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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신수심동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2건 조회 343회 작성일 19-09-27 00:10

본문

목덜미 아래에 날붙이 하나가 날아들어

나는 고개조차 돌릴 수 없습니다

동이 트고 낙하의 시간이 끝날 때쯤이면

굴레의 감정에서 벗어나 또다시

하루를 시작하겠죠

앞만 보고 살아야 하는 천명을 알고 있나요

더 이상 내 아픔은 아픔이 되지 못하고

불이 붙어 금세 녹아내리는 휘발성의 기억이 됩니다

쇠붙이가 붉게 타오르고 나는 타는 현기증으로

누군가의 이름을 이름이 되지 못하게

헤집어놓습니다 핏줄은 희미하게 박동합니다

조심히 심장이 뛰는 것을 느끼며

하루가 달리 검게 굳어가는 형체만을 바라만 봅니다

 

나 아닌 것들과 작별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서

나는 그대가 뱉은 수많은 숨들을 보았고

그 자리에는 수없이 많은 조각으로 잘려나간

시간이나 기억이라고 불리는 것들의 흔적을 볼 수

있었기에, 이곳에 무릎을 꿇고 나는

달려드는 별들의 상념 따위를 가슴에 박아 넣으며

검은 심장임에도 밝혀낼 수밖에 없었다고,

별이 비추지 않는 자리에서

별을 갈망하는 마음으로

다가오는 죽음을 따라 걸었습니다

비가 그치는 난 후면

내 오뉴월 하순은 죄다 져버리고 말아

꽃이 모두 떨어져 나간 자리에는

맺힌 지난 시절에 대한 망각의 언어들과

당신의 숨이 명멸하던 소멸의 밤만이 남아

작게 돋아난 슬픔만을 삼켜내는 것만이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이었음을 시인하는 바입니다

나는 떨어지는 감정에 익숙합니다

매일 밤 낙하하는 기분으로 잠에 들어

다음 날이면 또다시 한 잎 떨어진 감정의 순간들을

조심히 오늘의 하루에 고이 접어 공중에 띄어 보낼까요

 

그리움이 사무쳐 어두워진 밤에

죽음조차 누군가의 이야기가 아닌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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