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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관리자 전용)

 

☆ 시마을 문학상은 미등단작가의 창작작품을 대상으로 엄정한 심사과정을 거쳐 매년말 선정, 발표됩니다


2012년 제 8회 시마을문학상 수상자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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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1건 조회 3,394회 작성일 15-07-08 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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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버 시대에 걸맞게 대중성을 확보할 수 있으면서도 현대성이 가미된 작품을 발굴하여 문학이 독자의 곁으로 쉽게 다가갈 수 있는 통로로서의 역할과 문학의 저변확대 도모의 취지로 2005년 부터 시행된 시마을 문학상이 올 해로 8회째를 맞이 하였습니다. 앞으로도 시마을은 시문학의 발전을 위하여 노력할 것 입니다

이번 시마을 문학상 수상작은 지난 1년간(2011.10~12.9월) 시마을 창작시란, 청소년시란에 올라온 작품 중에서 선정된 월단위 ’이달의 우수작(최우수작 및 우수작)‘을 대상으로 하여, 선정하였으며, 기 수상자및 본인이 삭제한 작품은 선정대상에서 제외되었습니다.

  2012년 시마을문학상 창작시 부문 대상 수상자로「창호지」를 쓰신 가문비 님이 선정되었습니다. 이외에도 금상에는 김덕진 님의「뜨개질하는 여자」, 그리운연어 님의「손톱」, 은상에는 김일곤 님의 「윤달」, 홀든님의「노란장화의 시절」, 비로솜님의 「 힐링(healing) 여행 」, 동상에는 주저흔 님의「한증막」이백님의「아내의 눈물」차윤환님의 「연어」기억마루님의「유산으로 남을 외상장부」디카프리오 Kim님의 「못 생긴 나무」가 각각 선정되었습니다.  

2012년 시마을문학상 청소년시 부문 대상 수상자로「끈」을 쓰신 이승용 님이 선정되었습니다. 이외에도 금상에는 오현석 님의「바보상자」, 잠시동안 님의「침 놓는 날」, 은상에는 나는시인이다 님의 「성(聖)(姓)의 길」, 조관희님의「태풍」, 이정훈님의 「 관음을 위한 변명 」, 동상에는 가증 님의「항구」NIVEA님의「물의 저녁」이기혁님의 「버스 속 시선」이적신님의「빈 의자」이영훈님의 「결(結)」이 각각 선정되었습니다.  

문학상 대상 수상자에게는 소정의 상금과 수상기념패가 전달되며, 시마을 명예의 전당에 수록됩니다.

시상식은 오는 12월 15일(토) 시마을 송년문학행사에서 개최될 예정입니다.

  문학상을 수상하신 여러 님들에게 진심으로 축하드리며, 더욱 정진하여 우리나라 문단의 대들보가 되시기를 기원합니다. 아울러, 문학을 사랑하는 시마을 문우 여러분의 가정에 사랑과 행복이 가득하시기를 소망합니다.


2012년(제8회) 시마을 문학상 수상작


【 대  상 】


[내용보기] 창호지 / 가문비

【 금  상 】
  


[내용보기] 뜨개질하는 여자 / 김덕진
[내용보기] 손톱 / 그리운연어

【 은  상 】
  


[내용보기] 윤달 / 김일곤
[내용보기] 노란 장화의 시절 / 홀든

【 동  상 】
  


[내용보기] 힐링(healing) 여행 / 비로솜
[내용보기] 아내의 눈물 / 이백
[내용보기] 연어 / 차윤환
[내용보기] 유산으로 남을 외상장부 / 최덕수
[내용보기] 못 생긴 나무 / 디카프리오Kim


*주저흔님의 <한증막>은 작품을 삭제하셨으므로 선에서 제외되었습니다.



