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6> 손과 손 사이 ―폴리스 라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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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강북수유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218회 작성일 17-10-11 09:32본문
손과 손 사이
―폴리스 라인
정호순
경계선에서 우리는 언제까지 대치하여야 하나
끝없는 찬성과 반대의 물결 속에
네 땅도 내 땅도 아닌
같은 사람 같은 땅 같은 하늘아래
불신하고 증오를 하며 사나
허식과 허울을 벗어 던지고
이념과 관습과 계급을 던져버리고
미움과 서러움의 찌꺼기 던져버리고
허심탄회하게 마주해 보자
인정하지 않으니 인정받지 못할 뿐
다른 것은 틀리지 아니한가
옳고 그르고 어디 있나
맞고 틀리고 어디 있나
남자 있어 여자 있고
도시 있어 농촌이 있고
젊음이 있어 늙음이 있다
남쪽이 있어 북쪽이 있고
동쪽이 있어 서쪽이 있다
동쪽에 해 떠 서쪽으로 지는 해 마주 서 봐라 보라
한 사람은 앞이마에서 뜨고
한 사람은 뒤통수에서 해 뜬다
팔장을 끼어보라
어떤 사람은 오른손이 왼쪽 겨드랑이 밑으로 가고
다른 사람은 왼손이 오른쪽 겨드랑이로 들어간다
손깍지를 껴보라
한 사람은 오른손 엄지가 위로 올라오고
또 한 사람은 왼손 엄지가 오른손 손등을 덮는다
경계선은 낯 설은 이방인의 땅이 아니다
경계선은 부딪쳐서 투쟁하고 쟁취하는 땅이 아니다
경계선은 무릎 끊고 애걸하고 용서하는 땅이 아니다
우리들은 아무데나 갈 데가 없고 갈 수가 없다
태어난 이 땅이 애증이어야 한다
경계선은 이해 상충의 충돌지대가 아니다
우리 모두 최소한의 꿈과 이상을 펼 수 있는 너의 나의
삶이 녹아드는 이타의 완충지대가 되어야 한다
그래, 네가 아무리 떠들어도
내 귀엔 소귀에 경 읽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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