솟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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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이영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339회 작성일 17-09-12 15:19본문
솟대로
이영균
너를 얻는다는 건 꼬박 180일이나 열어가는 거였다
문고리도 없던 그 날들을
물의 문을 여는 날엔 온몸이 젖어야 보일 듯 말 듯 열리고
닫아야 하는 날에는 땀에 온몸 젖어야 닫친 듯 만 듯 닫치고
내 손도 발도 다 너희 거였다
그래도 미안해 마라 염치없다 비켜서지도 마라!
속으론 기다리면서도 물도 더디 먹고 열도 더디 뱉던 애물단지
꽃대 내미는데도 모르게만 어스름에 혼자 내밀고
고개 수굿이 오기만 기다려도 여전히 빳빳이 시건방지더니
기다리다 내 허리가 먼저 너희 앞에 굽어야 수굿해지려야
누렇게 출렁일 거란 걸 알아도 여물기를 조바심만인다
차르랑 탐스럽길 바랐던 건 밤낮으로 차이가 알이 드는 계절이라서이고
너희 고개가 무근해져 내 어깨가 가쁘니 펴지는 거였다
들녘에 덩실덩실 내 춤이 펼쳐지는 거였다
너희 물결이 누렇게 햇볕을 빨아 먹어 서녘에 빛도 누렇게 나를
물들여 오는 거였다
수수깡 내 어깨에 긴 여름 동안의 피땀을
흥청망청 헤프도록 너희가 펼쳐주는 거였다
출렁여야 한다
반드시 그렇게 너에게서 내 어깨춤 보아야 하는 거다
벼 이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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