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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리적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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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공덕수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258회 작성일 18-04-04 20:51

본문

합리적인 판단을 하자.

남의 의견들이 거의 비슷하다고 해서 꼭 옳은 판단은 아니다.

어뗳게 재혼을 하면서 남편이 벌어다 주는 돈으로 살지 않고

내가 번 돈으로 사느냐고 주변 사람들은 내가 잘못 살고 있다는 식으로

말을 한다. 그러나 남편도 최선을 다하고 있고, 많은 돈이나 적은 돈이나

생활비로 전액을 내고 있고, 나 또한 그러하다. 누가 더 많이 번다는

것이 무슨 의미인가?  돈을 많이 버는 능력은 없지만 그는 진실되고

순수하고 착한 사람임에 틀림 없다. 왜 그가 모든 것을 다 가진 남자

여야하는지 알 수가 없다. 나 또한 부족한 것들이 많은 사람인데

나의 능력이나 조건과 상관 없이 그가 많은 것을 가진 남자여야 한다는

바램은 현명하고 똑똑한 바램이 아니라 터무니 없는 욕심인 것이다.

왜 사람들은 내가 분수에 맞지 않는 욕심을 가지지 않았다고 해서

나를 어리석은 사람이라고 말하는 것일까? 가장 견디기 힘든 모욕은

내가 나이가 젊은 그와 성적인 문제로 함께 살고 있다고 수군거리는

것이다. 그래, 맞다. 부부가 함께 하는데 성적인 문제가 문제가 되는 것 맞다.

이왕이면 서로 코드가 잘 맞아서 사는 것이 좋을 것이다. 그러나 그 또한

그가 가진 돈이나 나이나 지위나 배경처럼 좋은면 더 좋은 조건들 중의

하나 인 것이다. 만약 무슨 불의의 일로 인해 그가 불구가 되면 나는

그와 헤어질 것인가? 아니지 않는가? 아이구! 내 팔자야 하면서도

끝내 그의 곁을 지킬 것 아닌가? 다들 사랑을 무엇이라고 생각하며

살아가는 것일까?  몸이 아무것도 하지 않고 빈둥거리게 하는 것이

그렇게도 중요한 문제들인가? 누군가를 만나서 내 몸을 그렇게 만드는

일이 현명하고 똑똑한 일들인가?  죽으면 썩을 것인데 살아서 좀

부려먹고 살면 어떤가?  내 몸 꿈적여서 세상 어느 자락이라도

반짝반짝 빛이나고 깨끗해지면 좋지 않은가?  목욕탕에서 철철 물을

넘기며 밥을 먹으러 다니고, 또 먹은 살을 빼기 위해 목욕을 하며

세월을 보내고, 골프 치고, 별 목적도 없이 싸돌아다니고, 내가

그럴수 있게 해주는 남자를 만나는 일이 뭐가 그리 근사한 일인가?

 

나는 금방 음식물 쓰레기를 버릴 음식물 쓰레기 통을 락스와 세제로

박박 문질러 닦고, 깨끗한 물에 헹궈서 다시 식기 세척기에 돌린다.

사장은 물었다.

"어차피 음식물 쓰레기 또 버릴건데 왜 이걸 이렇게 공들여 씻냐?"

나는 어차피 더러워질, 사람들 눈에 보이지 않는 곳을 깨끗하게 하지

않는 일이 성실하지 않은 일로 느껴지고 남을 속이는 일로 여겨진다.

어차피 죽을거지만 살듯, 어차피 더러워질 장소라도 빛이 반짝반짝 나게

단 한 순간이라도 깨끗하게 해주면 어쩐지 내 안의 어느 구린 장소가

깨끗해지는 기분이 들어 상쾌 해진다. 별로 더럽지도 않은 몸을 괜히

물을 흘리고 시간을 흘리며 맑히고 또 맑히는 것보다 더러움에 쳐박혀

있는 쓰레기 통이나 묵은 때 앉은 작업대 모서리를 쇠 수세미로 박박

문질러 환하게 하는 일이 더 똑똑하고 현명한 사람의 일인 것 같다.

요술 막대기를 들고 다니는 요정처럼 내가 지나간 곳은 모두

깨끗해진다. 양념 말라붙은 식탁들이 행주에서 묻은 엷은 물기를 바르고

참해지고, 노가다 신발이 흙덩이를 떨구며 밟고 다닌 바닥이 참해지고,

내 손이 스친 그릇들이, 화장실 변기와 세면대 밑이, 주방 구석구석이

맑은 음악소리를 내며 환해진다. 사람도 깨끗한 곳에 제 몸을 두려고

궁리를 하는데 복도 그러할 것이다. 내가 정성을 다해 닦고 쓸고

한 자리에 햇빛처럼 손님이 들고, 그 일이 누군가에게 복이 되었으면 좋겠다.

