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발 한 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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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그믐밤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3건 조회 1,448회 작성일 15-11-24 16:24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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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보운전대리님의 댓글
초보운전대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버려진 빨간 구두 한 짝
초보운전대리
지금 일하고 있는 새벽도로 한쪽에 홀로 길을 짊어진 빨간 구두 한 짝이 걸어가려고 움찔거리고 있다
그 여자가 버리고 간 순간부터 구두는 밤하늘을 신고
은하수 징검다리를 건너가서 그 여인이 잠든 창가에 갔다가 날이 샐 무렵이면 돌아온다
그 여인은 지금 어디에 있는지 아무도 모른다 하지만 버려진 빨간 구두 한 짝은 알고 있다
그는 다만 추측으로만 그곳을 예상하고 있을 뿐이다 그런데도 그는 밤만 되면 어김없이 찾아간다
뒤축을 낮추며 지금까지 걸어왔던 길에게 편지를 쓰면서 은하계의 물컹한 길에 빨간 구두라는 이름을 새기고 간 자기 짝을 찾아가고 있다
그동안 구두는 한 번도 뒤집어져서 걸어온 적은 없었다
새벽거리에서 미아가 된 그 쓸쓸함을 겨우 참으면서 걸었다
거리 위의 정지표지판들이 앞을 막으면서 어깨를 거들먹거렸다
길을 가다가 가장 막다른 골목 안 벽 앞에 다다르면 또 다시 새로운 길을 만들었다
더 이상 사람들의 발에 의해 조정당하고 싶지 않음을 분명하게 빨간 색으로 말했다
사람에 의해서 걸어가던 길이 자신의 길인 줄 알았던 그 길을 이젠 냄새나는 발에 의해 가고 싶지 않다
양탄자 깔린 호텔 길 같은 길을 바라고 살지는 않았다
차라리 진흙탕 속으로 걸어 들어가 진흙들이 준비한 맑은 길을 걸어서 가고 싶다
거리 위 자동차들의 불빛에 웃는 모습 보였다 사라지는 현란한 그녀의 몸짓
때론 중앙 분리대를 넘어 걸어가야 할 미지의 그녀와 나의 간격
별빛으로 피어싱 한 내 몸이 그 길을 걸어서 끝까지 가면 신발의 천국이 그 아름다운 여인을 다시 걷게 할 것임을 버려진 신발 한 짝은 알고 있다
“나는 걸을 때만 명상을 할 수 있다 걸음을 멈추면 생각도 멈춘다”*
포기하지 않았음을 축하하는 발자국 소리 들린다
그 새벽도로에 버려진 신발은 날마다 어둠 저 쪽까지 가서 자기 짝을 만나고 돌아온다
내가 그 자리를 그냥 지나치면 어김없이 제 몸뚱이를 더욱 빨갛게 들어내며 유혹한다
빨간 신발 속에는 언제나 빨간 길이 문을 열어놓고 있다
* 앙리 루소의 말을 인용함.
오래전에 썼던 시입니다 님의 시를 보니 생각이나서 한번 적어보았습니다 꾸벅
그믐밤님의 댓글
그믐밤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흠칫했습니다. 모르는 사이 누군가의 작품을 모방한 건지,
다행으로 그런 것 같진 않군요. 우연히 같은 제재로 시를
쓰게 되었군요. 어쨌든 반갑습니다. 서로 시차는 있지만
동일한 대상에 주목하고 있군요.
박미숙님의 댓글
박미숙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잘 읽었다는 말과 함께 슬그머니 첫 인사 내려놓고 갑니다
좋은하루 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