2012년(제8회) 시마을 청소년 문학상 수상작


【 대  상 】


[내용보기] 끈 / 이승용

【 금  상 】
  


[내용보기] 바보상자 / 오현석
[내용보기] 침 놓는 날 / 잠시동안

【 은  상 】
  


[내용보기] 성(聖)(姓)의 길 / 나는 시인이다
[내용보기] 태풍 / 조관희
[내용보기] 관음을 위한 변명 / 이정훈

【 동  상 】
  


[내용보기] 항구 / 가증
[내용보기] 물의 저녁 / 양경찬
[내용보기] 버스 속 시선 / 이기혁
[내용보기] 빈 의자 / 이적신
[내용보기] 결(結) / 이영훈

  
[시마을 문학상 창작시 부문  심사평 ]


2012 시마을 문학상 심사평
  
                                                                                           고성만(시인)

시는 ‘쓴다’고 말하지 않고 ‘온다’고 말한다. 시를 ‘기록한다’고 말하지 않고 시를 ‘받아적는다’고 말한다. 저절로 오는 시를 맞이하여 받아 적을 수만 있다면 얼마나 행복할까? 그러나 시는 아무 때나 오지 않는다. ‘파수꾼이 새벽을 기다리는 것’보다 더 어렵게 온다. 그래서 시인들은 시가 오는 순간을 기대하며 날마다 시를 읽는다. 시를 쓴다.

그러나 시에 너무 가까워져도 시가 잘 보이지 않는다. 사랑하는 사람이 늘 가까이 있을 때는 그 존재를 망각하는 것처럼 시도 시와 떨어져 있어보아야 시가 보인다. 자기가 쓴 시를 날마다 붙잡고 있으면 단점이 보이지 않는다. 세상 누구의 시보다 훌륭하다고 자평하며 흐믓해 한다. 자기라는 우물에 갇힌 것이다. 나르시스처럼 자신에게 매혹되는 순간 비극은 시작된다. 그래서 적당한 ‘거리’가 병행되어야한다. 시의 마력에 붙잡혀본 사람은 알 것이다. 시에서 멀어지기가 얼마나 힘든지를. 거리를 걸어갈 때에도 잠을 잘 때에도 생각난다. 꿈속에서도 시를 쓰고, 행복도 불행도 시로 해석된다. 시와 항상 함께 있고 싶다면 그는 시와의 사랑에 빠진 것이다!


시인은, 가끔 환히 멎어 있는

강심의 물금처럼, 제 눈물의 갑절을

약속처럼 매달고 산다 - 김병호,「시인은,」, 부분


시는 때때로 시인을 배반한다. 잔뜩 기대하고 있던 공모전에서 낙선했을 때, 누군가에게 혹평을 들었을 때, 자신이 쓴 시 구절에 절망을 느꼈을 때, 다시는 시를 쓰지 않겠다고 맹세한다. 시를 ‘받아적’는 시간은 불행하게도 너무 짧다. 기껏해야 한 달에 한두 번 올까 말까 한다. 이러한 ‘강림’의 시간을 기다리며 많은 사람들이 시를 쓴다. 어떻게 하면 시를 잘 쓸 수 있을까? ‘거두절미’할 필요가 있다. 서두를 길게 가져가지 말고, 핵심으로 바로 들어가고, 사족이라고 생각되는 부분은 과감히 잘라내라고. 이렇게 말하는 사람 역시 그것이 가장 어렵다는 것을 고백할 수밖에 없지만.

‘2012 시마을 문학상’ 심사는 아주 즐거웠다. 특히 몇몇 분은 우열을 가리기가 어려울 만큼 일정 수준에 올라있었다. 대상에 선정되신 가문비 님, 금상에 선정되신 김덕진 님, 그리운 연어 님, 은상에 선정되신 김일곤 님, 동상에 선정되신 이백 님 등이 그러한 분인데, 대상 수상자로 가문비 님의 시 「창호지」와 김덕진 님의 시 「뜨개질 하는 여자」를 놓고 오랫동안 망설여야했지만 결국 「창호지」로 귀결되었던 이유는 완결성에 있었다는 사실도 고백해야겠다.

대상수상작인 「창호지(가문비)」에는 인생에 대한 성찰과 미학적 시각이 들어있다. 이 분의 말을 빌리자면 우리는, ‘이슬 내린 새벽과 노을 진 저녁 사이로 은은한 가을을 물들이는’ 인생을 살아가야 한다. 참 아름답다. 왜 이 분이 아직도 등단을 하지 않았는지 의아스럽다. 이 분은 첫째, ‘운율’을 자유자재로 구사한다. 예를 들어 4연을 보자. ‘한 컷의 형상이 별을 띄우고 달빛을 떠먹는다’ 처음부터 4음보로 읽힌다. ‘사르륵 옷깃을 벗는 꽃그림자’, ‘뽀얀 살결이 풀어헤친 모세혈관들’, ‘바람조차 잠긴 문고리를 벗을 수 없다’ 여기까지가 모두 4음보이다. 4음보는 우리의 전통 운율이다. 시조가 4음보이고, 민요가 4음보이다. 현대시들도 4음보를 보이는 것이 많다. 둘째, 비유가 자연스럽다. 창호지로 문 바르는 행위를 ‘야윈 문살에 기대어 나를 봉합하는 일’, ‘육필로 써 내려간 문장’이라고 표현한다. 소재와 표현이 잘 어우러진 수작이지만 역동적이지 않고, 평면적으로 느껴진다는 단점이 있다. 결구가 약하므로, 울림이 강하지 않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다.

