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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창작 교육의 과제와 이론 - 윤여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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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2,350회 작성일 15-10-06 0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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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창작 교육의 과제와 이론

윤여탁(서울대 교수)

Ⅰ.
우리의 문학 교실에서의 시 학습에 대하여 생각해 보기로 하자. 시를 교수・학습하면서 우리가 옛날에 그랬던 것처럼, 시인의 행적이나 시적 셩향에 대해서 알아보고, 시의 운율, 주제, 제재, 비유, 이미지에 대하여 개념들을 외우고, 이렇게 학습한 개념들을 텍스트로 제시된 시작품에서 확인하는 활동을 지금도 반복하고 있을까? 나는 현재의 문학 교실은 그렇지 않을 것이라는 희망적인 생각과 이같은 일이 있다고 하더라도 아주 부분적인 현상일 뿐이라는 소박한 진단을 내리고 싶다.
예전처럼 시와 관련된 지식을 암기하는 단계는 이미 지났고, 많은 문학 교사들에 의하여 다양한 방법으로 시 학습이 풍요롭게 이루어지고 있다는 생각이다. 여기서는 우리의 문학 교사들이 교실 현장에서 시를 재미있게 가르치고, 학생들은 재미있게 시를 배울 수 있는 방법들에 대해서 알아보고자 한다. 즉 교수・학습이 이루어지는 현장에서 고급스런 예술 자료로서의 문학 작품인 시가 아니라 일상 생활에서 흔히 만날 수 있는 언어 자료로서 시의 속성들을 활용할 수 있는 방법과 가능성을 탐색하고자 한다.
이같은 방법적 모색은 주로 교수․학습의 전략 차원에 해당하는 것으로, 그동안 암기의 대상이었던 문학 지식에 대한 학습이 문학의 이해와 표현 또는 수용과 창작에 적극 활용될 수 있으며, 이 과정에는 인간의 창의력이나 사고력이 다양하게 나타날 수 있음을 전제로 한다. 즉 문학의 이해와 표현 단계는 학습자의 각기 다른 특성이 창조적으로 발현되는 과정이며, 우리의 문학 교육에서 주도적인 활동이었던 문학 작품에 대한 이해를 넘어서, 학습자 자신들의 생각을 적극적으로 말하거나 쓸 수 있어야 한다는 표현의 차원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목표를 설정하는 것이다.
그리고 문학교육의 목표를 위한 교수․학습의 전략들을 실제 예를 중심으로 접근할 것이다. 예를 들면 위에서 제시한 이해를 넘어 표현으로 전환하는 학습 전략으로 ‘시의 제목만으로 시의 내용을 표현하기’라는 학습을 생각할 수 있다.(반대로는 제목 없는 시에 제목 붙이기도 생각할 수 있다.) 이런 학습 활동은 교과서에 수록된 시는 물론 수록되지 않은 시에 대한 구체적인 학습에 들어가기 전에 시의 제목을 학습자에게 제시하여, 표현이 가능한 시의 내용을 발표하게 하는 방법이다. 이 과정에서 추상적인 시의 제목은 물론 보다 구체적인 시의 제목이 각기 어떻게 작용하는가를 알 수 있으며, 학습자의 수준에 맞는 다양한 관점의 내용이 제시될 수 있다.
이같이 학습이 이루어질 때, 문학교육이 문학 작품을 이해하는 것이라는 단선성(單線性)을 극복할 수 있다. 즉 수용을 넘어 보다 적극적인 관점에서 문학을 표현하는 단계에서의 활동에 대하여 사고할 수 있게 된다. 특히 이 방법은 상상력을 중심으로 작동하는 문학 작품의 형상화 과정을 확인할 수 있다. 아울러 이같은 활동은 그동안 교과서에 수록된 정전 중심의 시 이해 교육을 학습자인 중심의 시 표현 교육으로 전환시킬 수 있으며, 학습자의 정서나 이해 수준과 유리(遊離)된 기성 시인들의 시작품을 중심으로 교수․학습 활동이 이루어지는 시 교육의 한계도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될 때, 문학 작품의 교수․학습은 학습자의 감상을 중심으로 하는 표현 능력은 물론 창의력이나 사고력을 확인할 수 있으며, 부수적으로는 다른 어떤 갈래보다 중요한 의미를 지니는 시의 제목에 대해서도 바르게 이해할 수 있는 효과도 얻을 수 있다. 즉 문학에 대한 제반 지식을 암기하는 것이 아니라 문학의 속성을 이해하여 이를 언어 생활에서 활용하고, 문학 학습이 결코 우리의 일상 생활과 별개의 특별한 것이 아니라 우리 주변의 이야기를 표현하는 활동이라는 사실을 실천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Ⅱ.
