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읽은 시조) // 민박 - 김원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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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의(無疑)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1건 조회 2,577회 작성일 15-07-28 05:15본문
민박
산속 허름한 집 방문 열고 들어서니
메뚜기 한 마리 먼저 와 쳐다보네
반갑다
나도
혼자다
숙박비는 내가 낼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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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의(無疑)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경계를 짓지 않은 설치예술도 작가가 면밀히 지워놓은 경계는 있다. 정형시도 그러하다.
잘 벼린 칼은 바람 소리를 내지 않는다.
시조단에 조용히 단시조 바람이 불고 있다. 시단에도 짧은 시에 매료된 시인들이 많다. 왜일까? 삶이 복잡할 때일수록 단순명료해지고 싶기 때문이다. 짧은 촌철살인 속에 맛보는 긴 여운, 여백을 지나오면서 만들어진 공명은 감동으로 이어진다. 연륜이 오랜 시인들이 차례로 단수시집을 펴내는 것은 시조의 백미가 단수에 있음을 보여주는 증거라 할 것이다. 고은 시인도 자신의 대표작으로 3행, 17자로 된 〈그 꽃〉을 꼽는 것을 보면 짧음 속의 긴 감동이 새삼스럽지만은 않다. 최근 김원각 시인의 단수 5수를 반갑게 읽었다. 오랜만에 봐서가 아니라 뚜렷하고 명료한 나이테를 읽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지면이 허락한다면 5수 다 거론하고 싶을 정도로 절창이다. 잇사나 바쇼의 하이쿠를 연상케 하는 이 작품들은 쉬우면서도 유머를 잃지 않는 미덕을 갖고 있다. 〈민박〉은 빈방 메뚜기와의 동침을 말하면서 멋들어진 반전으로 종장을 맺는다. 〈설악 1박〉은 또 어떤가. 숱한 별의 반짝임을 청각으로 녹여내면서 청각의 시끄러움을 다시 정적으로 치환시키는 솜씨가 일품이다.
이달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