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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노숙인의 죽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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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티리엘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3건 조회 309회 작성일 18-12-04 14:27

본문

영하14도, 때맞춰 내리는 비는 뼈속 근원까지 파고든다
역전노숙 10년
이골이 날 법도 한 생존본능
그래, 살아있으니 오늘은 넘기겠구나 
 
역 광장 흡연실 옆 벤치
가로누워 미동도 않는 한 사내
후드티 모자에 칭칭 둘러맨 머플러 사이로
눈동자만 세상과 공유한채 
뿜어져 나오는 연기를 모아
추위를 데우고 있다 
 
두눈에 사로잡히는
대합실을 바삐 오가는 수많은 걸음들
힐끗 쳐다보는 혐오하는 눈길
더럽고 실패한 인생의 좋은 본보기라며
자녀교육하는 어느 행인
그래, 틀린말은 아니지 
 
조실부모
초등학교 중퇴
섬유공장 염색노동자
아파트건설현장 일용직 
 
자기소개서 한 칸을 겨우 채울 수 있었던 고단했던 과거
퇴색한 부끄러움으로 얼룩져 있음에도
인생 가장 화려했던 청춘이었다 
 
버려지고, 포기하고
실패에 분노하면서도
그래도 이 악물고 버틴 
그런 시절이 있었다 
 
늙고 병들고 오갈곳 없어진 무소유의 삶
미끈하고 냉정한 

대리석 위 빈 소주병과 

함께 차갑게 식어가는 
노숙의 마지막 한 숨
나즈막히 남기는 한마디 

내일은 햇살 덮고 잠들 수 있기를

댓글목록

추영탑님의 댓글

profile_image 추영탑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남 퍼 줄 수있는 돈은 있어도
자국민 밥상 차려 줄 돈은 없는 나라가 있지요.

남이야 노숙을 하는지, 밥을 먹는지는 몰라도 내 뱃속 빈 것은 기막히게
아는  부류들은 있게 마련입니다.

뉴스를 자주 들여다보면 금방 알게 되는 세태입니다. 
죽기 위해서 산다고는 하지만, 어떤 죽음은 항상 우리를 슬프게 합니다.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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