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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를 어떻게 쓸 것인가? - 천양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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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1건 조회 2,702회 작성일 16-02-23 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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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를 어떻게 쓸 것인가? - 천양희

 

 

시를 쓰지 않으면 살아있는 이유를 찾지 못할 때 시를 쓰라는 릴케의 준엄한 말을 떠올릴 때마다 나는 왜 시를 쓰는가? 나에게 시는 무엇이며 시를 통해 내가 찾는 것은 무엇인가 생각하게 된다. 시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은 시인으로 어떻게 살고 있는가 라는 질문과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시란 똑같은 소리 되풀이하지 말고 계속 새로운 세계를 찾아내라는 거야. 기웃거려 보니 남의 것 좋다고 흉내내지 말고 시인의 줏대를 지키며 끝없이 떠돌라는 것이지. 항상 변하면서도 그 시인의 체통과 체취, 그 무엇에도 흔들림 없고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절대적 자아'를 향해 항상 떠나는 시가 좋은 시 아니겠어. 아직 덜 되어서 무엇인가 더 되려고 떠도는 것이 우리들 삶이므로 그 모든 것이 서로 살맛나게 서럽고 아름다운 것 아니겠나? 시인에게 마지막 말이라는 것은 없는 것, 항상 현역이지. 발표는 안해도 내 가슴 속에는 항상 새로운 시가 쓰여지고 있어. 그래 심장이 이렇게 뜨겁지 않은가. 그런 시인은 죽어서까지도 영원한 현역으로 남는 거지. 독자들 가슴 속에 매양 새롭게 쓰여지고 있을 테니까." 만년에 미당 선생이 한 말이다.


 

시인들에게 왜 시를 쓰느냐 물으면 나는 내가 아니기 위해 시를 쓴다는 시인이 있고, 말이 하기 싫어서 시를 쓰는 시인이 있는가 하면 질서에서 벗어나기 위해 시를 쓴다는 시인이 있고, 나라는 작은 우주에 큰 우주를 들여놓기 위해 시를 쓴다는 시인이 있고, 그냥 시가 좋아서 쓴다는 시인도 있다. 무엇이 시를 정복하는가 라는 질문을 받는다면 시인들은 아마도 '고독'이라고 대답할 것이다. 시가 절망을 희망으로 바꾸는 노력의 일환이라면 그 노력도 절망에 너무 찌들리거나 희망에 너무 넘쳐도 시가 되지 않는다. 절망과 희망이 교차하는 그 경계에 시가 꽃피는 것이다. 그러므로 시인의 길은 자기를 구원하는 길이다. 그러나 구원에는 언제나 고통이 따른다. 그 누구도 고통을 대신해 줄 수 없으므로 고통은 위대하며 시인에게 고통은 축복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왜냐하면 시인은 시라는 위독한 병을 철저히 앓는 자이며, 고통은 희망과 암수 한 몸이기 때문이다.


 

"이 세상에서 가장 죄 없는 일이 시 쓰는 일이고, 가장 죄 없는 사람이 시인"이라고 하이데거는 기막힌 말을 했지만, 세상이 너무 많이 바뀐 오늘에는 "나 죄가 많아 죽어서도 영혼이 없으리"란 김종삼 시인의 「라산스카」의 한 구절이 더 정신을 때린다. 이 말을 생각할 때마다 세상을 쓰는 것은 시인이 아니라 시정신이며 시는 감정의 해방이 아니라 감정으로부터의 탈출이라는 생각이 든다. 또 시인은 말을 부리는 사람이 아니라 말에 봉사하는 사람임을 절감하게 된다. 시를 쓸 때 감정을 어떻게 표현하기 보다 사물을 어떻게 볼 것인가가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아무튼 시를 쓴다는 것은 눈의 촉각으로 사물을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새로운 인식과 발견을 하게 된다. 아득히 먼 곳을 보는 원촉遠觸을 가져야 하고, 보이지 않는 곳을 보는 미촉未觸과 복합시선을 가져야 한다. 이 말은 가짜시인은 언제나 타자의 이름으로 자신에 대해 말하지만 진짜시인은 자기자신에 대해 말할 때도 타자와 함께 말한다는 옥타비오파스의 말을 떠올리게 한다.


 

남이 보지 못한 것을 보고 남이 볼 수 없는 것을 새롭게 발견하는 것은 낯익은 세계를 낯설게 하는 것과 같다. 시에 대한 이런 자세들이 시인은 한낮에도 북극성을 볼 수 있을 만큼 철저하게 자신의 삶을 성찰해야 한다는 정신을 말해주기도 한다.


 

자기만의 발견이 있는 시인은 개성 있는 자기만의 독특한 세계를 가진다. 한 시인이 자기를 독특한 세계를 가진다는 것은 한 나라를 가진 것과 맞먹는다는 말도 있다. 시에는 깊이 못지 않게 넓이가 있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자기에 대한 학대와 세계안 존재로서의 자아 이 두가지가 끊임없이 교차해야 하고, 교차하면서 끊임없이 자기갱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시인은 자기 안의 분열과 갈등을 살아내면서 나아가는 존재들이다. 시를 쓴다는 것은 과연 무엇인가? 진정한 시인이라면 이 간단한 물음을 언제나 가슴 속에 매달고 살 것이다. 그러므로 시를 쓸 때는 무엇을 쓸 것인가 보다 무엇을 어떻게 쓸 것인가를 생각해야 한다. 시란 갈등과 결핍에서 시작되지만 세계에 대한 새로운 인식과 재발견, 체험과 상상력을 전제로 해서 어떻게 쓸 것인가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시가 주는 가장 큰 의미는 시를 쓰는 사람들을 늘 질문자의 위치에 서게 하고 각성자의 위치에 서게 한다는 사실이다. 시의 가치란 오래 쓰는데 있는 것이 아니라 새롭게 참되게 쓰는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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