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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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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이장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2건 조회 86회 작성일 24-04-12 07:50

본문

         - 긴 하루 -

 

첫 삽을 뜨자 삽이 날 묻어 버리려 한다

아침은 아주 낡은 몸이 되어버리고

더디게 가는 시간을 윽박지르고 싶어도

내 삽은 날 버리려 한다

내 허리까지 올라온 모래더미

나를 묻어버리기에 안성맞춤

입술은 모래알을 세고 있냐고 말하는데

이마에 땀방울이 여름을 불러왔다

김 서림 속 안경 밖에는 모래밖에 없다

정수리를 기어오르는 햇살

삽으로 새참을 먹는다

입안에서 너울거리는 모래알

두 동각 나려는 허리를 달래가며

모래더미의 키를 잘나내고 있다

날숨에서 기어 나오는 김 서림

잠시 큰 대자로 눕는 꿈을 꾼다

아직도 정수리를 떠나지 못하는 햇살

몸은 점점 축축해져 간다

젖은 몸을 이끌어 가면서 퍼보는 삽

삽을 우걱우걱 씹어본다

전쟁이라는 얼굴이 지나가고 있어

손바닥에 새겨진 물집

그래도 해는 기울어지고 있다

흰 눈이 내리고 있다.

 

댓글목록

이장희님의 댓글

profile_image 이장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어릴적 일 하는 시간이 무척 느리다 생각했어요.
하루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다 생각이 들어요.
귀한 걸음 감사드려요.
늘 건필하소서,선돌 시인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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