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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자운영꽃부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351회 작성일 18-10-04 1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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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난설헌에게




세월이 뭍 한 귀퉁이를 깎아 나가면

보이지 않는 데로부터 선록빛 바다가 밀려 들어왔다.

눈 먼 동백꽃 숭어리들은 오직

황홀하게 바다빛깔에 귀기울일 뿐이다.

찰랑이며 발목까지 적시는 파도와 목젖까지 밀고 내려오는 하늘

동백꽃 숭어리들은 참 많은 것을 견디어 나간다.


그 동백꽃 숭어리를 꼭 닮은 내 누이가

살고 있다는 허공 속 구름 위 층층이에 바닷가 마을

아, 가난한 마을.

긴 긴 수평선 따라

천 년을 귀 먹어 울림 없는 악기樂器 되어

사랑하다가 사랑하다가 굴 껍질처럼 빼빼 말라붙어 죽어간다는.


돌담장 너머 소금기 덮인 동백꽃

오래 전 누이는 바라보았을까, 지금의 나처럼?

지금의 나처럼 찰나에 어른거리는 녹음綠陰이 되어?


영겁의 조약돌들을 가볍게 밟고서

휙휙 지나쳐 가는 절기節氣들을 건너

내 누이 가난한 꽃 피우러 바다로 오네.

따스한 오월 바람 속을

고단한 살림 살러.

숨죽인 맑은 이파리 위에

피 배인 날 선 비늘 한 조각 돋아나네,


청신한 피비린내에 목 말라

이럴 때면 나는

탐스런 동백꽃 빠알간 한 숭어리

입안 가득 머금고 싶어진다.

[이 게시물은 창작시운영자님에 의해 2018-10-07 13:45:46 창작의 향기에서 복사 됨]
[이 게시물은 창작시운영자님에 의해 2018-10-07 13:55:00 이달의 우수작에서 이동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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