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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색 메아리의 고독

페이지 정보

작성자 profile_image 브르스안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294회 작성일 18-10-26 20:00

본문

오색 메아리의 고독/브르스안

오색의 무릉 절벽
낙엽 한 잎이 술에 취한 듯
비틀거리다 이내 추락한다

청록의 부력을 악어송곳니에
머금은 물 입자들이 아가미를
벌리고 낙엽의 시체를 삼킨다

가을 낙엽의 비행을 비웃으며
용추폭포의 물줄기가 춤을 춘다
오후의 햇살을 등에 업은 채,
비산하는 천 억개의 자양분이
태초부터 난공인 신선봉을
점령할 때,
백발 구름신의 준엄한 호령을
가슴에 품은 태백전령이
덩실덩실 어깨춤을 춘다

한 바퀴 지구를 완주한
노을꽃이 흠씬 여물자,
별빛들이 건넨 꿈길 속에서
가을 낙엽의 고독이
불그스럼한 혼잣말을 꺼넨다
 ''공수래 공수거
인생이라는 백지수표에
응애? 하고 물음표를
던진 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내일 모레 만기라니
참으로 어처구니 없도다
케세라 쎄라
그렇다
어차피 한 번 왔다 한 번 가는 생
신명나게 한 번 놀다 가자꾸나''

''어화둥둥 어화둥둥 얼쑤 지화자''

그날밤
만취한 모습으로
서걱거리던 한 사내의
첫 눈 밟는 메아리가
두타산의 겨울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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