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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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자운영꽃부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331회 작성일 18-10-04 12:55본문
- 난설헌에게
세월이 뭍 한 귀퉁이를 깎아 나가면
보이지 않는 데로부터 선록빛 바다가 밀려 들어왔다.
눈 먼 동백꽃 숭어리들은 오직
황홀하게 바다빛깔에 귀기울일 뿐이다.
찰랑이며 발목까지 적시는 파도와 목젖까지 밀고 내려오는 하늘
동백꽃 숭어리들은 참 많은 것을 견디어 나간다.
그 동백꽃 숭어리를 꼭 닮은 내 누이가
살고 있다는 허공 속 구름 위 층층이에 바닷가 마을.
아, 가난한 마을.
긴 긴 수평선 따라
천 년을 귀 먹어 울림 없는 악기樂器 되어
사랑하다가 사랑하다가 굴 껍질처럼 빼빼 말라붙어 죽어간다는.
돌담장 너머 소금기 덮인 동백꽃
오래 전 누이는 바라보았을까, 지금의 나처럼?
지금의 나처럼 찰나에 어른거리는 녹음綠陰이 되어?
영겁의 조약돌들을 가볍게 밟고서
휙휙 지나쳐 가는 절기節氣들을 건너
내 누이 가난한 꽃 피우러 바다로 오네.
따스한 오월 바람 속을
고단한 살림 살러.
숨죽인 맑은 이파리 위에
피 배인 날 선 비늘 한 조각 돋아나네,
청신한 피비린내에 목 말라
이럴 때면 나는
탐스런 동백꽃 빠알간 한 숭어리
입안 가득 머금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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