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의 잔상(殘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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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현덕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8건 조회 164회 작성일 24-01-30 11:27본문
꽃의 잔상(殘像) / 최현덕
마지막 숨을 감은 시트가 돌돌 말려 나가고
숨을 받아낸 미백색 관들은 폐기물 처리 상자에 담겼다
대성통곡이 핏빛에 물든 침대를 에워싸며
꽃의 잔상이 창백하기만 하다
화려했던 진주 귀고리가 풀리고
팔자 주름과 눈까풀이 풀리고 손등엔 마지막
잎새의 줄기세포가 피어나
꽃처럼 향기 가득한 어머니의 마지막 통화
“아범이 맏이 역할 하느라 애 쓴다”
수 없이 들어 온 수식 어구 지만 유난히 귀에 꽂혀
주말에 내려갈테니 뭐가 잡숩고 싶으세요 했더니
대뜸 ‘삼결살이지 뭐’ 하셨다 그 며칠을 못 참으셨나요
왠지 말 한마디 듣기가 천근 같다 던 어머니의 귓뿔에는
화려한 귀고리가 빠지고 까만 구멍만 점처럼 남아
내 어릴 적 눈물로 모진 세월이 야속하게 그 자리를 메웠다
어머니 영전에 국화꽃 대신 보랏빛 수국으로
보랏빛으로 물든 어머니의 젖꼭지 위에 놓여져
꽃의 잔상(殘像)은 보랏빛에 물든다.
댓글목록
힐링님의 댓글
힐링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한 생의 고단한 세월이 남겨 놓은 꽃의 잔상이라는
존재론적인 아픔을 접하는 이 앞에서
잠시간의 생의 시간이 한 뼘이라는 것과
어머니의 사랑은 온 우주에 가득 차
이것을 영원이라 부르나 봅니다.
한 편으로는 잠시간의 이별이 이토록 큰 사랑으로
다가와 살아가는 의미를 더 하는 어머니의 일생을
떠올려보면 눈물의 꽃인데
이제 영원히 지지 않는 꽃이라는 것과 존재의 의미를
열어주는 것이 어머니라는 것에
우리는 경이로움에 고개를 숙이게 합니다.
어머니와 이별이 큰 상처이지만
큰 사랑이기에 멀리에서 위로의 인사를 올립니다.
최현덕 시인님!
최현덕님의 댓글
최현덕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위로의 말씀 감사합니다.
오래전에 돌아가신 어머니가 지난밤 꿈속에 보이시길래
그 때를 떠올려 봤습니다.
꽃의 잔상은 잊을 수가 없지요.
내 눈이 감겨야 사라질듯요.
힐링 시인님은 시마을의 흑진주십니다.
매일같이 출근부 도장은 맡아 놓으셨습니다.
일취월장 하시길 기원드립니다.
창가에핀석류꽃님의 댓글
창가에핀석류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그 사랑과 그리움은 너무 커서 필설로는 다 할 수 없는,
오직 눈물 만이 그려낼 수 있는 회한일 뿐이겠습니다
저도 어머니 가신 후, 울다가 잠을 깬적이 더러 있었는데,
오늘 시인님의 글을 읽고, 맺혔던 것이 또다시 풀려 내리는군요.
보랏빛 수국 한다발 안고 갑니다.
최현덕 시인님,
늘 건강하셔서 좋은 글로 오래도록 만날 수 있기를 바랍니다.
고맙습니다.
최현덕님의 댓글
최현덕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어머니의 깊은 사랑을 어찌 말로 다 할 수 있을까요.
눈을 감아야 꽃의 잔상이 사라질듯요.
귀한 말씀 깊이 새기겠습니다.
고맙습니다. 꽃 시인님!
라라리베님의 댓글
라라리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까만 구멍만 점처럼 남은 모진 세월 속
모자지간에 쌓아올린 사랑
그 보라빛으로 물든 꽃의 잔상에
울컥 했습니다
가장 깊은 곳에 살고 있는 어머니, 어머니
저도 가만히 되뇌여 봅니다 고맙습니다
최현덕님의 댓글의 댓글
최현덕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수 없이 듣고 불러도 그 이름은 위대했고 아름다운 이름 같아요.
어머니 돌아가신 후 3일을 줄곧 울어서 병원에 입원했드랬지요.
TV에서 어머니 얘기만 나와도 아직까지 애처럼 운답니다. ㅎ ㅎ
갑장 시인님! 구력이 요즘 대단하십니다. 필력도 좋아지시고.
암튼 올 한해 강시인님의 해가 되겠습니다.
힘찬 응원보내드립니다.
수퍼스톰님의 댓글
수퍼스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어머님에 대한 애절한 그리움을 시향이 가득한 꽃송이로 엮어내시다니요.
역시 시인님이십니다. 반복해서 읽고 갑니다.
최현덕님의 댓글
최현덕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과찬이십니다. 늘 졸필에 제사 지냅니다.
수퍼 시인님이야말로 시향이 깊어서 깊숙히 빠져들곤한답니다.
늘 응원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