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티나무 그늘 아래 쉴 때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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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활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6건 조회 2,447회 작성일 15-07-21 16:14본문
댓글목록
활연님의 댓글
활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사철나무 그늘 아래 쉴 때는
장정일
그랬으면 좋겠다 살다가 지친 사람들
가끔씩 사철나무 그늘 아래 쉴 때는
계절이 달아나지 않고 시간이 흐르지 않아
오랫동안 늙지 않고 배고픔과 실직 잠시라도 잊거나
그늘 아래 휴식한 만큼 아픈 일생 아물어진다면
좋겠다 정말 그랬으면 좋겠다
굵직굵직한 나무 등걸 아래 앉아 억만 시름 접어 날리고
결국 끊지 못했던 흡연의 사슬 끝내 떨칠 수 있을 때
그늘 아래 앉은 그것이 그대로 하나의 뿌리가 되어
나는 지층 가장 깊은 곳에 내려앉은 물맛을 보고
수액이 체관 타고 흐르는 그대로 한 됫박 녹말이 되어
나뭇가지 흔드는 어깻짓으로 지친 새들의 날개와
부르튼 구름의 발바닥 쉬게 할 수 있다면
좋겠다 사철나무 그늘 아래 또 내가 앉아
아무것도 되지 못하고 내가 나밖에 될 수 없을 때
이제는 홀로 있음이 만물 자유케 하며
스물두 살 앞에 쌓인 술병 먼 길 돌아서 가고
공장들과 공장들 숱한 대장간과 국경의 거미줄로부터
그대 걸어 나와 서로의 팔목 야윈 슬픔 잡아준다면
좋을 것이다 그제서야 조금씩 시간의 얼레도 풀어져
초록의 대지는 저녁 타는 그림으로 어둑하고
형제들은 출근에 가위 눌리지 않는 단잠의 베개 벨 것인데
한 켠에서 되게 낮잠 자버린 사람들이 나지막이 노래 불러
유행 지난 시편의 몇 구절을 기억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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水草김준성님의 댓글
水草김준성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활연 작가님
언어의 자유로움과
골계미의 극치라 하겠습니다.
현대인의 피곤한 일상에서
배꼽을 잡고 웃겠습니다
저도 배꼽을 잡고 웃고 갑니다
감사드립니다
활연님의 댓글의 댓글
활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평소 지가 수수꺽기 같은 글만 올리는 버릇이 있는지라 참회도 할겸,
질펀 야리까리로 함 끄적거려보았는데,
함의를 다 읽어야 무르팍 팍 깨지면서 어, 어, ec, 發, 놈, 좀, 봐라, 엄숙한 시에다 똥 누었네
하고 한 번 웃으실 것인데, 눈이 밝으신 분인 듯.
물속에서 흔들리는 풀이시어서, 넉넉하시고 마음 또한 자유자재신 것 같습니다.
사실은 장정일의 아름다운 시를 감상하며 위로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에
급조한 것이랍니다.
밴대는 삼 년 그렇다 하는 속설이 있으니, 모쪼록 편백(노송나무) 우거진 숲같이, 피톤치드 무럭무럭 피어나는 곳에서
상큼한 저녁 지으십시오.
저는 깨금발로 도망가겠습니다. 고맙습니다.
무의(無疑)님의 댓글
무의(無疑)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말 부림도 이 정도는 돼야 '유희'라고 할 수 있을 듯
만안 스님이 중 승(僧)은 '중 되기 전에 먼저 사람이 돼야 한다'는 뜻이라고 했다는데
사람이 덜 되었으므로 중도 아닌지라, 함의는 못 읽고
빛나리 땡추 뭐 이런 단어에 오래 머물다 갑니다. 씨오투뿌라스오투 세 잔 마시고 대취...해서
냅다 걷어 차고 다시 차고 차고 차다가
왜 명치가 가려운 건지 발은 왜 붓는 건지 갸우뚱, 혹
시, 십알인가
활연님의 댓글의 댓글
활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염소가 여러 처를 방목하다가도 일자로 세워
내가 지엄한 지아비다, 라고 외칠 때 꼭 필요한 것이 삼지구엽초라던데
간밤에 저도 궐기하기 위해서 나른한 침묵에 관해서 공연한 권태에 관해서 그러다가 삼지구엽주를 동이째 목구멍에
부우니, 세상이 참 메롱해집디다. 염소는 세워서 평화를 이루었으나
저는 엎질러져서 바닥을 핥았습니다.
까부는 것도 키질하는 것도 탁월한 선수라야 가능하다, 나는 잼잼잼이나 하고 있어야 할 듯.
5시도 못 미쳐 시를 보시는 대사의 눈,
세상을 어찌 그리 일찍 깨우십니까, 나무 속으로 들어가시어 권태롭다가 새참 올 때까지 한참 푹 주무시지
장정일은 폭군이지만 이런 무늬를 가지고 있다 참 아리까리하지요
시는 딱히 아바타가 아닐 것이다 이런 생각도 듭니다.
목질 심연을 딛고 나온다, 생각하지만 아무튼
십알 많이 낳으십시오. 멸공. 멸감.
술 깨자고 한 편 옮겨 적습니다.
시인은 화랭이(무당) 아닐까 싶은 마음도,
활연님의 댓글
활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돼지머리와 화랭이
이병일
빨간 다라이 묽은 핏물 녹아내리는 돼지머리,
하늘 한번 우러러본 적 없는 죄로
눈과 코로 땅에게만 경의 표한 죄로
죽음이 살갑도록 눈웃음 코웃음을 짓고 있네
출렁이던 몸뚱이를 내려놓으면
저렇게 맑은 죽음 한 폭 펼쳐낼 수 있을까?
돈 앞에 가부좌를 하는 돼지머리,
제 멱을 딴 산 자의 죄를 씻고 있을지도 몰라
윗목에 나앉은 화랭이도 귀신을 이고 섰네
쌍욕과 분(憤)을 입에 담고 사는 귀신도
영생을 받든 화랭이의 검붉은 피와 죄도
돼지머리 앞에서는 모두 호젓해지네
화랭이가 산 자와 죽은 자 앞에서
귀신의 눈과 귀에 담긴 차가운 눌변을
꿈쩍꿈쩍 눈부시도록 풀어놓을 때마다
돼지 주둥이가 시퍼런 돈을 물어 찢는 소리 들리네
콧날과 콧구멍은 보랏빛 윤으로 감돌기 시작하네
얼룩진 하루도 귀신도 돼지의 웃음을 떠먹듯
그 앞에 오래 머물고 계시네
그러나 돼지머리는 그 누구의 죄도 씻지 못하고
화랭이는 귀신의 말을 잃고 입술만 파르르 떨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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