귤의 감정을 살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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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태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2건 조회 338회 작성일 18-11-12 08:49본문
귤의 감정을 살피다 / 백록
겉옷을 벗기고 있다
살 살
젊었을 적 급히 서두르던 조급증과 달리
어느덧 노래진 옷을 벗기는 중이다
지난날 짓궂은 비바람과 뜨거운 햇살과 씨름하던
푸른 날의 통증을
이윽고 하얀 속곳을 벗겼다
살 살
젊었을 적 벗기는 둥 마는 둥 덥석 삼키던 버릇과 달리
더 이상 서두를 까닭이 굳이 없으므로
어차피 내 아내 같은 속살이므로
예전엔 마냥 달콤한 생각이었지만
요즘은 좀 시큼해졌으므로
안 그래도 점점 찌들어가는 몰골인데
서두를수록 더 찌푸려질 것이므로
살살 벗기고 살살 씹을 수밖에
지난날 당신의 다디단 사랑
곱씹고 싶었으므로
비록 쓸쓸한 가을 끝자락이지만
쌀쌀해진 겨울의 초입이지만
당신의 내밀한 감정을
꼭 느끼고 싶으므로
때마침, 남남북녀 같은 소식의 속삭임이다
오고가는 평화의 조짐이랄까
송이와 밀감의
댓글목록
두무지님의 댓글
두무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평소에 귤이 소망했던 감정은 무얼까요?
노란 껍질을 벗기니 하얀 속살!
내면에 숨어 무언가 전하고 싶은 겨울 이야기 같습니다
저 먼 북쪽 땅으로 실려가며
향긋한 향기에 설래는 시간 휩쌓였을지,
막혔던 우리의 숨통이 귤을 먹으며 열렸으면 좋겠습니다
평안을 빕니다.
김태운님의 댓글
김태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귤의 사연은 참으로 고된 전설이지요
지금은 평화의 사절처럼 여유를 부리고 있지만...
달콤한 나날이 지속되길 바랄 뿐입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