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간의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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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태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2건 조회 297회 작성일 22-03-23 09:03본문
순간의 시작 / 백록
65년 전 오늘의 0시가 그 시작이다
그러니까
어미 자궁에서 탈출한 병아리가
세상 처음으로 눈 깜빡이던
그날이 어느새
오늘인 셈이다
전생의 붉은 궁전은 어느새
잿빛으로 사그라져버리고
병아리는 한때 붉은 수탉으로 변이하며 새벽이면 어김없이 큰소리로 홰를 치며 거들먹거리다
저물어가는 붉은 노을마저 새벽인 양 착각하며 노닥거리더니 어느새
코를 골며 잠꼬대로 홰를 치는가 싶더니 마침내
졸기만 하는 신세로 전락하고 말았다
지금은 아침인지 저녁인지도 헷갈리는 풀도진마 속
그 주변머리가 홀짝거리던 혼술에 취해
병든 닭마냥 꾸벅꾸벅 졸고 있다
이맘때쯤이면 어느 기슭에서 꼼지락거리는
아기 고사리들에게 토닥거리는
는개 소리 자장가 삼아
순간의 이승과 잠시의 저승을
찰나로 오가며
내게 주어진 순간의 끝
그 영원을 향해
댓글목록
飛獸님의 댓글
飛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비련悲戀
- 어느 가수의 버전으로
돌아서는 그대의 떨리는 가슴을 붙들고
흐르는 눈물로 울먹이는 목덜밀 적시고
포옹하는 가슴의 열기와
뿌리치는 등골이 전하는
냉기의 길목에서
돌고 도는 환절의 회오리바람 속에서
그대는 결국 돌아서지 않네
아, 보이지 않는 그대의 눈물은
나의 어깨를 들먹이고
철없이 흘리는 나의 눈물은
그대의 걸음을 채찍질하네
용서하오, 나의 과거를
억겁의 세월을 날지 못해 울어대는
저기 저 오름 억새들에게
물어보리라 물어보리라
오늘에 휘몰아치는 바람의 사연을
저 산자락 휘파람새에게
물어보리라 물어보리라
tang님의 댓글
tang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꺾여있는 바람결 속 순전함의 마수, 그리움 여나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