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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장(亂場)을 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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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붉은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745회 작성일 18-11-30 21:34

본문

         난장(亂場)을 치고

 

 

                                                    김 재 숙

그러니까

자유를 찾아 어슬렁거린다면

차별을 넘지 않고 망설임 없이 불쑥 다녀간 느낌

으로 지하철 4번 출구로 간다

혼자 외롭지 않은 선명한 확신이 드는

()를 범하는 곳,

그곳에서 빠르게 열차를 타고, 뭉개지는 엉덩이로

방금 남긴 타인의 체취를 음미하며

흘깃 침묵이 반성할 순간

다음 칸으로 밀려간다

꾹 베어 무는 *단백질 양갱을 받아들고 

앞으로 더 앞쪽에 전진해야 하는데

졸음과 무관심은 희고 미끈한

유리알 언어를 붙든다

바닥 끝

장엄한 멸족의 비운이 도사리는

계곡을 향해

또다시 그녀를 안고 떨어지는 숙면

붉은 담벼락에 낙서질하던 진실이 화들짝 놀라

용케 탈출한 치타의 자유를 그렇게 맛보는데

 

그러니까 말이지

북적대는 스모그 속 지하철 4번 출구

*설국을 달리는 열차를 환승하고

빼곡한 눈발 속에서

짐승을 바라보는 인간의 뒤태를 쫓아

가련한 절망 따윈 영화 속에서조차 없는

자유의 쉼터로.

 

 

 

 

           * 설국열차 / 봉준호 감독

 


[이 게시물은 창작시운영자님에 의해 2018-12-10 11:08:21 창작의 향기에서 복사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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