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귤의 감정을 살피다

페이지 정보

작성자 profile_image 김태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2건 조회 343회 작성일 18-11-12 08:49

본문

감정을 살피다 / 백록

 

 

겉옷을 벗기고 있다

살 살

 

젊었을 적 급히 서두르던 조급증과 달리

어느덧 노래진 옷을 벗기는 중이다

지난날 짓궂은 비바람과 뜨거운 햇살과 씨름하던

푸른 날의 통증을

 

이윽고 하얀 속곳을 벗겼다

살 살


젊었을 적 벗기는 둥 마는 둥 덥석 삼키던 버릇과 달리

더 이상 서두를 까닭이 굳이 없으므로

어차피 내 아내 같은 속살이므로

예전엔 마냥 달콤한 생각이었지만

요즘은 좀 시큼해졌으므로

안 그래도 점점 찌들어가는 몰골인데

서두를수록 더 찌푸려질 것이므로

살살 벗기고 살살 씹을 수밖에

지난날 당신의 다디단 사랑

곱씹고 싶었으므로


비록 쓸쓸한 가을 끝자락이지만

쌀쌀해진 겨울의 초입이지만

당신의 내밀한 감정을

꼭 느끼고 싶으므로


때마침, 남남북녀 같은 소식의 속삭임이다

오고가는 평화의 조짐이랄까

송이와 밀감의



댓글목록

두무지님의 댓글

profile_image 두무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평소에 귤이 소망했던 감정은 무얼까요?
노란 껍질을 벗기니 하얀 속살!
내면에 숨어 무언가 전하고 싶은 겨울 이야기 같습니다

저 먼 북쪽 땅으로 실려가며
향긋한 향기에 설래는 시간 휩쌓였을지,
막혔던 우리의 숨통이 귤을 먹으며 열렸으면 좋겠습니다
평안을 빕니다.

김태운님의 댓글

profile_image 김태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귤의 사연은 참으로 고된 전설이지요
지금은 평화의 사절처럼 여유를 부리고 있지만...

달콤한 나날이 지속되길 바랄 뿐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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