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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규의 시론(4) - 박상륭의 소설과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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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974회 작성일 15-12-07 0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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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륭의 소설과 시



그러면, 내가 저 소리에 의해 병들고, 그 소리의 번열에 주리틀려지며, 소리의 오한에 뼈가 얼고 있는 중에 저 새하얗게 나는 천의 비둘기들은 삼월도 도화촌에 에인 바람 드닌 날 날라라리 리루 루러 러르르흐 흩어지는 는는, 는느 느등 등드드등 등드 드드 도동동 동도도화이파리 붉은 도화이파리, 이파리로 흩날려 하늘을 덮고, 덮어 날을 가리고, 가려 날도 저문데, 저문 해 삼동 눈도 많은 강마을 강마을, 밤주에 물에 빠져 죽은 사내, 사내 떠흐르는 강흐름, 흐름을 따라 중몰이의 소용돌이, 잦은몰이의 회오리, 휘몰아치는 휘몰이, 휘몰려 스러진 사내, 사내 허기 남긴 한 알맹이의 흰 소금 흰 소금 녹아져서, 서러히 봄꽃 질 때쯤이나 돼설랑가, 돼설랑가 모르지, ......계면하고 있음의 비통함, 계면하고 있음의 고통스러움, 계면하고 있음의 덧없음이, 그리하여 덧없음으로 끝나고, 한바탕 뒤집혔던 저승이 다시 소롯이 닫겨 버렸다.

놀랍지 않은가.
인용한 위의 대목은 박상륭의 소설 ■죽음의 한 연구■에서 따온 것이다. 김현도 이 대목을 놓고 박상륭의 문장이 지니는 그 완벽한 구조에 대하여 놀라움, 놀라움을 반복하고 있었지만 그것만이 아니다.
감동의 속살이 있다. 존재의 경련이 피워 내는 아름다운 열꽃이 있다. 그 향기를 따라 조심조심 걷다 보면 우리의 보행은 놀라울 정도로 빨라지고 또는 튀어오르는 물방울이 되기도 하다가 그런다.
춤이 된다.
가락이 있다.
그러다가 고요로 찾아드는 적막의 집 한 채를 속에 간직하게 된다. 뜨락이 정갈한-.

좋은 글은 장르를 초월한다.
포에지가 있다.
위의 대목은 소설의 한 대목이면서 시다. 소설의 주인공이 가야금 소리에 빨려드는 장면인데, 안과 밖을 하나로 묶어 다시 태어나는 <몸>이 있다. 그게 시의 궁극이지 않는가.
놀라운 것은 흥에 겨운 의성어를 도출해 내는 앞 음절과 뒷 음절의 연결고리, <의미소>와 <음소>의 넘나들기가 사뭇 자유롭다. <도동동 동도>의 끝 음절인 <도>가 그 다음 <도화이파리>의 첫 음절이 되고 있음이 그 한 예이다.
물에 빠져 죽은 사내의 <허기>가 <한 알맹이의 흰 소금>으로 객관화하는 그 자리바꿈에도 아무런 무리가 없다. 그대로 맞아떨어진다. 이미지가 있다. 그것이 다시 가야금 소리와 동일화하는 복합구조의 비유가 이루어지고 있다. 더 자세히 살펴보면 <새하얗게 나는 천의 비둘기들>, <도화이파리>, <물에 빠져 죽은 사내의 허기>, <한 알맹이의 흰 소금>으로 굴신자재하는 가야금 소리-. 단일 이미지가 아닌 <군群>으로서의 이미지가 이 대목에는 충일하고 있다. 그리고 끝 부분, <한바탕 뒤집혔던 저승이 다시 소롯이 닫겨 버렸다>에서는 어쩔 수 없는 현실과 초현실의 경계를 다시 만난다. 그 짙은 적막의 흐름과 함께. 결국 <허무>다.
또 있다. 놀라움이-. 이 대목은 종결어미의 어조로 된 부분이 꼭 한 군데 있으나(<돼설랑가 모르지,> 그것마저 쉼표로 풀어버린), 쉼표까지 합해서 모두 338자로 된 한 문장이다. 그러면서도 단락의 전환이 정확하고 가락이 분명하다.
언젠가 판소리 형식으로 시극을 한번 써 보겠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 우리말의 운용이 이 정도의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면, 용기를 내어도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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