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오는 날의 산골 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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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강북수유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1건 조회 1,091회 작성일 17-12-25 14:14본문
눈 오는 날의 산골 연가
정호순
함박눈이 내리는 날
쏟아지는 눈덩이를 맞으며
눈 마중을 간다
펑펑 떨어지는 꽃눈송이가
재재거리는 입 속에 날아들어 와
연방 입술을 간지럽히고
아무 것도 걸치지 않은 머리에
털어도 털어도 끊임없이
눈이 내려 쌓인다
온 누리의 생물체가
따사한 은이불 뒤집어쓰고
달콤한 꿈 찾아 나선 길
무엇 하러 나오셨나, 작은 멧새 한 마리
눈 덮인 대지를 종종 걸음으로
생채기를 남긴다
누가 쫓았나 제풀에 놀랐나
후드득 날아올라
탐스럽게 소복이 얹힌
우듬지에 날개를 접는다
잠시 쉬는가 싶던 바람도 짧은 여운을 남기고
떠난 새의 빈자리 가는 떨림은
가루로 남아 은빛대지로 스며들고
세상은 다시 적요 속으로
한없이 빨려 들어간다
눈은 세상을 향하여
하염없이 뿌리고
나무도 풀도 대지도
가만히 고개 숙여
저물어 가는 저녁을
나즈막이 품에 안는다
댓글목록
고나plm님의 댓글
고나plm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좋네요
시의 눈처럼 다가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