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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상의 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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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공덕수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87회 작성일 18-05-22 17:27

본문

초파일이다.

오늘도 출근을 하지 않은 큰 아이에게 아귀처럼 입을 크게 벌리고 고래고래 욕을 퍼붓고,

부처님의 자비심과 아무 상관 없는 오전을 보냈다.

오후반 사장은 동자신을 모시는 보살에게 기도를 부탁하고

시의원에 출마한 큰 아들과 작은 아들과 뇌가 비어가는 남편을 위해 등을 달았다고 했다.

오전반 사장은 초파일이라서 가게문을 닫고 절에 간다고 했다.

나는 왜 아무도 아무것도 믿지 않는 것인지,

불교를 안코 없는 찐빵이라고 혼잣말을 하며 도서관 추차장 뒤 미루나무 밑에 있는

벤치에 누워서 미나 나뭇 잎에 가려진 햇빛과 하늘을 보았다.

그래서 성불 하신 결론이 뭐냐고 나는 늘 묻고 있는 것이다.

오후반 사장은 열심히 기도하고 착하게 사는 목적이 다음 생에 사람의 몸을 받아서

행복하게 살기 위해서라고 했다. 나는 사람의 몸을 받고 태어나서 행복하게 살 수 있을거라는

믿음이 믿기지 않는다. 내가 들은 불교의 목적은 생로병사의 원인을 알고 생로병사의 원인을

제거해서 생로병사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더 이상 아무런 태어나야할 원인을 짓지 않아서

태어나지 않고, 태어남으로 인해 발생하는 나머지 문제들에 봉착하지 않는 것이라고 들었다.

작은 나로 나누어 지지 않고 우주 전부로 존재하는 것을 해탈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물방울에

갇히지 않고 강이 되는 상태라고 생각하기도 한다. 사람으로 태어나는데 동시에 행복할 수

있다는 믿음은 망상이라고 생각 되어진다. 나비는 자신이 나비 이외의 다른 종이기를 바라지

않을 것이고, 고양이는 자신이 고양이 이외의 존재이기를 바라지 않을 것이다. 다 자신인

것이 최고의 상황이라 믿을수 밖에 없을 것이다. 고양이는 고양이 이외의 존재이기 싫기

때문에 죽지 않으려고 쓰레기 봉투를 찢어서 썩은 생선을 구하는 것이다. 사람 안에 들어오면

사람으로서의 기억 밖에 없기 때문에 다른 무엇이기를 꿈꿀 수 없는 것이다. 기껏 사람으로

다시 태어나자고 도를 닦는 것이라니, 내가 이해한 붓다의 존재 의의는 생과의 결별인 것 같다.

어느 생과도 다시 만나지 않도록 원인의 제거에 있는 것 같다. 생명의 불을 끄고 진공의 일체

속으로 돌아가는 것 같다. 무엇으로 태어난다한들, 두렵지 않고, 아프지 않고, 살지 않고,

죽지 않으랴? 죽는 것이 소멸이라면 세상에 중은 한 명도 없을 것이다. 더 이상 생명의 허리케인에

휘말려 들지 않는 고요를 꿈꾸는 것이다. 등을 왜 다는가? 나물밥을 하고 불전을 내고 절을 하고

왜 절을 시끄럽게 만드는가? 어쩌든가 생로병사를 오래 질질 끌게 해달라고, 가능하다면 태어나고

가급적이면 천천히 늙고, 가능하다면 오래 생이라는 병을 유지하고, 더디게 죽게 해달라고,

복을 빌지 않는가? 복이라는 것이 생이 내게 어떤 순간을 안겨다 주어도 그림속의 불을 보듯

의연하고 담담해지는 것이 아니라 그림속의 불이 더 활활 오래 타게 되는 것이라니, 누더기 옷을

기워 입고, 풀 죽을 먹고, 면벽을 하며 그들이 얻는다는 염력으로 부처님의 뜻과 별로 상관도 없어

보이는 세속의 복을 빌어주는 것이 스님과 중들의 역할이라니, 그리고 천도를 하는데 기천만원을

낸다니, 돈내면 발라지는 것이 하늘 가는 길이라니, 내생이란 이미 가는 자가 다 지어놓고 간 집인데

그가 아닌 자들이 돈을 낸다고 굽었던 길이 펴진다니, 말도 막걸리도 되지 않는다.

돈 내면 없어지는 것이 개인의 업보라면 윤회란 근본적으로 썩어빠진 나무 바퀴에 지나지 않는다.

 

나물밥을 해놓았으니 저녁을 먹지 말고 오라고 오후반 언니에게서 전화가 왔다.

이것이나 저것이나 모두 망상의 밥이라 얹힐것도 맥힐 것도 없겠다 싶어 알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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