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창에 비친 나의 영 > 창작시의 향기

나와 창에 비친 나의 영

밖의 짙은 어둠에 나의 형상은 

검은 거울이 된 유리창에 잡혀 동영상을 연출한다

제목: 무제

주연: 나

제작: 새벽의 어두움

조명: 아침 식탁 위 작은 샹드리에

음향: 벽시계의 초침

저 창 속의 나는 무명의 단역 배우

체온도 감상도 생각도 없는 세상에서

가장

순수한 인간으로 출연해

팩트 속 나와 마주 보고 앉아 같은 향의 켜피를 마신다

내 입속에 흘러 들어가는 카페인

나의 고통과 초초와 불안에  찌든

영과 육을 마비시키고 달래 주는데

유리창 거울 속의 나는

따듯이

흐르는 피도 없이

살아 움직이는 나를 위로한다

창밖에 밝아오는 아침 햇살

유리창 속 늙어 보여도 순수해 보이는 날

어디론가 데려가 짧은 상영이 끝나니

불확실성의 오늘이

음모와 허상이 가득 찬 세상 속으로

날 또다시 불러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