가 나무 그늘로 들어가 몸을 데웠다
손톱이 없는 아이들은 나무에 올라가 열매를 서로 주고받았다
빛이라는 가장 긴 못에 박혀 어둠의 심장에서 뿌리의 모양으로 말라가는 사내
석양이 호수에 눈물을 뱉어내면 분수는 슬픔을 동그랗게 밀어 올렸다
허공의 눈을 찢으며 날아가는 새떼들
새의 눈이 얼굴 위로 쏟아지면 쥐가 달려와 안개의 떫은 맛을 골라냈다
숲 속에서 아이들은 석류을 들고 망치질을 했다 말이 없는 두 발목을 종이로 감쌌다
죽은 나무 안에 누워본다
뿌리는 어둠을 키우며 나를 뱉어낸다
풀/ 정우신
움직이는 것은 슬픈가.
차가운 것은 움직이지 않는가.
발목은 눈보라와 함께 증발해버린 청춘, 다리를 절룩이며 파이프를 옮겼다. 눈을 쓸고 뒤를 돌아보면 다시 눈 속에 파묻힌 다리, 자라고 있을까.
달팽이가, 어느 날 아침 운동화 앞으로 갑자기 떨어진 달팽이가 레일 위를 기어가고 있다. 갈 수 있을까. 갈 수 있을까. 다락방에서 반찬을 몰래 집아 먹다 잠든 소년의 꿈속으로. 덧댄 금속이 닳아서 살을 드러내는 현실의 기분으로
월급을 전부 부쳤다. 온종일 걸었다. 산책을 하는 신의 풍경, 움직이는 생물이 없다. 삶을 대하는 태도가 없다. 공장으로 돌아와 무릎 크기의 눈덩이를 몇 개 만들다가 잠에 든다.
움직이지 않는 것은 슬픈가.
가만히 있는 식물은 왜 움직이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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