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극성
페이지 정보
작성자 라라리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6건 조회 247회 작성일 24-01-27 11:06본문
북극성
강신명
아주 아주 아주 오래전
먼 길 떠나자던 슬픔 뿌리친 덕일까
드라큘라를 피해 의자 밑에 숨고 아이 넣는 에밀레종에
극장이 떠나가도록 꺼이꺼이 울었던
그런 때가 있었다
아주 아주 오래전
고래 등 집 아이가
올챙이배 냉장고에서 꺼내주던 아이스크림 같은
요술 구슬이 탐나 아침이면 주문 외우며 살며시 손 펴보고
소공녀 다락방에 세 들어 사는 별과 입 맞추고
거짓말할 땐 길어진 코를 감추고
무덤 안에도 고통이 있다며 달만 봐도 숨을 몰아쉬고
눈썹에 서리 내릴까 섣달그믐엔 밤새 뜬눈이 되고
새알은 꼭 나이대로 먹어야 하고
소가 되기 싫어 식후엔 목석처럼 서 있고
손만 잡아도 몹쓸 병이 온다며 빨강을 피해 다니고
말똥만 굴러도 웃고 그 말이 우스워 온종일 은행잎과 구르고
전봇대에 적힌 병명 해부하느라 사전과 씨름하고
밤이면 북두칠성과 별자리에 관한 전설을 밤새 속닥이던
그런 때가 있었다
아주 오래전
고액 시급에 암흑을 면접하다 등골이 서늘한 적도
은행원이 준 거스름돈이 남는다며 부득부득 돌려주고
비가 오면 태양이 뜰 때까지 가시나무 새 되어
꽃도 별도 없이 비틀거리는 세상 속
우물에 갇힌 물고기로 침묵의 직진을 감내하던
그런 때가 있었다
아 나는 참 운이 좋았다
바늘구멍만 한 눈과 조막손으로
이 많은 미련함을 깨닫게 되었다니
이 많은 실수를 저지르고도 아직 바보로 남아 있다니
지금 나는
아주 아주 오래전
천체과학관에 떠다니던 우주를 빈방에 넣고 다시
나의 별을 만나러 다닌다
《시의 밭 동인지》
댓글목록
너덜길님의 댓글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시를 읽는 내내 한 사람의 삶이
영화처럼 다가오는군요.
참 아름답게 살아내셨다는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슬퍼도, 행복해도
우리의 북극성은 아주 오래전부터 지금까지,
그 자리에서 우릴 기다리겠지요.
생과 시의 가치를 다시 한번 일깨워주신 것,
고맙게 소장하겠습니다.
북극성처럼.
라라리베님의 댓글의 댓글
라라리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시간이 흐를수록 가장 평범한 것들이 모여
깊고 달콤한 향기가 만들어 진다는 것을 실감하게 됩니다
작고 소박한 생이지만 아름답게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너덜길님의 시에 대한 묵직한 정진 뒤로
문운이 큰 걸음으로 함께 하길 기대합니다
은영숙님의 댓글
은영숙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라라리베 시인님!
한파가 지독하게 음 습 하더니 온늘은
봄의 전 령 사 가 신호를 보 낸 듯 슬금 슬금
뒷걸음 치듯 훈풍으로 손 사 레 흔드네요
아주 아주 아주 오래전
멋지게도 시로 풀어내신 천재적인 우리 시인님!
갈채를 아낌 없이 보내 드립니다
감상 속에 빠 젔 다 가옵니다 감사 합니다
건 안 하시고 즐겁고 행복한 주말 밤 되시옵소서
사랑을 드립니다 하늘만큼 영원이 영원이요 ♥♥
라라리베 시인님!~~^^
라라리베님의 댓글의 댓글
라라리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반갑고 반가운 은영숙 시인님
지독히 추웠던 날씨가 많이 풀렸지요
어제 밤에 무심코 눈길 준 하늘에
눈부신 달과 빛나는 별 하나가 참 아름답더군요
삶은 항상 기댈 수 있는 한결같은 반짝임 덕분에
빈자리를 채워가나 봅니다
은영숙 시인님
아직도 제대로 움직이시기에는 힘이 드실텐데
먼 곳까지 찾아 아낌없는 응원 주셔서 고맙습니다
곧 불어올 훈풍처럼 시인님의 건강도 따듯한 기운이
충만한 회복의 기쁨으로 채워지기를 기원합니다
봄 햇살도 가득 담아 많이 많이 보내드릴게요~~♥
브루스안님의 댓글
브루스안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반갑고반가운시인님여전 좋네요
다만 압축한다면 더좋은여운이 남을것같네요
라라리베님의 댓글의 댓글
라라리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브루스안님 반갑습니다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2024년에도 늘 건강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