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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달팽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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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강북수유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445회 작성일 17-11-20 09:35

본문

 

민달팽이

정호순

 

 

명퇴한 베이비부머 저 사내

연로하신 부모님 효짐을 지고

대학 나온 백수아들

연좌죄처럼 메고 가네

 

작은 가게가 다닥다닥 붙은 골목시장

사채업자가 뿌려놓은 일수대출명함은

만추의 은행잎처럼 나뒹굴고

 

주머니엔 직책 명함 대신

프랜차이즈 창업 광고 전단지

구멍 속의 쥐처럼 불안불안 숨어 있네

 

체면의 가면도 나목의 부끄러움도 잊은 지 오래

낙목한천 지전 같은 자갈눈발이 퍼붓는데

오갈 길 잃어버린 하우스푸어

맨발의 저 사내

 

자신을 보호할 수 있는

껍데기조차 걸치지 못 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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