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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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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자운영꽃부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10건 조회 361회 작성일 18-11-23 00:03

본문


 

 



 

 

엘리베이터가 1층에 닿으면, 너 나 할 것 없이 엘리베이터에서 내려 정문 열고 햇빛 쏟아지는 거리로 나선다.

 

때묻은 벽돌 사이로 정교하게 짜여진 틀을 지나서 사람들 거리로 나온다. 내 열려진 콧구멍을 통해 코피가 쏟아져 나온다. 빨간 생명의 진액. 구두 발자국소리 요란하다.

 

정문 바로 맞은 편에 교회가 있다. 십자가 대신, 깜빡깜빡 01이 들어갔다 나오는, 이진법의 복잡한 지형도가 거기 있다. 사람들이 노려보기 딱 좋은 위치에. 날개 잃은 미세먼지가 보이지 않는 지상에 나린다. 사람들이 지형도 안으로 걸어들어간다.

 

등을 쭉 펴고 걷지 못하는 것이 나의 오랜 병이다. 심장이 독버섯처럼 꼬부라졌기 때문이다. 매일매일 아침 대신 키위를 먹으며 가슴 안에서 남태평양이 커져 갔다. 내 목숨의 반경은 15,500 킬로미터. 파란 길에 투명한 전봇대. 내 심장이 이 바다를 견딜 수 없구나. 내 심장을 뜯어 이 작고 조용한 섬들에게 먹이는 것이 나의 일과였다.

 

비 조금 내렸다가 이제 햇살이 쨍쨍하다. 절정의 여름에서는 폐렴 향기가 난다. 내 마음 안에는 깜깜한 방이 있다. 붉은 붓꽃이 뒤덮었다가 이제 잔흔만 믈결 위에 남은. 아주 오래 전, 또 다른 여름이 여기 머물렀을 때 나는 네게 이 병을 주었었다. 붉게 부풀어올랐다가 이내 썩어가는 이 황홀을 나는 네 두 무릎 위에 부었었다. 어찌하여 이다지, 눈동자 대신 미세먼지만 남은 오늘 오후. 다시 햇빛 달구는 가로수들. 어쩌면 어쩌면 이 병은 현재도 진행 중인지 모른다. 어느 지붕 아래 어느 허름한 방안에서 너는 지금 나와 같은 병을 앓고 있는 중인지 모른다. 

 

지형도 없는 바다를 가서 결국 난파하고 마는 것. 선원들은 거룩한 꿈을 가졌다. 어디 숨었는지 모르는 암초는 그래서 성스럽다. 사람들의 꿈마다 말미잘같은 허영이 조그만 구멍을 크게 벌린다고 해도, 좁았던 삶이 그래서 거대한 형극이 된다고 해도, 끝 모르는 나를 내가 기록하고 있는 것이니. 메스로 예리하게 깎아내듯이 그렇게 길을 쓰고 있다. 이 거리를 걸어가는 저 많은 익명의 발자국들 중 몇이나 지금 난파하여 떠오르는 중일까. 몇 명의 익사체들과 더 많은 전광판들이 허름한 옷과 찢어진 옷을 교환하며 걸어가는 저 거리. 아직 내 안에는 뜨거운 붓꽃들이 진홍의 주먹 휘두르며 가득차 있다. 이 거리는 저렇게 온통 더러운 표지판으로 뒤덮였는데.

 










 

 

 

 




댓글목록

자운영꽃부리님의 댓글

profile_image 자운영꽃부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언젠가 어느분이 물으셨는데 농담에 진지하게 답하면, 제 시에 등장하는 여인은 실존인물이 아닙니다. 여류시인 허난설헌에 제가 생각하는 이상을 투영하여 만든 제 뮤즈이지만, 가공인물입니다. 그냥 제 시가 제 연애경험을 쓴 것 아니냐고 묻는 분이 계셔서.......

꿈길따라님의 댓글

profile_image 꿈길따라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염려 마셔요. 시는 시일 뿐!! 그나 저나 추카 추카!!합니다
이곳은 오늘 추수감사절이라 축제 입니다.
어제 [글러브 몰] 이라는 곳에 갔었답니다. 물론 늘 가는 곳

한국으로 말하며 [롯데 1번가] 물론 놀이기구 그런 곳
아니나 쇼핑도 하고 영화도 보고 맛있는 것도 먹고 넓은
휴식 공간에 캘리포니아에서 가장 큰 츄리 벌써 장식되어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본격적으로 펼쳐지고 있답니다.

