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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은 무엇을 할 수 있는가 - 김 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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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3,548회 작성일 16-01-26 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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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은 무엇을 할 수 있는가

김 현 (1942~1990)

 

문학은 유용하지 않기 때문에 인간을 억압하지 않는다

 


문학은 써먹을 수가 없다. 그렇다면 도대체 문학은 무엇을 할 수 있는가? 문학은 권력으로 가는 지름길이 아니며 부를 축적하게 하는 수단도 아니다. 그런 의미에서 문학은 써먹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문학은 써먹지 못하는 것을 써먹고 있다. 서유럽의 한 위대한 지성이 탄식했듯이 우리는 문학을 함으로써 배고픈 사람 하나 구하지 못하며, 물론 출세하지도, 큰돈을 벌지도 못한다. 그러나 문학은 바로 그러한 점 때문에 인간을 억압하지 않는다. 인간에게 유용한 것은 대체로 그것이 유용하다는 것 때문에 인간을 억압한다. 유용한 것이 결핍되었을 때의 그 답답함을 생각하기 바란다. 그러나 문학은 유용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인간을 억압하지 않는다. 인간을 억압하지 않는 문학은 인간을 억압하는 모든 것이 인간에게 부정적으로 작용하는 것을 보여 준다. 인간은 문학을 통하여 억압하는 것과 억압당하는 것의 정체를 파악하고, 그 부정한 힘을 알게 된다. 문학은 그 부정적 힘을 인식하게 함으로써 인간으로 하여금 세계를 개조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당위성을 느끼게 한다. 한 편의 아름다운 시는 그것을 향유하는 자에게 그것을 향유하지 못하는 자에 대한 부끄러움을, 한 편의 침통한 시는 그것을 읽는 자에게 인간을 억압하고 불행하게 만드는 것에 대한 자각을 불러일으킨다. 그것은 소위 ‘감동’이라는 말로 우리가 간략하게 요약하고 있는 심리적 반응이다.

 

문학을 통해 얻은 감동은 대상을 온몸으로, 직관적으로 파악하는 행위이다

 


감동이나 혼의 울림은 한 인간이 대상을 자기의 온몸으로, 직관적으로 파악하는 행위이다. 인간은 문학을 통해, 문학으로부터 얻은 감동을 통해, 자기와 다른 형태의 인간이 느끼는 기쁨과 슬픔과 고통을 확인하고 그것이 자기의 것일 수도 있다고 느끼게 된다. 문학은 인간을 억압하지 않으므로, 그 원초적 느낌의 단계는 감각적 쾌락을 동반한다.
이 대목을 쓰려니까 갑자기 내 의식은 어렸을 때의 어머니의 음성으로 향한다. 어머니는 겨울밤이면 고구마나 감, 하다못해 동치미라도 먹을거리로 내놓으시고, 나직한 목소리로 당신이 경험한 흥미로운 이야기, 주변 사람들이 겪은 슬픈 이야기, 무서운 동물이나 귀신이 등장하는 옛날이야기를 내가 잠들 때까지 계속하셨다. 그때에 느낀 즐거움, 슬픔, 무서움을 나는 지금도 생생히 기억한다. 그 감정 밑에 있는, 어머니의 나직한 목소리가 주는 쾌감을 내가 얼마나 즐겼던가!
무서워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우리는 즐기기 위해서 이야기를 듣는다. 이처럼 문학은 억압 없는 쾌락을 우리가 느낄 수 있게 해 준다. 그러면서 문학을 읽는 자에게 반성을 강요하여, 인간을 억압하는 것에 맞서 싸울 것을 요구한다. ‘인간은 이런 수모와 아픔을 당할 수도 있다. 그러니 그것을 안 당하도록 해야 한다.’라고 느끼게 한다. ‘인간은 이래야 행복하다. 그러니 그렇게 해야 한다.’라고 느끼게 하는 것이다.

 

문학을 위한 문학인가, 인간을 위한 문학인가?

 


문학은 ‘어떻게 쓰느냐’를 중요시하는, ‘문학을 위한 문학’을 주장하는 부류와, ‘무엇을 쓰느냐’를 중요시하는, ‘인간을 위한 문학’을 주장하는 부류로 크게 나뉜다. ‘문학을 위한 문학’은 문학의 자율성에 지나치게 중요성을 부여하여 문학 자체의 것만을 지키려고 애를 쓰며, ‘인간을 위한 문학’은 문학의 효율성을 지나치게 중시하여 문학적 형식보다는 내용에 힘을 기울인다. 두 부류는 다 같이 문학의 어느 한 면에 과도하게 치우침으로써 문학을 편협하게 본다는 문제가 있다.
문학은 그러나 문학만을 위한 문학도 아니며, 인간만을 위한 문학도 아니다. 그것은 존재론적인 차원에서는 무지(無知)와의 싸움을, 의미론적인 차원에서는 인간의 꿈이 갖고 있는 불가능성과의 싸움을 뜻한다. 존재론적인 차원이나 의미론적인 차원이라는 말 때문에 놀랄 필요는 없다. 문학은 그것이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문학을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 즉 ‘무지’를 추문으로 만든다. 문학은 기계적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그것이 진실한 삶이 아닐 수 있다는 것을 밝혀 준다.
그리고 무의미한 삶을 자각하지 못하는 일상인의 무딘 의식을 추문으로 만든다.
우리는 ‘무지’를 폭넓게 이해하지 않으면 안 된다. 문학이 무지를 추문으로 만든다는 것은, 무디게 갇혀 있는 일상인의 의식이 하나의 코미디라는 것을 드러낸다는 뜻이다.
마리 앙투아네트라는 프랑스 전제(專制) 시대의 왕비를 기억하기 바란다. 그녀는 빵을 요구하는 시민들의 분노의 함성을 듣고, 빵이 없으면 과자를 먹으면 될 게 아니냐고 태연스럽게 대답한다. 문학은 그러한 대답이 무지의 소산이라는 것을 밝히는 역할을 맡고 있다. ‘이렇게 좋은 글을 못 읽는 사람이 있다니!’ 문학은 그런 생각을 불러일으킨다.

 

문학은 불가능에 대항하는 싸움이다

 


문학은 동시에 불가능에 대항하는 싸움이다. 삶 자체의 조건에 쫓기는 동물과 달리 인간은 유용하지 않은 것처럼 보이는 것을 꿈꿀 수 있다. 인간만이 몽상 속에 잠길 수 있다. 몽상은 억압하지 않는다. 그것은 유용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인간의 몽상은 실재하는 삶이 얼마나 억압된 삶인가 하는 것을 극명하게 보여 준다. 문학은 그런 몽상의 소산이다.
문학은 실현될 수 없는 인간의 꿈과 현실과의 거리를 드러낸다. 아무리 불가능한 것이라 하더라도, 꿈이 있을 때 인간은 자신에 대해서 거리를 취할 수 있다. 다시 말해서 반성할 수 있다. 꿈이 없을 때, 인간은 자신에 대해 거리를 가질 수 없으며, 그런 의미에서 자신에 갇혀 버려 욕망의 노예가 되어 버린다.
문학은 인간을 총체적으로 파악하게 만드는 것이다. 문학은 배고픈 거지를 구하지 못한다. 그러나 문학은 그 배고픈 거지가 있다는 것을 추문으로 만들고, 그래서 인간을 억누르는 억압의 정체를 뚜렷하게 보여 준다. 그것은 인간의 자기기만을 날카롭게 고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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