내가 복을 줄수 있는 사람이 되는 것이 얼마나 좋은가?  내가 박복하다면

남에게 줄 수 있는 복이 있겠는가. 내가 그에게 복이 되면 되는 것이다. 내가 내 몸을 부려서

돈을 벌고, 그 돈으로 좋은 사람들과 함께 사는 것이 무슨 어리석은 일인가?

내 돈은 한 푼도 쓰지 않고, 배우자가 번 돈으로 먹고 살겠다는 생각이

왜 현명하고 장려하고 권할만한 생각인지 나는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자식이 있으니까 자식을 위해서 쓰야 한다는데 내 새끼 내 새끼 하는 문화도

그렇게 똑똑한 문화는 아닌 것 같다. 아이들은 이제 제 앞가림 할 만큼

자랐고, 그들은 그들의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법을 익혀야 하는 것이다.

왜 부모가 그들이 어른이 다 되었는데도 집 사주고 차 사주고 해야하는 것인가?

무엇을 자꾸 해주기보다 그들이 똑바로 서게 해주는 일이 중요하지 않은가?

비빌 언덕도 기댈 언덕이 없이도 살아갈 자세를 만들어주는 일이 부모역할이

아닌지, 사람은 서로 행복하기 위해 서로를 만나고 함께 살아가는 것이다.

일방적으로 누가 누군가의 득을 보겠다는 마음은 날마다 욕심으로 차고 넘치는

음식물 쓰레기 통처럼 더러운 것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피는 일이 신기했던 꽃들이 이미 지고 있다.

해마다 터지는 벚꽃 축폭이 올해도 터지고, 꽃눈이 되어 흩날리고 쌓이고 있다.

어디 먼 나라에 가지 않아도 계절은 스스로 우리들에게 찾아와서

가난한 사람들도 여행을 하게끔 한다.

여유는 돈이 만들어주는 것이 아니라

풍족한 마음이 만들어주는 것이다.

풍족하게 마음을 쓰고 살면, 귀찮아도 바빠도 꼭꼭 닦게 되는 음식물 쓰레기통

안팎처럼 의미가 담기고 손길이 지나다닌 윤기가 나는 것이다.

더럽다며 코를 틀어 쥐고 고개를 돌릴 것이 아니라

고무장갑을 끼고 씻고 헹구면 그기에 버려지는 것들마저 가치가 생기고

뜻이 생기는 것이다. 음식물 쓰레기는 우리 입에 들어간 것들과

한 그릇에 있던 음식이다. 원래 더러웠던 것이 아니라 우리 욕심이

우리의 양을 넘쳐서 더러워진 것이다. 그 것을 깨끗이 닦은 쓰레기통에

버리면, 내 노동이 아까워지는 만큼 음식에 대한 죄송함이 생기는 것이다.

참 이상한 일은 식기 세척기의 물살이 아무리 쎄어도 사람의 손길이

한번 지나간 것만큼 그릇을 맑히지 못한다는 사실이다. 국자나 숟가락도

사람의 손길에 대해 얼마나 정직한지 슬쩍이라도 수세미가 스친 것은

반짝인다. 여유란 그런 것이라고 나는 믿는다. 무심하면 흐릿할 것을

마음 한번 더 쓰서 맑히고 빛내는 것, 내게 주변에 쓸 마음이 있는 것을

여유라고 나는 믿는다. 나는 가난한 사람이지만, 어디에도 쓸 마음이 있어

범사가 넉넉하다. 고양이 일가족에게 아침 저녁으로 밥을 줄 수 있고

내가 다니는 식당에 없는 것들을 내 돈을 들여서 사 갈 수도 있고,

돈을 많이 벌지 못하지만 순수하고 착한 사람의 아내로 살 수 있다.

 

이젠 누가 나를 똑똑하지 못한 판단을 한다고 말해도 흔들리지 말자.

우린 두개의 접시가 있는 저울 위에서 결혼 서약을 하는 것이다.

어느 한 쪽의 무게가 더 나가면 저울이 기울고 집이 기우는 것이다.

나는 너무나 합리적인 결혼을 한 것이다.

내가 편하고, 내가 어느 쪽으로 쏠려서 넘어지지 않을 수 있는

균형이 꼭 맞는 저울 위에서 반지를 교환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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