5차와 6차 교육 과정에서는 문학 작품의 이해와 감상을 문학교육의 중요 목표로 하고 있다. 물론 이같은 목표 제시에는 두 가지 전제가 암묵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그 하나는 5차 교육 과정에서부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심리학 기반의 국어교육관, 즉 국어 활동을 언어 사용이라는 면에서만 접근한 교육관이다. 따라서 국어 활동의 각 영역인 말하기/듣기, 쓰기, 읽기가 국어 교육의 중심이고, 언어 지식이나 문학은 이같은 국어 활동에 기초적인 지식으로 작용한다는 관점이다. 아울러 이 관점은 국어 활동의 또다른 영역인 문화적 기능을 배제하는 견해이기도 하다.
다른 하나는 이같은 국어 교육관이 도입되어 그동안 절대적인 영향력을 가지고 있던 문학교육의 위상이 재검토되면서, 학습자를 문학교육의 중심에 놓고자 하는 관점이다. 달리 말하면, 문학교육은 문학 작품을 이해하고 감상하는 학습자의 편차를 존중하여야 하며, 여기서 나타나는 학습자의 개별성이나 차별성을 인정하여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리고 이런 관점에는 1980년대 후반에 소개된 수용 미학 또는 독자 반응 이론이라는 문학관이 암묵적으로 작용하여, 작가나 텍스트 중심에서 수용자 중심으로 문학교육의 초점을 전환시키고 있다.
그러나 이 와중에도 언어 사용 능력 신장을 목표로 하는 국어 교육관에 대한 비판과 반성이 활발히 제기되었다. 그래서 국어 활동의 영역을 언어 사용 능력 외에도 문화 능력을 설정하기에 이르렀으며, 7차 교육 과정에서는 ‘문학 작품의 창작과 수용’이라는 문학 교육 목표를 설정하기에 이른다. 여기서 ‘수용’이라는 목표는 기왕의 이해와 감상을 아우르는 개념으로, 별다른 이견이 있을 수 없다. 이에 비하여 ‘창작’이라는 목표는, 창작이라는 용어가 근본적으로 전문적인 작가의 창조 행위와 관련된 개념으로, 국어교육이나 문학교육의 목표로 일반화될 수 없는 사항이다.
이같은 점을 고려한다면, 창작이라는 용어 대신 좀더 포괄적인 표현이라는 용어로 대체하여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즉 문학교육의 목표를 창작 교육이 아니라 표현 교육으로 설정할 수 있다는 말이다. 이 경우 표현 교육에는 두 가지 범주를 설정할 수 있을 것이다. 그 하나는 기왕에 보편적으로 인정되는 창작 교육이라는 영역이다. 시를 쓰거나 수필을 쓰는 행위, 또는 학습자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는 제반 활동이 여기에 속하는 것으로, 일기문이나 기행문 쓰기와 같은 창조적 글쓰기, 말하기 등의 활동을 말한다.
이에 비하여 다른 하나는, 문학 작품에 대한 이해와 감상을 기초로 한 표현 행위를 설정할 수 있을 것이다. 이 개념은 학습자나 독자가 문학 작품을 이해하거나 감상이 전적으로 자기 내면화나 자기 이해의 수준에 그칠 수 있지만, 이와는 달리 이해나 감상을 다른 사람에게 전달하려고 하는 경우에는 표현하는 활동을 말한다. 즉 비평적인 감상문이나 비평적 에세이 쓰기나 말하기 활동이라는 표현 활동을 통하여, 다른 사람에게 전달되어야 한다는 말이다. 학습자들이 나타낼 수 있는 문학 작품에 대한 정서적, 사상적 가치 판단이 글이나 말로 표현될 수 있다. 그리고 모든 교육이 평가를 고려하여야 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같은 표현 활동은 문학교육 평가의 내용이자 대상의 역할도 하게 된다.
