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2> 나에게 언제 밥 한번 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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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하듣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10건 조회 2,007회 작성일 16-01-08 13:12본문
나에게 언제 밥 한번 사고 싶다
발간되지 않을 시집의 서문을 미리 적어놓기로 한다 술에 취해 골목에 숨겨놓은 방으로 돌아가는 내내 사람은 살다가 문득문득 죽어두는 일이라는 말이 떠올라 이불 속에서 밤새 울었던 기억이 난다 ‘이 세계는 육체 같아요’ 웅얼웅얼거리며 인도를 걷는 이상한 정신에게서 처음 들었던 이 말을 다른 데에서도 지겹게 들었다 나는 멀리서 보면 이러한 것들로 가득 채워진 얼룩이었을 것이다 삶은 그것들을 간직하는 데 자신을 모두 걸어야 했다
나는 이미 한생이 다녀간 공백이거나 전생에 고여 있던 물살일지 모른다 그건 언어가 경험하지 못한 짐승의 몸부림이 언어 속을 떠돌기 때문이다 이런 말을 한 사람과 하룻밤을 나눠본 적 있는 사람은 동시대에 그 사람과 후생을 살게 된다 그러므로 밀봉 안에는 구상과 추상 사이에서 벌어지는 암투 같은 것들로 가득하다 오늘도 나는 낭비된다 양팔을 벌리고 있는 외팔나무의 입 속에서 새똥을 꺼내 먹어보다가 옆구리에서 천 마리의 박쥐를 접으며 잠이 들 것이다 악몽을 꾸면서 꿈이었으면 하고 바라는 육감이 영혼이라니… 내가 누군가의 기억이라면? 불현듯 그 사람의 현생이 궁금하다 ‘나는 주인 없는 옷을 무료하게 태우고 있을 어떤 사람에게 건네는 가벼운 목례였으면 한다’ 이 한 줄만을 남겨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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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나비눈동자님의 댓글
나비눈동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닉을 모르고 읽으면 더
리얼하게 읽히기도하겠지요
좌우간 필력이 좋으네요
그래서 전 새로운 닉이 좋아요..늘
하듣흰님의 댓글의 댓글
하듣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어떤 미소가 식당에서
'처음처럼' 드릴까요? / ...... / 네~
이 사이에 놓여지는 느낌이 저는 참 좋더군요.
대답이 늦어져서 죄송하고요, 졸글에 선뜻 관심 주셔서 감사합니다.
최정신님의 댓글
최정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휘날리는 말갈기처럼 거침없는 진술 후 결구로 놓인 한 줄...
대단한 문의 귀객이 오셨네요...어서오세요. 아니 자주 오세요.
좋은 시로 창작방의 불꽃이 되셨습니다.
하듣흰님의 댓글의 댓글
하듣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부끄럽습니다. 많이 가르쳐 주세요.
늦었지만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활연님의 댓글
활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Wow
하듣흰님의 댓글의 댓글
하듣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올려 주시는 시, 잘 보고 있습니다.
고맙습니다~
이종원님의 댓글
이종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여러번 되풀이하여 읽게 하십니다.
시제에서 본문까지 이어지는 길목에 여러 복병들과 마주치고 싸우고 항복하다가 무언가 한줄을 주머니에 담으려고요..
창작방이 좋은 시로 넘쳐나는 정초라 행복해집니다. 자주 올려주셨으면 더 좋지요 인사 드리고 갑니다.
하듣흰님의 댓글의 댓글
하듣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언어 안에 인간이 다 들어가 있다면
예술이 존재했을까 그런 생각을 잠깐 해 봅니다.
따뜻한 마음, 감사 드리고요,
자주 뵐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글터님의 댓글
글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철학적이고 난해한 시향을 맡습니다. 필력이 대단하군요. 육체와 영혼...육감과 영감...그 둘은 하나라고 봅니다.
육감 속에서 영감이 깨어나고, 영감에 의해 육감을 배가시킬 수 있다고 봅니다. 사랑이라는 괴물이 그것이죠.
주인 없는 육체와 함께 몸을 태우고 있는 어느 사람에게 목례로 답하는 시인인가요? 그러나 현실은 육체를 지탱하기
위해 얼마나 고단한가요. 육체가 현실 속에서 자유롭고 평화로워야 영혼도 자유롭고 평화로워 진다고 봅니다.
현실 속에서 육체가 힘들고 괴로우면 그 영혼도 피폐해진다는 정설입니다. 한참을 머물다 갑니다. 늘 건필하소서.
하듣흰님의 댓글의 댓글
하듣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안녕하세요~
문학에 있는 빈 칸은 보시는 분 몫이니 그렇게 느끼실 수도 있겠습니다.
굳이 말씀 드리자면 저는 실증주의에 큰 관심이 없습니다.
인간을 안에다 가둬 놓으면 로봇이 우월해 질 수 있거든요.
깊이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