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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회 정남진 신인 시문학상 당선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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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2,026회 작성일 17-08-17 2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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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회 정남진 신인 시문학상

      

 

성금숙 시인 우리의 목4

김경린 시인 일요일의 연대기4

    

 

예심 : 문정영 강주

본심 : 전기철 조윤희 배홍배




우리의 목 4편 / 성금숙 

 

 

우리가 된 우리는 서로 길들여지고 길들었다

길들여지는 것은 자신과 멀어지는 일이어서

우리의 목은 우리로 돌아가 있었다

우리 속 고독에 대해 입 없는 것처럼 함구하고

침묵으로 누운 우리의 저녁

어긋난 입모양들이 덜그럭거렸다

 

굳게 닫힌 우리 문

바깥 생각을 우리에 심으면

눈이 발생하고 뾰족하게 싹이 났다

반듯한 이마로 뻗는 뿌리들

 

우리의 우리 틈에서 자란 뿔들로 이마가 울퉁불퉁해진 우리는

없으므로 보이지 않는,

우리 문을 두리번거렸다

 

폭풍이 지난 후

고요한 우리 속

 

처음부터 없던 우리에서

처음부터 있던 우리 밖으로

우리에서 멀어질수록 가까워지는 초원으로

우리는 점차 눈길을 돌렸다

멀어져서 희미해진 우리의 우리를 넘는 순간

우리는 벌써 우리의 우리로부터 까마득해졌다

우리의 목은 우리에서 각자에게로 돌아왔다

 

 

 

 

진동하는 침묵

 


 

침묵을 멈추지 않네

 

죽어서 싹이 돋고

꺼진 듯 불씨를 키우고

 

내 입으로 쏜 말이

총알처럼 날아가 날카롭게 박힌

 

당신이라는 문장을 떠올리면

일렬로 날아가던 새들이 흩어지고

공중이 활처럼 휘어졌다 펴지고

눈이 내리고 비가 내리네

 

비의 말을 도르르 말아 낙하시키던

마른 연잎은 목을 꺾었네

꽁꽁 언 연못에 돌을 던지며

가까스로 이를 보이며 웃던

당신을 멈춰야 하네

 

당신에게 나는 검은 사람

검은 머리 검은 웃음

천 개의 먹칠한 숫자

 

진동하는 당신의 침묵을 꺼야 하네

 

당신에게 박힌 말을 빼서

거꾸로 내 심장에 박아야 하네

어둠이 더미로 몰려오기 전

당신을 제발, 멈추게 해야 하네

 

 

 

 

 

 

 

하얀 생각을 뭉치면

그 겹겹은 어둡습니다

검은 생각들,

 

사람을 둥글게 뭉치면

덩어리가 됩니다

 

깔깔대고 박수를 치고 연대하는

뭉치기 좋은 광장은 사람을

사람은 눈을 뭉칩니다

 

뭉친 덩어리를

굴리고 받고 던지고

던지고 받고 굴리고

덩어리는 오른쪽 왼쪽

골고루 불어납니다

 

역삼각형 얼굴에 찢어진 눈꼬리

사람들이 내게 둥글둥글하다고 말하는 것은

내가 덩어리이기 때문입니다

 

나를 뭉치느라 늘 어깨통증이 있습니다만,

눈 내리는 광장을 보며 또 눈을 뭉칩니다

불어나기를 멈추지 않아서 나는 떠오릅니다

 

둥둥 떠오른,

 

납작한 그 뒤통수를

처진 눈꺼풀 안쪽에서

나의 슬픈 눈이 지켜봅니다

 



 

훔쳐서 쓰다

 

 

 

초록이 죽고

초록이 번진

 

풍경을 훔쳤다

 

내막 없는 슬픔처럼 아름답게

서어나무 가슴에 뻥 뚫린 구멍

벌레에 잠식당한

둥근 무늬들

못 자국처럼 몸에 파인

네 흔적을 실크로 가렸다

은폐할수록 그 속에 발이 빠져서

소멸되고 있을 때

 

숲에서 벌레에 먹힌 서어나무 구멍이

이끼를 키우며 사는 것을 보았다

죽음의 생기를

북돋는 숨소리

그 풍경을 훔쳐서

내 몸속에 지녔다

 

훔친 생기를

수시로 나의 표정에 썼다

발칙하게도,

나는 점점 발랄해져가고 있다

 

 

 

 

 

눈물이 핑 돌다

 

 

 

시곗바늘이 또박또박 돈다

 

경비원이 멱살을 잡은 잠을 뒤로 돌린다

골목이 담을 넘은 소문을 돌린다

신호등이 사거리를 팽이처럼 팽팽 돌린다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오르내리는 사람들

왼쪽 얼굴과 오른쪽 얼굴이 포개진다

 

불변의 일상이 나를 돌린다

나는 팔랑개비처럼 팔랑팔랑 돌며

우리 집 구석구석을 돌린다

 

밥값을 계산하다 바닥에 떨어뜨린 동전이 돌다 쓰러진다

돌지 않는 돈을 세다

아스피린을 삼킨 오렌지분식 사장님

 

참도 거짓도 옹호하지 않고

회전문이 돈다

 

도는 것들은 닳아서 반들거리고

도는 것들은 들어왔으면 나가야 해서

내 입구로 들어온 것은 출구를 찾아 몸속을 돈다

 

이다지도 황홀하게 돌아가는 세상

출구가 가까워질수록 속도가 빨라진다

 

나를 부르는 사람이 없으므로 편안한 날들이 지속된다

채널을 돌리다 개그콘서트를 본다

너무 우스워 눈물이 핑 돈다

 

 

 

 

정남진 신인 시문학상 수상 소감

 

 

문지방을 넘다

 

 

잠 못 들고 뒤척이던 여름밤, 노래 소리에 끌려 마당으로 나가면 저수지 건너에서 물에 빠지며 찰람찰람 건너오는 불빛들이 있었다. 그때 나는 어린 마음에 그 불빛의 일원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어렴풋이 했다. 망설이다가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찾아간 시와의 만남. 내 상상은 단단한 시멘트 같아서 시와의 동침은 방 구석구석에 먼지를 쌓이게 했다. 겁도 없이 그렇게 시작한 시작(詩作)으로 나는 아픈 것보다 더 아픈, 아프지 않은 증세를 행복하게 앓았다.

오늘 당선소식은 문 밖 어두운 곳에 서 있는 내게 불이 환하게 켜진 방문을 열어준 것은 아닐까! 꽃다발을 안겨주며 문지방을 넘어오라고 어릴 적 마음속에 깊게 음각된 저수지 건너 불빛의 일원이 되라고 허락해준 것은 아닐까! 꽃다발도 축하도 왁자함도 시들겠지만 내 방에 남을 그 향기는 상장처럼 걸어놓고 끝까지 같이 할 것이다. 앞으로 시를 만나는 날이나 만나지 못하는 날이나 눈 마주치는 것들에게 말을 걸고 듣도록 노력할 것이다. 시가 퇴색되지 않도록 낡고 허름한 나의 서랍을 끊임없이 열 것이다.

나의 사랑하는 가족과 엄마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한다. 또한 주저앉으려 할 때마다 나를 북돋아주고 다독여준 분들과 나와 인연이 된 분들 모두에게 머리 숙여 감사드린다.

미흡한 시를 선해주신 전기철, 배홍배, 조윤희 선생님 그리고 이 상의 관계자 여러분께도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곧 첫 기일을 맞는 아버지의 영전에 당선의 기쁨과 시를 바칩니다 추천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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