따라서 우리의 문학교육이나 시교육은 창작이라는 용어에 매달리기보다는 표현이라는 용어 개념으로 확장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이렇게 넓은 의미에서 문학교육 활동을 생각할 때, 국어교육의 제반 활동, 즉 말하기/듣기, 읽기, 쓰기의 활동을 통합하는 국어 활동을 수행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이같은 국어 활동과 문학 작품을 통합하여 교육하는 방향성도 실천할 수 있게 된다. 즉 창작 교육을 포괄하는 표현 교육이라는 관점에서 문학교육의 영역을 확대할 수 있어야 한다.

Ⅲ.
우리의 일상 언어 속에는 많은 문학 표현들이 알게 모르게 활용되고 있다. 직접적으로 표현하기 어렵거나 보다 사실적으로 표현하기 위하여, 돌려서 말하기 또는 빗대어 말하기의 방식이나 비유하거나 상징적 표현을 빌어 말하는 방식을 쓴다. 또한 강조하거나 강하게 긍정 또는 부정하기 위하여 역설적이거나 반어적 말하기를 활용한다. 때로는 의문을 제기하여 자신이 옳다는 사실을 강조하기도 한다. 이처럼 우리는 시작품이 아니라도 일상의 언어에서 다양한 시적 표현들을 접할 수 있다. ‘토정비결’과 같은 점쾌가 그렇고, 속담이나 격언 역시 비유나 상징과 같은 시적 표현을 많이 쓴다. 현대 사회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광고의 카피 역시 그렇다.
이같은 언어 활동은 문학의 속성을 활용하는 방식이라고 할 수 있다. 문학 작품이라는 구체적인 실상을 중심으로 예술인 문학을 교수․학습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언어 활동에 나타나는 문학의 속성을 교수․학습하여 일상의 언어 생활에 적용하는 것이다. 즉 문학 또는 시의 본질적 속성이라고 할 수 있는 요소들을 일상의 언어 생활에서 다양하게 찾는 방식으로, 결코 문학이 고급스런 예술 활동만이 아니라 일상의 언어 자료로 훌륭하게 활용될 수 있다는 사실이다.
실제로 이런 문학 교수․학습 전략은 우리의 문학 교실에서 널리 활용될 수 있는 것으로, 시를 학습하면서 시에 대한 지식 학습은 물론 생활과 관련하여 시의 속성이 활용되는 실제를 확인할 수 있으며, 이를 통하여 학습자의 생활과 유리되지 않은 재미있는 시 학습을 유도할 수 있는 방식이다. 이같은 교수․학습 방법은 문학 학습을 통하여 문학교육의 지향점을 전환함은 물론 일상의 언어 활동이라는 측면에서 문학을 학습하는 문학 활동의 폭도 확대시킬 수 있다.
구체적인 예로 먼저 이야기를 가지고 있는 시의 내용을 이야기로 표현하는 활동을 들 수 있다. 김소월의 「접동새」나 백석의 「여승」과 같이 이야기를 시적으로 형상화한 작품을 다시 학습자의 수준에서 이야기로 재구(再構)함으로써, 서사인 이야기 문학과 개인의 정서 표현인 서정 문학의 차이를 이해하고, 서정적 표현을 위해 시인이 표현의 단계에서 고려할 수 있는 바를 학습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방식은 패로디 시 쓰기나 습작 시 쓰기와 더불어 우리의 문학 교실에서 창작 교육이 그 원래의 개념 수준에서 비교적 충실하게 수행할 수 있는 방식이며, 문학 교수․학습하는 실용적 효과도 극대화할 수 있는 방안이다.
