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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혼은 통증을 안고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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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스펙트럼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6건 조회 128회 작성일 18-11-03 16:35

본문

황혼은 통증을 안고 간다

스펙트럼


 

잡초 무성한 아버지 옛집을 둘러보는데

툇마루에 앉아있는 아버지를 발견하고

마루 끄트머리에 살며시 앉았습니다.

 

서쪽 하늘가에 노을이 붉게 짙어갈 무렵

비단 거미가 정성스레 지은 수많은 방에

노을빛이 하나둘 입주 하기  시작하는데

아버지는 거미집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이내 ,몸 담을 방을 정하기라도 한 듯이

병든 몸을 이끌고 ' 황토방'으로 들어가

오래된 제삿상 다리 펴듯 누웠습니다.

햇살의 몸통이 온기를 잃어갈 무렵

누워있는 아버지의 몸에서

세월의 뼈들이 말없이 빠져나오고

뒷마당을 지키던 아버지의 대추나무가

검버섯 같던 껍데기를 벗어버리고

시간이 차고기 쌓인 몸뚱이를

차가운 땅 위에 소리없이 눕히자

아버지의 기억 시계는 멈추어 서고

어둠이 마지막 빛의 온기를 삼키자

긴 세월 버티던 몸이 비로소 통증 느끼고

부러진 발목으로 절뚝거리며 걷던 황혼은

아픔을 품은 채 멍든 몸통을 드러냅니다.

 

처마 밑 비단 거미의 집들을 살펴보다가

아버지가 누워계신 방 바로 옆방에

기약 없는 입주 계약서를 작성하고

돌아오는 길,

문득 돌아본 아버지는

붉은 눈시울로 나를 배웅하고 있었습니다.

 


[이 게시물은 창작시운영자님에 의해 2018-11-08 17:55:07 창작의 향기에서 복사 됨]

댓글목록

스펙트럼님의 댓글의 댓글

스펙트럼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도골 시인님, 귀한 걸음 하셨습니다.

 잘 감상하셨다니 고맙습니다.
 아직 시가 뭔지 몰라 우왕좌왕하고 있습니다.

 평온한 저녁 되세요

이종원님의 댓글

이종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먼 길 떠나신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이 시인님의 눈동자에 눈물처럼 맺혀 있음을 보게 됩니다.
거미줄에 걸린 붉은 눈시울은 아주 오랫동안 머물러 있을 것만 같습니다. 가슴이 붉어집니다. 노을 때문만은 아닙니다.

스펙트럼님의 댓글의 댓글

스펙트럼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즐거운 주말 보내셨는지요? 시인님!

네, 가을이 깊어가니 찬 바람에 잔 기침 하시던 아버님이 생각나서
아버지의 옛집에 들러보니
잡초는 우거져 있는데, 아직고 제 눈에는 아버님이 툇마루에 앉아계시더군요

평온한 저녁보내시고 힘찬하루 여세요^^

고맙습니다.

스펙트럼님의 댓글의 댓글

스펙트럼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시인님이 좋다니 저도 좋네요~^^
어머니에 대한 생각도 많이 하지만
유독 저는 아버지의 사랑을 많이 받아서 그런지
가을 찬 바람이 불면 아버지 생각이 많이 난답니다.

고맙습니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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