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화과 -오목골 아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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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추영탑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6건 조회 509회 작성일 18-08-08 11:24본문
무화과 -오목골 아낙 /추영탑
살그머니 내민 망부의 옹이 하나가
사랑이었나 보다
잘 익은 무화과가 석류마냥 입을 쩍 벌리는데
오래 묵힌 슬픔인 양 씨 같지 않은 씨가
씨 같은 씨가 되어 사그락 사그락 씹힌다
꽃 구경 한 번 시켜주지 못하고 난숙해버린
농익은 과육에 한 입 물컹, 단맛뿐이니
아하, 꽃다운 꽃보다 열매다운 열매가
백 배 낫다는 결과론을 답이라 내미는데
격렬한 사랑의 순간도 없이, 전율의 찰나도 없이
맹물 같은 뜨물로만 익는 무화과
애초에 잘라버린 사랑의 곁순
그 그리움 속에 들어가 낱알을 고르다보면
언젠가 한 번이라도 피웠을 헛꽃의 기억으로
탯줄 잘라주던 땡볕의 애무가 보인다
익을수록 입을 크게 벌리는 저 순박한 웃음
옹달샘물 한 모금만으로도 태동을 느끼는
산골을 한 번도 벗어나 본적 없는 오목골 아낙
댓글목록
두무지님의 댓글
두무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꽃은 별 볼 일 없어도
맛은 일품인 무화과의 생리를 잘 그리셨습니다.
하나의 사물과 그에 대한 관찰이 매우 깊어 보이는 것 같아 부럽습니다.
익을 수록 순박하게 벌어지는, 그래서 무언 중에 친근감이 가는 무화과,
도시에서는 비싸서 마음대로 못 사먹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더위에 평안을 빕니다.
내일부터 일하러 며칠 갑니다.
추영탑님의 댓글의 댓글
추영탑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집을 새로 짓기 전에는 수십 년 된 무화과 나무가 있었는데
잘라버린 게 못내 서운합니다.
서리가 내릴 때까지도 열매가 달려 있는데, 서리 맞은 열매는
미처 익지 않았어도 달고 맛이 있습니다.
당도가 아주 높아서 ... 벌레도 쉽게 접근한지 못하는 나무입니다.
이 더위에 일을 가신다고요? 건강하시기 바랍니다. *^^
정석촌님의 댓글
정석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오목골 아낙을
무시로 먹어 치웠는데
초여름부터 태동이 느껴집니다
가을이나 되어야 산실을 차릴 터인데ㅎ ㅎ
고맙습니다
석촌
추영탑님의 댓글의 댓글
추영탑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오목골 아낙을 무시로...?
킬 났네!
산실청 차려봤자 사산할 가는성이 많습니다.
한 가지 방법은 배꼽으로 빼내는 방법이 있긴 한데,
요즘 산부인과 의사들은 당최 기술이 없어서리... ㅎㅎ
감사합니다. *^^
꿈길따라님의 댓글
꿈길따라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무화과가 한국에도 있나 봐요.
저는 한국에서도 한 번도 본 적?
단지 성경에서만 읽었던 과일!!
하지만 미국에서는 많이 먹어
익히 알고 있습니다. (말린 것)
아하! 그렇지요. 실제와 말린 건
많이 다르다는 걸 생각 못했네요
오늘 마
추영탑님의 댓글
추영탑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지금쯤 아마 이곳 전라도 영암 쪽에는 도로에서도 잘 익은 걸
팔고 있을 걸요.
마트에도 포장해서 납품이 될 겁니다.
이쪽에 주산지가 있어요. 당도가 높고 입에서
살살 녹는 맛이 일품이지요.
감사합니다. 은파 시인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