아울러 이같은 시 학습 방법은 시교육을 표현론의 측면에서 접근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줄 수 있으며, 이야기 양식과 노래하기 양식의 차이가 단순한 암기되어야 하는 지식의 차원이 아니라 교수․학습 활동을 통해 인지되는 활용 가능한 지식으로 자리를 잡을 수 있다. 이 방법에서는 시인이 시적 형상화를 위해서 구사한 표현 의도도 중요할 수 있지만, 바람직한 학습 활동은 학습자가 그 표현을 어떻게 활용하느냐는 활동을 중심에 놓아야 한다. 따라서 학습자들이 각기 다르게 표현하는 활동의 의미를 존중하면서, 이렇게 표현한 의도를 되묻는 활동을 통하여 표현 교육을 적극적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다음으로 위의 방식과는 다른 차원에서 시를 산문으로, 산문을 시로 표현하는 학습이 있을 수 있다. 이 경우에는 시의 언어와 산문의 언어, 문학의 언어와 일상의 언어가 가지는 특성을 이해하고, 이를 적극적으로 표현 활동에 활용할 수 있게 된다. 특히 시어의 함축성, 간결성, 비유나 상징 등을 활용하는 특성을 바르게 이해하여, 일상의 말하기나 글쓰기와의 차별성을 인식하여 표현 활동에 활용할 수 있다. 나아가서는 각 표현 매체에 따른 언어 표현의 차별성을 활동 차원에서는 물론 지식 차원에서 재구성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와 같은 문학 교수․학습 활동은 문학적 언어의 다양한 표현 특성을 학습자 스스로 체득(體得)할 수 있게 하며, 나아가서는 이런 특성을 활용하는 말하기나 글쓰기로 전이(轉移)시킬 수 있다. 즉 일상의 언어에 가까운 산문의 언어가 어떤 특성 때문에 시적 언어와 다른가를 인식할 수 있으며, 이 과정에서 시적 언어가 활용하는 시의 표현 기교와 그 효과를 학습할 수 있다. 궁극적으로는 시적 언어 역시 일상의 언어를 기반으로 하는 활동이지만, 시적 자유가 보다 널리 허용되는 표현 방식임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또 시의 화자나 주인공에게 편지 쓰기라는 활동을 통하여, 시의 화자에 대한 학습을 할 수 있다. 김소월의 「진달래꽃」이라는 시의 화자에게 편지 쓰기라는 활동을 통하여 시를 화자 중심으로 감상하는 효과뿐만 아니라, 시의 화자를 옹호하거나 비판하는 말하기나 글쓰기 활동을 통하여 학습자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는 적극적인 활동을 유도할 수 있다. 이런 시 학습 방법은 시에 대한 이해 또는 시에 대한 지식 학습을 넘어 문학적 표현 󰠏󰠏 창작과는 다른 측면에서 이해를 통한 표현 활동을 같이 학습하는 방안으로, 최근에 문학 교사들이 우리의 문학 교실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시도하는 예의 하나일 뿐이다.
이런 교수․학습 활동은 시적 화자에 대한 정확한 이해를 기초로 하며, 시적 화자가 겪고 있는 처지와 그렇게 표현한 의도를 읽어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궁극적으로는 시가 표현하고자 하는 바를 이해하는 활동이 될 수 있다. 이 활동 단계를 통하여 시 학습은 텍스트 자체에 대한 분석으로 나아갈 수 있으며, 이에 대한 학습자의 관심과 이해를 파악할 수 있게 된다. 또한 시라는 양식의 특성을 충실하게 고려하는 시 학습으로 유도할 수 있으며, 소설이나 희곡과는 다른 양식인 시의 서술자에 대한 이해에도 이를 수 있게 된다. 문학 장르들을 통합적으로 교육하여, 각 장르의 특성을 변별적으로 인식할 수 있을 것이다.
끝으로 시를 문학적 언어와는 다른 표현 매체로 전환시키는 교수․학습 활동을 전개할 수 있다. 즉 시를 한 폭의 그림이나 여러 컷의 만화로 표현하거나, 희곡이나 시나리오 등으로 바꾸는 활동이 그 예이다. 구체적인 예를 들면 유치환의 「깃발」을 그림으로 그리기 등을 들 수 있다. 이런 활동은 우선 기계 문명의 발달과 더불어 다양한 매체 언어를 활용하고자 하는 현대 사회의 학습 환경에 부응하는 활동이 될 수 있으며, 이런 현대 사회의 다양한 매체에 익숙한 학습자의 흥미와 결부시키는 교수․학습 활동을 구안할 수도 있다.(방법은 다르지만, 다른 매체에 나타난 문학적 속성을 학습하는 방식도 목표의 차원에서는 같은 성과를 거둘 수 있다.)
