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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현대문학>신인상 당선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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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2,653회 작성일 17-06-21 1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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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듭 외


오은경



 

어제와 같은 장소에 갔는데
당신이 없었기 때문에 당신이 없다는 것을
염두에 두지 않았던 내가
돌아갑니다


파출소를 지나면 공원이 보이고
어제는 없던 풍선 몇 개가
떠 있습니다
사이에는 하늘이
매듭을 지어 구름을 만들었습니다


내가 겪어보지 못한 풍경 속을
가로지르는 새 떼처럼
먹고 잠들고 일어나 먼저 창문을 여는 것은
당신의 습관인데 볕이 내리쬐는

나는 무엇을 위해

눈을 감고 있던 걸까요?


낯선 풍경을 익숙하다고 느꼈던
나는 길을 잃었습니다


내부가 보이지 않는 건물 앞에
멈춰 서 있습니다
구름이 변화를 거듭합니다
창문에 비친 세계를 이해한다고 믿었지만
나는 세계에 속해 있습니다


당신보다 나는 먼저 도착합니다
내가 없었기 떄문에 내가 없다는 것을
염두에 두지 않았던 당신에게
나는 돌아와 있습니다



 

새싹 뽑기, 어린 짐승 쏘기*



나는 뒤를 돌아보는 것보다 돌아보지 않는 것을 택했지만
뒤를 돌아볼 수 있었다 다시
누군가 나를 쫓아오는 기분이었다


어쩌면 따라가는 건 내가 아니었을까? 보이지 않는 누군가
나를 완성하고 있다고 느꼈다


잡초가 무성했으며
접초 속에 발을 디딜 때마다 운동화를 잃어버린 것 같았다
여러 번 신발끈을 고쳐 묶었다


깨끗했던 운동화가 다른 사람의 신발을 신은 것처럼 낡았다
맨발로 길을 걷는 것처럼
나는 흙투성이였다 누군가 먼저 나에게 손을 내밀기 전에


내가 새싹을 뽑았다
망각이 거듭되었다 녹아버린 눈 때문에 운동화가 차가워졌고
나는 목이 마를 뿐이다 그러나 마실 물이 없다면
벌써 내 몫의 생수는 지워진 것이다
빵을 조금만 나눠줄 수 있느냐고 누군가 물었다
고개를 저었지만 나는 한번도 열어본 적 없는 주머니를 지녔다


까만색 레인코트를 입은 내가
다른 사람을 찾고 있었을 때 누군가 코트 자락을 펄럭이면서
나를 밟고 지나갔다

 
*오에 겐자부로, 새싹뽑기, 어린 짐승 쏘기 에서 제목 차용


 


우리의 믿음이 만약 우리와 같다면


 

갑자기 통화가 끊겼고 네가 왔다
너는 세 시간 만에 고속버스에서 내려
달리는 승용차에서 번지는 헤드라이트
불빛을 따라 굴다리를 건넜다고 했다


너에게 주소를 알려준 적도 없는데
너는 어떻게 알고 찾아온 걸까


너와 맞잡은 손은 금세 땀으로 축축해졌다
이사를 온 지 얼마 되지 않아 나조차도 잘 모르는
이곳, 분수대 뒤로 풍차가 회전하는 것이 보였다
정원에는 사람들이 꽤 많았다


먼 거리였지만 옆집 언니를 발견한 너는
갑자기 청색 모자를 쓴 사내였다 네가 돌아오지 않을 것 같아
나는 사내를 따라 모퉁이를 향했다


툴립이 피어 있었다 사내의 뒤꿈치에 밟힌
툴립처럼 나에게 푸르고 검은 거미줄이 묻었다
내 손에 거미가 붙었다고 언니가 일러주었다
사내 대신 자신을 데려가달라고 언니는
나를 잡아당겼다 물에 젖은 나방을 발견했을 때
누군가 내 어깨를 밀쳤다


나는 멀어졌고 언니인 사내는
늙고 지친 노인이었다
집으로 돌아가자던 노인을 허리가 휘었고
나는 아무것도 묻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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