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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잎 사이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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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자운영꽃부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415회 작성일 18-12-03 00:01

본문




갈잎 사이에서 너를 떠나보내고,

돌아서지 못하는 나는 저 수많은 갈잎들 중 너를 닮은 형상 하나 애타게 찾아 본다.

너 떠난 자취는 이미 어둠 속으로 삼켜졌다. 하지만 갈잎들 저마다 다른 동작으로 몸부림치는 속에서

떠오르는 수많은 형상들, 나는 차라리 내 마음이 저리 몸부림치는 동안

어둠에 찢겨 수많은 갈잎들이 되어버렸으면 한다. 통일을 잃은 수많은 형상들이

나고 자라고 늙고 죽어가는 그 속에서

어쩐지 네가 찾아질 것같은 생각에 나는 잠시 먹먹해지는 것이다.

마른 입안에 침 대신 뜨겁고 비릿한 것이 고인다.

갈잎 사이에서 네가 떠나간 길은 아직도 어둠 속 거기 있을 것이나, 갈잎 하나하나 뾰죽한 소리로 화하여 가는

와중에 길은 길을 잃어 버렸다. 그리고 나는 미련하게 갈잎들 하나하나에 내 영혼을

투영하며 떠나간 네가 나로부터 아주 떠나가지는 않았으리라 생각해 본다.

그렇다면 길은 네게 있어서 실재가 아니었으리라. 네게 실재가 아닌 길을 걸어가면서, 너도 지금 나만큼 슬퍼했으리라.

저리 몸부림치는 갈잎들. 어쩌면 너는

저 갈잎들 사이를 통과하면서, 수많은 내 이승들이 나고 자라고 죽는 과정에서

갈대들로 현현하여 너의 귀에 수많은 이야기들을 들려주는 환상에

몸 떨었을지도 모른다. 나는 갈잎 속에 들어가 너를 생각하는 것이 무서워진다.

너를 생각하느라 나 자신을 잃지 못할까 봐. 하지만 저 갈대 속 어둠에 은빛으로 흐르는 강이 있어

어둠은 너를 상징하는 글자가 되어가나니. 이 가난 속에서 나는 아직 너를 잃지는 않았겠구나 하고

가쁜 호흡 속 남은 행복을 추스려보지만, 너는 나를 아주 떠나지 않았다고 해도

내게 돌아오지는 않을 것을 안다. 그리고 내게 남아있는 고독은 치통처럼 내 머릿속에 울려오는 그 고동은

네가 떠나간 그 길 위에서 이 어둠과 이 사라진 길이 나를 영원히 떠나지 않을 것임을

내게 각인시켜주는 것인데. 나는 이 고독과 설움이 나와 똑같이 먼 데 있는 너의 폐와 심장을 관통해주기를 기도하다가도,

어쩌면 이 사랑이 멎는 곳이 있을까 그렇다면 그곳에서 너와 내가 새로운 글자와 의미로 조응하며

황홀 속에서 번잡과 생명과 죽음을 모두 제거하고 영원히 하나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보는 것이다.

갈잎 사이에서 너를 떠나보내고, 나는 어둠 속에서 떠나간 너의 호흡을 찾아 그 속에서 달빛과 희미한 통로와 어머니와 나만을 생각하며 말라가던 자운영벌판을 끄집어내며, 어쩌면 너도 나로부터 멀리 떨어진 그곳에서 나와 똑같은 것을 지금 하고 있지 않을까, 그러다가 네가 나로부터 떨어진 그 거리만큼이나 너도 너 자신으로부터 멀리 떨어져버린 것이라고 깨닫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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