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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 가슴 아래께에 온 통증 /장석남(시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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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水流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2,253회 작성일 15-08-13 2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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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 가슴 아래께에 온 통증/장석남



죽은 꽃나무를 뽑아낸 일뿐인데
그리고 꽃나무가 있던 자리를 바라본 일 뿐인데
목이 말라 사이다를 한 컵 마시고는
다시 그 자리를 바라본 일 뿐인데
잘못 꾼 꿈이 있었나?

인제 꽃이름도 잘 생각나지 않는 잔상들
지나가는 바람이 잠시
손금을 펴보던 모습이었을 뿐인데
인제는 다시 안 올 길이었긴 하여도
그런 길이었긴 하여도

이런 날은 아픔이 낫는 것도 섭섭하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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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석남 / 1965년 경기도 덕적 출생. 서울예대 문예창작과를 거쳐 방송대, 인하대 대학원 국문과 박사과정 수료. 현재 한양여대 문예창작과 교수. 1987년 경향신문 신춘문예에 「맨발로 걷기」 당선으로 등단. 시집『새떼들에게로의 망명』,『지금은 간신히 아무도 그립지 않을 무렵』, 『젖은 눈』,『왼쪽 가슴 아래께에 온 통증』,『미소는, 어디로 가시려는가』등. 김수영문학상, 현대문학상 수상.


‘즐거운 상처’를 노래한 서정시
―시집『왼쪽 가슴 아래께에 온 통증』 을 읽고

이기철

즐거운 상처? 그런 상처도 있는가?
쓰리지도 않고 아프지도 않은, 달콤하고 즐거운 상처가 과연 있는가?
그러나 장석남의 시 '왼쪽 가슴 아래께에 온 통증'을 읽으면 아프지 않고 쓰리지 않은, 즐거운 상처가 있음을 느낀다. 그것은 사실의 여부와는 관계가 없는, 느낌만으로의 세계이지만 느낌만으로의 세계와도 통화가 가능하고 감각의 교호가 가능한 세계가 시의 세계임을 이 반어법적 진실은 은연중 보여준다.
한 번 더 느낌을 강조해도 된다면, 장석남의 감각은 내 초기시의 감각과 한 줄기 맥이 닿아 있는 느낌을 나는 간간이 받아온 것도 사실이지만, 이번에도 기실 내가 아파트의 난간에서 한창 햇볕의 수혈을 즐기고 있는 살구나무의 무성한 잎새들을 바라보며, '초록들이 서둘러 오전을 빨아 먹는다'라는 말을 떠올리고 있던 참에, 월평에 쫓겨 현대문학을 집어들었을 때 장석남의 시는 어떤 신선한 감각으로 혹은 속삭이는 언어로 나에게 다가왔던 것이다.

상처를 말하면서도 그는 신음을 내지 않는다. 제시보다는 상호 교응, 교감의 세계에의 함입이다. 아파야 할 상처가 그러기에 오히려 즐겁고 감미로운 것이다. 그는 이미 '소래라는 곳'에서, '저녁이면 어김없이 하늘이 붉은 얼굴로/뭉클하게 옆구리에 만져지는 거기'라고 노래하는 감각의 신선함을 보인 바 있고, 또한 '저녁 햇빛에 마음을 내어 말린다'에서, '어미소가 송아지 등을 핥아 준다/ 막 이삭 피는 보리밭을 핥는 바람/아, 저 혓자국!'과 같은 표현으로 정태적인 풍경을 움직이는 사물로 혹은 추억의 갱신으로 활성화시키는 재능을 보인 바 있다. 그는 또한 그의 시 '걸음은 자꾸 넘어지자고'에서, '만발하는 고통'을 '잎 넓은 애인'으로 의인화하여 시의 생신감을 획득한바 있고 고통과의 대화를'너무 밝은 잠'으로 표현함으로써 따뜻한 감수성과 세계에의 포용을 보여준 바 있지만, 이번의 시 '왼쪽 가슴 아래께에 온 통증'에서는, '죽은 꽃나무를 뽑아낸 일 뿐인데/그리고 꽃나무가 있던 자리를 바라본 일 뿐인데/목이 말라 사이다를 한 컵 마시고는/다시 그 자리를 바라본 일 뿐인데/잘못 꾼 꿈이 있었나?'와 같은 자문으로 스스로를 성찰하기도 하고, 그것을 '인제는 다시 안올 길이었긴 하여도/그런 길이었긴 하여도/이런 날은 아픔이 낫는 것도 섭섭하겠네'라는 자탄을 보이기도 한다. 그가 말하는 '다시 안 올 길'이 구체적으로 어떤 길이며 무슨 길인지는 이 시에서 분명히 파악하기가 어렵지만 그것이 환희가 아니라 비애, 기쁨이 아니라 상처에 가까우리라는 것은 시의 의표에서 짐작할 수 있다. '목이 말라 사이다를 한 컵 마신 일 뿐인데'가 보여주는 새로움의 환기는 무기력하게 보이기 쉬운 이 시에 활력을 불어넣어 주는 역할을 하는 행이지만, 마지막 구절, '이런 날은 아픔이 낫는 것도 섭섭하겠네'와 같은 행은 이 시를 이명처럼 오랜 여운으로 남도록 하는 데 기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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