금상 수상작인 「뜨개질 하는 여자(김덕진)」는 한 폭의 그림이다. 뜨개질하는 여자가 있는 풍경, 참 따뜻하다. 이 시의 계절적 배경은 겨울이다. 공간적 배경은 클래식음악이 들려오는 거실 혹은 방이다. 그녀는 누군가의 옷을 뜬다. 사랑하는 사람일 수도 있고, 가족일 수도 있다. 뜨개질은 ‘지구의 실타래’를 ‘한 올 한 올’ 엮는 일이다. 뜨개질은 마법이다. 정원이 있고, 몽우리에 사랑을 다져넣는 나무가 있다. 주변엔 음표들이 떠다닌다. 이 모든 것이 뜨개질의 대상, 무늬일 것이다. 그녀는 ‘노을을 뜨개질’하여 ‘꽃잎의 발자국으로 무릎을 덮는’다. 화자는 ‘나’이다. (몰래 숨어서) 그녀를 바라보는 중이다. 이 시는 보이지 않는 시선조차 보이는 것으로 표현하는 장점이 있는 대신 시가 너무 얌전하다. 시인의 욕망을 투사하여 대리만족적인 욕구를 채워줄 필요가 있다.

또 다른 금상 수상작인 「손톱(그리운 연어)」은 재미있다. ‘손톱은’으로 시작해서 ‘종결어미, 마감, 갈무리, 마침표’로 끝난다. 아다시피 이것은 은유다. ‘~처럼, 듯이’를 생략한 비유. 그래서 고급스러워 보이는, 아무나 쉽게 구사하지 못하는 어법이다. 손톱이 없었다면 ‘아마도/ 손가락을 들어 누군가를 향했을 때/ 심장을 꿰뚫고 나가 잭크의 콩나무처럼 죽죽 자라나/ 세상의 손가락들은 넝쿨로 얽히고 얽’힌다. 동화적 기법이다. 남들이 잘 모르는 사실을 그럴듯하게 꾸며서 보여주기도 하고, 이미 잘 알고 있는 사실을 새롭게 해석하여 보여주기도 하고, 엉성한 사물들을 하나의 특징으로 꿰뚫기도 한다. 네일아트처럼 ‘손톱’이 좀 더 요염하고 요란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이 밖에도 「윤달(김일곤)」엔 인생의 성찰이 엿보인다. 다만, 시상이 풍부하지 못하다는 단점을 안고 있다. 「노란 장화의 시절(홀든)」은 잠재력이 있는 시이다. 구절구절 참 매력적이다. ‘겨울의 바깥’, ‘밤의 뒤편’, ‘벽난로의 시간’ 등 비유적이면서도 수많은 이미지들이 등장한다. 앞으로 훌륭한 시로 발전할 소질이 다분하다. 「힐링(healing) 여행(비로솜)」에서 내가 본 것은 거침없는 상상력이다. 한 사람(비극을 잉태한)의 여행과정을 다채롭게 보여주고 있다. 서사적인 구조가 돋보인다. 다만, 이게 시인가? 하는 의문이 해결되지 않는다. 「한증막(주저흔)」은 주제의식이 돋보인다. 기둥이 튼튼한 집이다. 기후 변화에 의한 환경의 위협을 다양한 보조관념으로 표현하고 있다. 앞으로의 시가 기대된다. 주제의식이 강한만큼 구성과 문장도 치밀해지기를 바란다. 「아내의 눈물(이백)」은 따뜻하고 섬세하다. 자칫 감상에 치우칠 수 있는 소재를 끝까지 균형감각을 잃지 않고 여러 가지 이미지로 구체화․형상화했다는 점을 높게 평가하고 싶다. 하지만 퇴고가 덜 되어 시상이 다소 느슨하다.

