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련이 사는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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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파랑새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2건 조회 329회 작성일 19-11-11 15:00본문
목련이 사는 집
시골 처형 집 닿는 길목
봄이면 목련꽃 풍성한 마당 좋은 집이 있다
풍화로 낮아진 시멘트 블록 담보다
껑뚱 솟은 목련이 꽃망울을 팡팡 터트리는
햇살좋은 날이면 나는 그 집을 지나곤 했다
디스크로 위축된 처형의 등뼈보다 급속도로 낮아지고 있는 담장 너머
시골집을 통째로 차지한 외국인 몇 명
마당 복판에 빙 둘러서서 숯불에 고기를 굽고 있었다
동남아 쪽에서 온 외국인 근로자들이다
각자 양손에 캔 맥주와 나무젓가락을 들고서
걸쳐놓은 석쇠에서 피어오르는 연기에
안개 낀 미래처럼 섞여있다
목련꽃에 넋을 앗기고 지나치다
마당의 이방인들과 눈이 마주쳤다
망울 터지는 목련처럼 우리는 웃었다
인간으로서 그냥 상대임을 표한 것인데
젓가락으로 집어올린 고깃점을 흔들며
고향에서 가져온 누런 이빨에 이빨만한 고춧가루 낀,
함지박만한 누런 웃음이 내게 달려왔다
다른 한 명이 소주병과 잔을 들고 가세했다
싸장님
한잔 해 한잔 해
싸장님 한잔 해
불맛 쇈 기름진 삼겹살이 출렁거리고
살점 끝에 매달린 쌈장이 위태로워
엉겁결에 손까지 받치고 답삭 받아먹었다
덤으로 소주까지 한 잔 삼키고
정수리에 잔을 엎어 보이자
그들은‘엄지척’으로 나를 치하했다
방석 위 조신한 색시 같은 목련꽃망울들이
나와 그들 사이에서 툭 툭 떨어져 내렸다
한 번이라도 바람에 꺾인 목련 잎은 금세 피멍이 든다
바람을 알지 못하여도 세상은 살아지는 것
작은 바람에도 꽃잎은 상처 입고
한번 접힌 자리는 흙빛이 되었다 그것은,
죽으면서도 복구되지 않는 각인이 되었다
아내와 젖먹이 이마에 뜨거운 뽀뽀를 심어놓고
난생 처음 비행기 타며 눈물 흘렸지
그 나라 가서 돈 벌려면
사장님이라 하면 다 좋아하는 민족이라고 배웠다네
그런 민족이라고 배웠다네
나는 사장이 아니라고 정정할 기회를 놓쳐버렸다
소명하여서 삼겹살이 오겹살이 되고
오겹살이 두텁살되어
씹는 맛이 한결 쫄깃해질 것 같아
나는 서둘러 내 길을 갔다
곧 서로가 보이지 않게 담장이 높아졌다
남의 나라에서 한 번쯤은 꺾여보았을 목련꽃잎들의
두런거리는 소리가 뒤에서 또렷하게 들렸다
저 싸장님은 좋은 쌈장님 같아
저 쌈장님은 정말 좋은 쌈장님 같아
어눌한 발음이 내겐 그렇게 들렸다
삼겹살을 씹고 뜯고 즐기는 데 필수적인 쌈장
불현듯 어느 개그맨이 생각났다
싸장님 나빠요(*)
댓글목록
부엌방님의 댓글
부엌방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싸장님 나빠요
삼장에 삼겹살은 고단함의 피로를 풀어주는 약이지요
소주한잔에 웃음한대빡은 배려의 마음 다문화가정도 이루어지는 세상속에서
서로 웃으면 살아야지요
피눈물나는 일은 없어야 하구요
감사합니다 행복한 하루 되셔요
우리 파랑새님^^
닉네임이 너무 좋다는 생각이 들어요
파랑새님의 댓글
파랑새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죄송합니다 붴방님~~^^
닉까지 추켜올려주시니 몸둘 바를...
다문화인들과 소통하는 방법이 서툴죠? ㅎㅎ
시하고 소통은 전혀 불통이니 가심이 답답합니다
거침없이 시와 소통하시는 붴방님!
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