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맨부커상을 기폭제로 여러 국제 문학상에서 잇달아 한강의 작품을 주목한 가운데 이번에는 '소년이 온다'를 읽은 일본 독자들이 작품의 배경이 된 5.18 유적지를 찾아 한국을 방문한다.
일본 도쿄에서 한국문학 번역출판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쿠온 출판사는 오는 11일부터 14일까지 한강의 소설을 읽은 일본 독자 33명이 광주를 찾는 문학기행을 떠난다고 8일 밝혔다.
'소년이 온다'는 한강이 2014년 발표한 소설로, 1980년 5.18 광주민주화운동 당시의 상황과 그 이후 남겨진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일본 독자들은 이번 기행에서 한강의 부친 한승원 작가를 만나 '내가 보고 살아온 전라도, 그리고 5.18'이라는 주제의 강연을 듣고, 안종철 5.18 특별진상위원회 위원과 함께 국립5.18민주묘지, 전남도청, 전남대, 상무대 등을 방문한다.
광주시립미술관 명예관장인 하정웅 평론가와 함께 광주시립미술관을 관람한 뒤 작품에 등장하는 또다른 지역 여수로 건너가 향일암, 오동도 등을 둘러본다.
앞서 쿠온출판사는 '소년이 온다'를 일본어로 번역 출판해 일본 독자들을 대상으로 5.18 광주민주화운동에 대한 학습과 독서토론회를 여러차례 진행했다. 한강에 대한 국제적 관심을 반영, 문학한류를 이끄는데 힘을 보태고 있다.
한강은 지난해 '채식주의자'로 한국인 최초, 최연소 '맨부커 인터내셔널상'을 받은데 이어 지난 9월 '소년이 온다'로 이탈리아의 권위 있는 문학상 '말라파르테'를 수상하며 국제무대에서 탄탄한 입지를 쌓아가고 있다.
지난 2일에는 2016년 발표한 소설 '흰'이 영국에서 번역 출간되며 영국 일간 가디언에 '오늘의 책'으로 보도됐다. 지난해 맨부커 상 최종작 후보에 올랐던 남아프리카공화국 출신 작가 데보라 레비는 한강의 소설에 대한 서평에서 "상처와 고통을 언어로 초월하려는 한강의 소망을 잘 담아낸 신비한 텍스트"라며 높이 평가했다.
영국에서는 책이 출간되기 전부터 권위 있는 매체나 문학계 인사들에게 미리 작품을 소개하고 읽어보게 한다. 이때 받은 평가에 따라 판매부수가 확정되며, 좋은 반응을 얻은 작품은 출간일에 맞춰 저명한 인사로부터 받은 서평을 보도한다. 그런 점에서 한강의 작품이 출간과 동시에 가디언에 보도된 것은 현지에서 좋은 평가를 이끌어낸 결과로 풀이된다.
한강은 프랑스 메디치 외국문학상 후보에도 이름을 올렸다. 한강의 5번째 장편소설 '희랍어 시간'이 올해 퓰리처상 수상작인 미국 작가 콜슨 화이트헤드의 '언더그라운드 레일로드' 등과 함께 후보작 12편에 포함된 것. 메디치상은 공쿠르상·페미나상과 함께 프랑스 3대 문학상으로 꼽힌다. 앞서 밀란 쿤데라(1973), 움베르토 에코(1982), 폴 오스터(1993), 오르한 파무크(2005) 등 유명 작가들이 메디치 외국문학상을 수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