수상하지 못한 작품들에 미안함을 전하며, ‘시마을’을 통해 기라성같은 문인들이 배출될 것 같은 예감에 휩싸인다


고성만 시인 약력

전북 부안 출생
1998년《동서문학》으로 등단.
시집 『올해 처음 본 나비』『슬픔을 사육하다』.


  
[시마을 문학상 청소년시 부문  심사평 ]


2012 시마을 청소년 문학상 심사평

                                                                                       송 진(시인)

시는 암시적이며 구체적이며 비밀스러워야 한다. 그리고 자신의 내면의 얼굴과 진실된 마음으로 마주 볼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결코 만만하게 볼 일이 아니다. 왜냐하면 바로 이 점이 시에 접근하는 것을 어렵게 만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는 이제 멈출 수 없다. 우리는 이미 그만 둘 수 없는 길에 기어코 발을 들여놓지 않았는가. 되돌아 갈 수도 없다. 안개처럼 모호한 이 길을 맨발로 걸을 수 밖에 없는 것이라면 이 또한 시인의 운명이라고 믿는다.

최종심에 올라온 20편의 후보 작품을 읽었다. 시들을 읽다보니 자연스럽게 심사기준이 정해졌다. 시적 상상력이 너무 상투적이거나 지나친 호소력으로 감정의 절제가 제대로 되지 못한 시, 낡은 몸안에 낡은 정신이 담겨있는 시들이 먼저 제외되었다. 또 평면적인 사고의 시, 입체적인 사고의 전환이 필요한 시들이 수상작에서 멀어졌다 .

남은 작품들 중에서는 선명하고 깊이있는 시어의 교류는 이루어지지 않았지만, 그래서 약간 투박하다 싶을 정도의 시도 있었지만 신선한 재료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한 시들의 어깨에 호감이 갔다. 좋은 시란 항상 새로움을 추구하며 옛것을 잊지않는다.

금상을 받은 오현석의 '바보상자'는 과거와 현재를 럭키금성TV와 암울한 시대적 배경과 자식의 앞길을 걱정하는 아버지와 자연스럽게 연결하고 있다. 단순한 어법과 기교가 없는 듯 보이지만 (사실은 그게 아니다) 바로 그 점이 시를 시답게 하고 있다. 아쉬운 점은 첫행과 두번째행 "대형 스마트의 평면 티비에게 자리를 빼앗겨 내 방에 들어왔던 럭키 금성 아날로그 TV가" 지나치게 설명적이라는 점이다.

역시 금상을 받은 잠시동안의 "침 놓는 날"은 재치 있고 해학적이다. 발상이 아주 새롭다고 할 수는 없지만 언어의 고유 리듬을 잃지 않고 있다. 그리고 이야기를 끌고 가는 힘에 마음이 끌렸다. 시의 무게 중심을 잃지 않고 정진하기를 바란다.

마지막으로 대상은 이승용의 '끈'이다.

이 시는 니킥(knee kick)의 어둠에서 니킥의 밝음으로 가는 출구에 서 있다.

이승용은 이 시에서 "뾰족한 무릎을 가진 파도가 연신 해안가에 니킥을 날린다."라는 뛰어난 시적 표현을 구사하고 있다.

하지만 "엄마처럼 짠 피 묻은 스웨터를 떠올리며/아빠처럼 술 취한 퍼런 바다가 난동치는 해안가에 앉아 생각했다"고 이 두 행은 시를 쉽게 펼쳐줌으로서 독자의 상상력을 떨어뜨린다. 시는 불필요한 언어를 나열하면 초라해진다. 왜 우리는 치열하게 시어를 갈고 닦는가? 우리는 진원을 알수 없는 시의 부름으로 시를 쓰고 있다. 알수 없는 시의 부름을 받고 어둠 속을 지나고 또 지나고 보면 결국 밝음이 다가 온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시는, 혹은 시인은 사물과 인간 사이, 동물과 인간사이, 식물과 인간 사이, 인간과 인간 사이, 인간과 신 사이, 신과 신 사이를 부정하며 밀어내지만 결국 그 부정적 몸부림조차 서로의 소통을 위한 것라는 생각이 든다. 이승용의 빛나는 '끈'은 세상의 부조리한 아픔을 당연히 받아들이기보다는 밝고 건강한 세상으로 가는 출구를 찾는 일에 관심과 힘을 쏟기를 바라며 수상을 진심으로 축하드린다. 그리고 모든 후보작에게 수상의 기쁨을 드리고 싶었지만 모두 다 선 할 수 없었음에 죄송스러운 마음을 전한다.