어제는 베러리를 도난 당해 교체했는데 뭐가 문제 되었나
중간에 차가 멈춰 골치 아팠지만 이곳은 그런 경우 도와줘
안전하게 차 돌리다 뒤에서 밀어 줄때 나무에 살짝 부딪혔죠

허나 경미하게 부딪히면서 턴하다 오른쪽 화단을 망가뜨려
주인이 사진 찍으며 폴리스 부른다고...십여분 그리하다가 
추수감사절 기간이라그런지 그냥 보낸 것 같아 럭키했네요^^
 
요즘 시간이 없어 시도 못 올리고 그냥 지나 칩니다
한해가 저물어 갑니다. 이곳은 문인협회 행사일로
다음 한 주간 정신 없이 바쁠 것 같고, 오늘 손님이
오신다고 하여 마음으로 분주한 날이기도 합니다

내년에 시 등단 하고 싶다고 시 쓰는 방법을 배우고
싶다고 아들 댁에 다녀가면서 와서 배우겠다고 해
그러자고 했는데 시는 이메일로 주거니 받거니 하면
될 것 같아 이 좋은 감사절 쇼핑하는 게 좋지않냐며
식사 하며 오랫동안 대화도 못했으니 대화나 하자며
아직 시간 많으니 그리하자 카카오톡을 보냈답니다

한국의 추수감사절은 주일로 끝나지 않았나 싶습니다
세월이 많이 지나서 모든 것이 가물가물 하답니다
요즘 건강은 어떠 시진요. 여행은 계속하시는지요
글을 열심히 쓰시니 보고도 좋고 그 결과 추카!^^

자운영꽃부리님의 댓글의 댓글

profile_image 자운영꽃부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감사합니다. 좀 쑥스럽네요. 더 잘 쓰신 분들이 많은데. 꿈길따라님께서 잘 지도해주신 덕분이죠. 

굳이 제가 이런 댓글을 단 것도, 제 시는 나름 상징적인 의미로 쓴 것인데 제 시를 너무 사실적인 감정토로같은 것으로 읽어주시면 제 본의가 아닙니다. 저는 병을 옮긴 사람도 페렴 걸린 제 폐를 핥아준 사람도 없습니다^^ 병에 걸려 사경을 헤멨던 것은 사실입니다만.......

꿈길따라님의 댓글

profile_image 꿈길따라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저는 컴퓨터에 문제가 있어 일 년간 크롬북으로
사용해서 비문증으로 문제 있는 눈이 더 망가졌나
자판을 치면서 아물거려 글자를 잘 보기 어렵네요

아무쪼록 내년엔 더 기대합니다. 중요한 것은
계속 쓰다보니 문체도 자신의 특유의 체가 형성
되리라 싶어 그 체를 연마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저는 시 소설 수필 등등.., 딱히 구분하지 않다
가끔 갈지자가 형성 될 때가 종종 있더라고요
요즘 창작시방에 들어와 그냥 편하게 쓰고 있으니

다시 제멋대로가 되는 것을 종종 느끼며 이러다
삼천보로 완전히 빠져가겠구나 싶은 경각심도 ...
허나 이곳에 [시마을] 문인과 함께 교류할 수 있어
5개월이 행복한 추억의 시간이었다 싶은 맘입니다

종종 들려 댓글 하겠습니다. 늘 건강하시고
희망과 생명참의 환희의 날개로 시창을 여시길
기대하오니 날개 펼치시길 기원합니다.늘 건강히...

[꿈길따라] 은파 올림``''```''~*

자운영꽃부리님의 댓글의 댓글

profile_image 자운영꽃부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앞으로 오래오래 글을 쓰시려면 눈 건강 신경쓰시는 것이 좋겠네요. 녹음으로 구술해 보시는 것도 어떠실까 합니다. 그럼 좋은 글 많이 쓰세요.

꿈길따라님의 댓글의 댓글

profile_image 꿈길따라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감사합니다. 이번 문인협회 행사관계
맡은 것 한 후 병원에 가서 눈 검사부터
하고 몸상태도 점검해야 겠다싶습니다.
늘 건강속에 향필하시길 기원합니다..``~*.

운영위원회님의 댓글

profile_image 운영위원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축하드립니다. 연말 시상식에 참석 가능하신지요
쪽지가 비공개가 되어 있어 댓글로 답니다
답변을 주시면 이 댓글은 삭제하도록 하겠습니다

자운영꽃부리님의 댓글의 댓글

profile_image 자운영꽃부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감사합니다. 그런데, 제가 그날 회의가 12시까지 잡혀 있어서요, 참석이 어렵겠습니다. 꼭 가보고 싶었는데 죄송합니다.

쪽지가 비공개로 되어 있다는 말씀이 무슨 뜻인지요. 한번도 신경을 써보지 않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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