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용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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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자운영꽃부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336회 작성일 18-09-29 02:10본문
부용꽃
-난설헌에게
1.
주홍 티끌 한 점을 허공에 찍어도
눈부신 하늘 바람 사이
타오르는 목마름은 숨길 수 없네.
혹은 흘러가는 녹음綠陰에 젖고
혹은 투명하게 몸을 떨며
꽃잎 산산이 흩고
마음을 점차 비워가면서
나날이 짙어가는 황홀만이 차가운 땅 위에 눕네.
날카로운 서리 돋아나는 지상의 한 칸,
피가 고여오는 꽃잎 한 조각
나로부터 돌아눕네.
2.
내 부끄러운 얼굴이 연못 한 곳에 비치는 날은
마음 한 자락 제대로
그대에게 펼쳐 보이지 못했네.
마음 한 자락 제대로
그대를 위해 살아내지 못했네.
피다 만 연꽃 속 곧은 꽃대로 위태롭게 서서,
기억은 한 줌 청록빛 속에 숨어 버리네.
은슨한 물결의 떨림과 떨림 사이에
나를 감추었네.
오늘 하루도 발 부르터
피다 만 꽃숭어리어라.
지나가는 바람만이 자욱한
이승의 공간.
그대 떠나가는 날 이 마음,
이 빛깔 그대로 간직하고
내게 다시 오려나.
아득히 높고 외로운 것이
내 안에서 문드러지고
무너지지나 않을까.
돌 던지듯 이름 하나 깨진 수면 속 던져넣고
그 이름이
나는 하루 종일 부끄러웠네.
햇빛 부서지고 꽃배 저어 가는
한없이 너른 연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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