아울러 이같은 학습 활동은 시가 궁극적으로 표현하고자 하는 바, 즉 시의 주제에 대한 이해에 이를 수 있으며, 학습자의 관점에서 이런 주제를 이해하는 주제의 자기화를 실현할 수 있다. 이처럼 시에 대한 이해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시의 주제가 학습자들에게는 어떻게 받아들여졌나를 학습함으로써, 시와 문학의 기능이기도 한 효용성이라는 효과도 같이 얻을 수 있다. 이런 학습 방식은 문학교육이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자기화 또는 자기 이해라는 목표를 실현할 수 있게 된다.
이상의 활동들이 가능한 우리의 문학 교실에서의 시 학습은 이제 새로운 교수․학습의 목표와 그에 부응하는 방법과 전략을 적극적으로 모색하여야 한다. 이런 이유는 앞으로 시행될 제7차 교육 과정기에서의 문학 교실이 문학 작품의 이해와 감상 중심의 한계를 넘어서 문학 작품의 표현과 창작이라는 관점을 표방하고 있으며, 문학의 실체를 학습하는 방향이 아니라 문학의 속성을 학습하여 일상의 언어 생활 속에서도 활용할 수 있는 문학교육을 지향하기 때문이다.

Ⅳ.
앞에서 필자는 시교육의 방법론을 소개하면서, 시교육의 몇 가지 지향에 대하여 밝힌 바 있다. 예를 들면 학습자 중심, 표현 교육의 시각 보완, 문학의 속성을 일상 언어 생활에 활용하는 시 학습의 방향을 지향하여야 한다고 제시하였다. 이런 방향성은 이제 문학교육이 문학이나 작품을 중심에 놓고 하는 내용 학습 활동보다는 문학을 향유하는 사람을 중심에 놓아야 한다는 사실이다. 즉 문학이나 작품에 대한 이해나 표현 활동은 향유하는 인간을 중심에 놓아야 하며, 같은 맥락에서 문학교육의 내용과 목표가 설정되어야 한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이상의 관점을 반영하는 시교육은 학습자가 일상 생활 속에서 활용할 수 있는 것을 교수․학습하여야 하며, 학습자의 삶에 대한 성찰이나 삶의 태도를 정립하는데 도움이 되는 활동이 되어야 한다. 따라서 시 학습은 교사와 학생 사이에서만 이루어지는 교육 활동이라는 제한된 틀을 극복할 필요가 있다. 교실 밖에서도, 교실을 떠나서도 문학 학습은 항상 이루어질 수 있어야 한다. 이런 지향성은 제7차 교육 과정의 체계가 수준별, 통합적 학습과 과정(수행) 평가를 통해서, 문학 작품을 즐겨 읽는 ‘태도’를 확립하는 학습으로 나아가는 목표 설정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이제부터 새로운 시 학습 방식은 시에 대한 학습자의 이해에 목표를 두는 것이 아니라, 자신들의 삶 속에서 그 의미를 찾는 활동이 중심이 되어야 하며, 학습자 자신의 것이 되는 시교육이 되어야 한다는 말이다. 종전처럼 교사가 중심이 되어 암기할 지식을 주입하는 교육이나 이렇게 배운 문학 지식을 고등학교를 졸업하는 순간에 까맣게 잃어버리는 교육이 아니라, 기억 속에 생생하게 살아 있어서 언어 활동이 이루어지는 어떤 자리에서나 활용될 수 있는 교육이어야 한다. 즉 학습자 자신의 것으로 체득되어서 하나의 문화적 관습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단계까지 도달하여야 한다.
이런 차원에서 이루어지는 시 교수․학습의 구체적인 예로, 먼저 모듬 수업을 통한 시화(詩畵) 만들기라는 활동을 들 수 있다. 즉 학습자들이 교과서나 다른 부교재에 제시된 시에 대한 토론을 바탕으로 하여, 시와 그림이 같이 있는 자료를 공동 작업으로 완성하는 활동이다. 이 경우에는 학습자들의 각기 다른 다양한 사고와 시에 대한 이해가 제시될 수 있으며, 이런 다양성이 조정되는 과정을 통하여 바람직한 토론 문화를 함양하고, 여럿이 같이 살아야 하는 공동 사회에서 요구하는 삶의 자세도 키울 수 있다. 이는 공동체의 일원으로 살아갈 수 있어야 한다는 교육의 목표를 실현하는 방법이기도 하다.
