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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사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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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자운영꽃부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346회 작성일 19-10-06 08:20

본문


꽃과 잎이 서로 다른 시기에 피어 영원히 만나지 못한다는 상사화를

어느 산사 장독대 곁 바람 모이는 곳에서 만났다.

 

영겁을 두고 가까와질 수 없는 그런 거리를 유지하면서

그 영겁을 조금이라도 줄이려는 발걸음 하나 하나가

나를 규정하게 되는 것,

그 간절함을 잎은 말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내 친구는 어느 가교(架橋)를 읽으려는 듯 말을 멈췄고,

내 손수건에 연록빛 문장(文章)이 핏자국처럼 번져 나갔다.

 

저 입술에 묻은 조용한 아우성이

애초에 꽃잎들 가운데 하나였다면,

잎은 어디서부터 걸어가야 할 지

그것조차 모르게 될 것 아니야? 

 

하얀 손길이 내 심장 위에 얹어졌다.

 

우리는 맑게 솟아나오는 샘물에 함께 손을 씻었다.

 

그 어떤 유의미함으로도 표현되어질 수 없는 향기가

영겁이 한 방울 선홍빛 즙액으로 농축되어

저기 순수한 상징으로 정지해 있는 것이니.

 

둘 중 하나가 소멸되느니 영겁이라는 이름으로

황홀한 빈 자리 이룰 수 없는 빛깔을,

여기 이 자리에 서서 묵묵히 견디어나가고 있는 것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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