스스로 지워지다 남은 매니큐어의 붉은 자국처럼 쓸쓸하고, 하얀 목선과 쇄골이 만나는 선이 고운 애인처럼 아름다운 가을날, 좋은 작품들을 읽을 수 있어서 행복했다. 모든 분들의 건강과 행복과 건필을 빈다.

[청소년 부문]

* 대상 1편 - 끈/이승용
* 금상 2편 - 바보상자/오현석
                침 놓는 날/ 잠시동안
* 은상 3편 - 성(聖)(姓)의 길/나는 시인이다
                - 태풍/조관희
                - 관음을 위한 변명/이정훈
* 동상 5편 -항구/가증
               -물의 저녁/NIVEA
               - 버스 속 시선 / 이기혁
              - 빈 의자/이적신
               -결(結)/이영훈




송 진 시인 약력

1962년 부산출생
1999년《다층》등단
시집『지옥에 다녀오다』『나만 몰랐나 봐』등
  

  
[시마을 문학상 대상 수상작 ]

창호지 / 가문비


  내게 남은 일이란 야윈 문살에 기대어 나를 봉합하는 일

  이슬 내린 새벽과 노을 진 저녁 사이로 은은한 가을을 물들이는 일 인적 끊긴 마당을 향해
묵독하는 일 댓돌 아래 모란을 뚝뚝 떨어트리는 일 침 묻은 손가락을 감추며 정색하듯 시치
미 떼던 때 있었지

  수절한 과수의 서러운 일생처럼 부르르 폐가의 문풍지가 운다. 낡은 원고지 여백의 문살
마다 육필로 써 내린 문장이 흐릿하다 녹슨 경첩이 낯선 발자국에 삐걱 봉문을 열면 버려진
사발 속으로 도란대는 수저소리 물컹 씹히는 행간들
  
  한 컷의 형상이 별을 띄우고 달빛을 떠먹는다. 사르륵 옷깃을 벗는 꽃그림자, 뽀얀 살결이
풀어헤친 모세혈관들 청청하다 못해 깊다 밤이 쓰러져가는 시간 내내 폐가의 기억은 문 속
에 갇혀있고 바람조차 잠긴 문고리를 벗을 수 없다

  한번이라도 문을 발라 본 사람은 안다 멀어지는 것들은 눈이 아니라 손끝으로 더듬어 읽는
다는 걸 풀 먹인 창호지일수록 투명하여 한 송이 국화로도 온방을 물들인다는 것



  
[시마을 청소년 문학상 대상 수상작 ]

끈 /  이승용


하늘의 온몸에 멍이든 밤, 파도는 그칠 생각을 않는다
뾰족한 무릎을 가진 파도가 연신 해안가에 니킥을 날린다
실컷 두들겨 맞고 검은 멍이 들어서도 피하지 않는 모래알들
맞으면 맞을수록 서로 의지하며 진득하게 달라붙는다
꽃게들은 놀란 가슴으로 구멍 속에서 빼꼼 고개를 내밀 뿐이지만
휑한 바람이 스치는 구멍마다 별빛은 따스하게 수놓는다

두 눈에 멍이 들어서도 우리 귓가에 따스한 별빛을 수놓던 어머니
그녀가 떨리는 손으로 짠 스웨터
그녀가 내게 짜준 빨간 스웨터를, 나는 한 번도 입지 못했다
그 빨간 빛이 꼭 그녀의 핏물인 것만 같아
우리 가족을 이어주던 그 끈의 색깔인 것만 같아
한 올만 잡아당겨도 다 풀려버릴 빨간 스웨터이지만
옹기종기 얽혀 따스한 겨울을 나는 피묻은 힘
엄마가 짠 피묻은 스웨터를 떠올리며
아빠처럼 술 취한 퍼런 바다가 난동치는 해안가에 앉아 생각했다
이대로 엉켜 있는 편이 나을지도 모른다고

밤하늘에 하얀 실 가닥들이 잔뜩 엉켜 있는 밤
나도 한 가닥의 실이 된다
빛나도록
끈질긴 끈들의 엉킴

배꼽 속에 얇은 끈 하나가 엉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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