물론 이같은 교수․학습 활동은 참여자 모두에게 비슷한 역할과 지위가 부여된다면, 비슷한 수준의 독자가 있는 문학 교실이 아닌 서로 다른 수준의 독자가 같이 살고 있는 가정에서도 가능하다. 특히 이런 학습 활동은 다른 표현 매체 활용이라는 효과도 같이 거둘 수 있다는 점에서 다양한 효과를 거둘 수도 있다. 그리고 이를 통하여 참여자 모두가 하나라는 사실을 확인하고, 이런 공동의 작업에 같이 책임을 지는 효과를 거둘 수도 있다. 따라서 이같은 문학 학습에서는 학습자의 능력에 따른 역할 분담보다는 골고루 역할을 담당하여, 우열(優劣)로 결과를 평가하기보다는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하여 정해진 목표를 실현하는 교육적 효과를 얻을 수 있다. 또한 이 과정에서 제시되는 다양한 사고나 이해는 항상 똑같이 존중되어야 한다.
다음으로는 가족 구성원 모두가 참여하여 시 낭송 테이프를 만드는 활동을 예로 들 수 있다. 이런 과정은 토론이나 책임보다는 공동 작업을 통해서 하나의 조화로운 완성을 지향하는 학습 활동으로 이끌어야 한다. 상당 부분 시화 만들기와 같은 공동 작업과 같은 효과를 얻을 수 있지만, 표현 매체의 차이에서 오는 효과의 차이는 전혀 다를 것이다. 특히 문자 언어와 더불어 가장 중요한 문학 언어라고 할 수 있는 음성 언어로 전환시킴으로써, 표현 언어의 차이를 학습할 수 있다.
이처럼 시를 낭송하거나 암기하는 방식은 문화 교육의 관점에서도 그 의미를 찾을 수 있다. 시를 암기하여 일상 생활에 활용하여 보다 풍요로운 언어 생활을 지향할 수 있는 것이다.(시를 암기하여야 한다는 목표 설정 역시 이같은 맥락에서 설명될 수 있다.) 아울러 녹음 테이프 제작 과정에서 배경 음악을 삽입함으로써, 시 감상에 상황적 주변적 요소가 어떻게 작용하는가를 알 수 있다. 특히 다른 양식에 비하여 정서적인 측면이 강한 시에서 이런 배경 음악과 같은 보조 자료는 시를 인지적(認知的) 차원뿐만 아니라 정의적(情意的) 차원에서 감상하도록 할 수 있다.
그리고 시 학습에서의 이런 매체 활용의 활동들은 말하기/듣기/쓰기/읽기/언어/문학 등을 통합적으로 수행하는 교육 활동에도 도움을 줄 수 있다. 즉 국어 교육에서 이런 다양한 활동을 함에 있어서 언어 중심의 제한된 틀을 벗어날 수 있는 가능성을 제공하고, 나아가서는 문학이 문자나 음성 언어의 테두리를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을 현시적(顯示的)으로 보여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학습자들의 다양한 취향과 흥미를 충족시키면서도 교육적으로도 유익한 시 학습으로 이끌 수 있다.
이제 시교육의 제반 활동은 그 활동 자체에 머물지 않고, 국어교육의 제반 활동 특히 말하기, 쓰기와 밀접한 관련 속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즉 왜 그렇게 표현했나를 말하기와 글쓰기라는 활동을 통하여 점검함으로써, 이런 활동을 다른 학습자에게 전이시키는 활동을 같이 수행하여야 한다. 아울러 시 교육이 문학을 대상으로 한다는 측면에서 문학 교육의 중요한 목표인 문학을 통한 문화 교육, 개인 성장 교육, 주체 양성 교육, 공동체적 삶의 추구, 실용적인 언어 생활 교육이라는 지향도 같이 달성할 수 있어야 한다.

Ⅴ.
이 글은 주로 우리의 시교육에서 가능한 새로운 학습 활동을 중심으로, 그 효과와 의미를 중심으로 기술하였다. 이제부터는 이런 다양한 시 교수․학습 전략이 궁극적으로 노리는 시교육의 목표와 방향성을 알아보고자 한다. 예를 들면 시의 제목을 통한 상상력 교육이나 시를 다른 매체로 전환하는 교육 등처럼 문학이라는 제한된 틀을 벗어나고자 하여 제시된 학습 전략들의 의도와 효과를 확인하고자 한다.
시교육의 방법론 모색의 목표는 한 마디로 창의력, 사고력 함양 교육으로서의 시 학습이라고 요약할 수 있다. 즉 우리 모두의 외양(外樣)이 다르듯이 생각이 각기 다르기 때문에, 학습 자료로 제공되는 텍스트를 바라보는 관점은 다를 수밖에 없다. 따라서 이런 다양한 이해와 감상 또는 표현과 창작 활동을 통하여 학습자들이 다양하게 사고하는 모습을 확인하고, 이를 통하여 독창적이고 창의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능력을 함양할 수 있는 교육을 지향하여야 한다.
이 과정에서 먼저 고려하여야 하는 사항은 학습자 변인의 다양성이라는 측면이다. 굳이 수용 미학이라는 거창한 이론적 무기를 거론하지 않더라도 문학 작품에 대한 다양한 접근 태도는 허용되어야 하며, 적어도 정의와 인지의 양면성과 이론과 실천의 양면성을 지닌 시(문학)교육은 이 점에 대하여 무한한 가능성을 열어놓아야 한다. 그리고 이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학습 방법은 물론 평가 방법도 같이 모색하여야 한다.
아울러 고려해야 할 사항은 교육 일반이 그렇듯이 시교육 역시 인간들에 의하여 인간이 만들어내는 문학에 대한 학습이라는 사실이다. 인간학을 다루는 교수․학습 활동이기 때문에 인간 중심, 학습자 중심으로 학습할 수 있는 활동을 그 구체적인 내용으로 하여야 한다. 따라서 이런 방향성을 지닌 문학 교육 활동의 목표는 인간 교육이 지향하는 일반적인 목표이기도 하지만, 통합 교과적인 성격을 지닌 국어교육에서 특별히 배려하여야 하는 목표이기도 하다.
그리고 이같은 목표들은 시교육 나아가서는 문학교육, 국어교육이 주어진 틀 속에 갇혀서 활동하는 교육이 아니라, 창의적인 사고력을 함양하는 교육을 지향할 때 올바르게 수행될 수 있다. 실제로 모든 교육은 국가의 지배 이데올로기 재생산이라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인간 교육이라는 측면 때문에 이런 목표는 비판적 주체 양성이라는 목표에 끊임없는 도전을 받는다. 이 과정에서 인간은 창의력, 사고력을 발현하게 되며, 시(문학) 교육은 이런 교육 목표를 실현하는 방안이 될 수 있다.
또 이 과정에서 우리는 다음과 같은 사항도 잊지 말아야 한다. 즉 학습자들이 흥미를 느낄 수 있는 내용이나 활동들은, 자신들의 체험이나 사고 영역 내에서만 이해하고 표현할 수 있는 정도로 아주 제한되어 있다는 점이다. 이 점은 학습자들이 아직은 발달 단계에 놓여 있는 특성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사항으로, 상위 단계의 교육 과정 설계는 물론이고 구체적인 시 학습 내용이나 방법을 결정함에 있어 위계화(位階化)의 문제도 항상 고려하여야 한다.
끝으로 문학교육은 궁극적으로 학습자나 독자의 삶과 밀접한 관련을 가져야 한다. 어떤 교육 목표를 설정하든 교육된 결과가 학습자의 삶 속에 내면화되거나 체득(體得)되지 않으면, 그것은 공허하거나 실천력이 없는 지식이나 개념으로 형성되게 된다. 시 작품이나 문학 작품이 학습자인 나에게 어떤 의미를 주는가를 항상 생각하고, 이를 표현하는 활동으로 문학교육의 지향점을 삼아야 한다는 말이다. 그것이 남의 이야기가 아니라 나의 이야기가 되어야 하며, 세상의 평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나에게는 어떤 의미로 다가오느냐가 중요하다.
이런 측면에서 문학교육, 특히 시교육은 자기 표현을 지향해야 한다. 더 이상 상급학교 진학을 위한 시험을 보기 위한 지식의 습득이나 남의 이야기가 아니라, 나의 삶에 주는 의미와 나의 삶과의 관련성을 생각하게 하는 교육이 되어야 한다. 그리고 이렇게 방향을 설정할 때, 문학교육은 국어교육의 중요한 활동인 한 문화 활동으로서의 국어 활동이라는 영역도 제대로 실천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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